루이스 스머스는 ‘용서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마법의 눈’이라는 동화 같은 얘기를 들려준다. 네덜란드 파켄 마을에 성격이 완고하고 강직한 푸케라는 빵 굽는 사내가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아내 힐다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마을 사람들은 푸케가 당연히 아내를 내쫓을 것이라 생각하였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용서하고 계속 살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사실은 용서한 것이 아니었다. 자기 이름을 더럽혔다는 분노와 수치 속에 그는 아내를 몸을 파는 여자처럼 멸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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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수처럼 여겨지는 사람도 도리어 불쌍히 볼 수 있는 눈을 ‘십자가’에서 얻을 수 있다. |
겉으로 용서하는 척했지만, 속으로는 더 가혹한 징벌을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푸케가 아내에 대한 증오심을 품을 때마다, 천사가 단추만 한 조약돌을 그의 심장에 떨어뜨렸다. 그는 심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고통이 커질수록 아내를 더욱 증오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심장은 조약돌 무게로 점점 무거워졌고, 상반신이 앞으로 구부정하게 휘면서 고개를 들어야만 정면을 응시할 수 있게 되었다. 고통에 지친 그는 죽기만을 바랐다.
그러던 어느 날 천사가 찾아와 그가 치료받으려면 마법의 눈의 기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통에 눌린 푸케는 “어떻게 해야 마법의 눈을 가질 수 있죠?”라고 물었다. 천사는 “그냥 달라고 구하면 주어질 거야. 그리고 네가 이 마법의 눈으로 힐다를 볼 때마다 심장 속 조약돌을 내가 하나씩 도로 가져갈게”라고 말했다.
푸케는 천사에게서 마법의 눈을 얻었다. 그 눈으로 아내를 보자, 놀랍게도 아내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남편을 배신한 음란한 여인이 아니라, 남편의 사랑과 관심을 갈망하는 여자였다. 이렇게 아내를 마법의 눈으로 볼 때마다 천사는 푸케의 심장에서 조약돌을 하나씩 꺼내 갔다. 마침내 그는 치료되었고 아내와 다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용서! 용서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를 힘들게 하고, 손해를 입히고, 대적하는 사람을 용서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육신의 본성은 도리어 그를 미워하게 하고, 복수하거나 그로부터 도망가도록 부추길 것이다. 그런데 그 미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마치 피부에 난 상처를 손으로 긁으면 더욱 큰 상처가 되듯, 미움과 복수는 내가 당한 아픔을 시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고통을 안긴다. 푸케의 심장에 무거운 조약돌이 하나둘씩 쌓여간 것처럼, 용서하지 못함은 상대방 이전에 먼저 나를 불행과 절망의 늪으로 밀어 넣는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그야말로 증오로 가득 찬 시대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이 ‘마법의 눈’이 절실하다. 아내와 남편의 허물을 잊고 서로를 사랑스럽게 볼 수 있는 눈, 원수처럼 여겨지는 사람을 도리어 불쌍히 볼 수 있는 눈, 이런 눈을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십자가’이다.
세상에서 가장 의로우신 예수가 강도처럼 그 십자가에 매달려있다. 세상에서 가장 억울하고 불의한 일이 일어난 곳이다. 바로 거기 극한 고통의 시간에 예수는 자신을 매달고 조롱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이 기도는 2000년 기독교 역사에서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미움과 복수를 내려놓고, 기꺼이 용서의 좁은 길로 가도록 했다. 십자가, 그것은 무한한 용서의 바다이다. 그 안에 들어가면 원수도 사랑할 수 있는 마법의 눈을 얻게 될 것이다.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
▶최현범=1957년 서울 출생, 서울대 사범대 독어과 졸업, 총회신학대학원(M.Div), 독일 보쿰대 신학박사(조직신학/윤리학) 서울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