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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27> 김광수 소설가와 전작장편소설 ‘자전거’

평범한 이의 삶도 한 편의 역사…인생 희로애락을 되짚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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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1-22 19:01:3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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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대 어른들에게 들은 시대
- 가족이야기 속 생생히 농축
- 자전적 성장소설 써온 작가
- 잃어버린 것에 숨결 불어넣어

어르신들이 “그동안 살아온 세월을 책으로 엮으면 몇 권”이라고 말할 때는 어떤 마음일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그 이야기들은 고리타분하다, 했던 이야기 하고 또 한다,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거냐…. 젊은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그들도 문득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는 책이 몇 권”이라고.
   
김광수 작가가 ‘작품의 산길’ 격인 부산 금정구 구서동의 금정산 등산로에 서서 소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 사람의 삶, 가족 이야기가 모이면 역사가 된다. 한 개인의 삶이 국가나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수 소설가의 장편소설 ‘자전거’도 그것을 말해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역사의 거센 격랑 속에서 살아간 가족사이다.

겨울비가 내리는 날, 구서동에서 김광수 작가를 만났다. 금정산 등산로로 접어드는 길목 입구에 섰으나 등산로가 비에 젖어있어 산길을 걷지는 못했다. “부산에서 40여 년을 살았어요. 처음에는 명륜동, 그리고 이 동네로 이사 왔죠. 딱 한 번 이사를 해 줄곧 이곳에서 살았는데, 늘 이 길을 오르내렸지요.”

금정산으로 오르는 동안 그는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었고, 그것이 곧 작품 구상이 되었다고 말했다. “금정산 오르는 길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했으니, 그 길들이 제 작품의 산실인 셈이죠.”

■우리가 잃어버린 것 되살려내다
   
자전거 - 김광수 지음/세종출판사/2015
김광수는 194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40년 동안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했다. 교직에 있는 동안에도 소설과 시집을 꾸준히 발표했고, 퇴직 후에도 작품 활동을 계속해 왔다. 1971년에 첫 번째 소설집 ‘여행자들’을 펴낸 후 ‘잡초와 유형지’ ‘우리 동네 사람들’ ‘빈들’ ‘열리는 혼’ ‘자전거’ 등 11권의 소설집과 8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가 펴낸 책 제목들을 보고 있으면 멈추지 않는 창작열이 느껴진다. 그 열정의 뿌리는 작가가 살아오면서 보았던 모든 것에 닿아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윗대 어른들의 삶과 세태의 변모, 자신의 인생사를 끊임없이 반복해 들려주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장기에 겪었던 많은 일들은 작가의 마음에 쉽게 지워지지 않은 무늬를 그렸다. 아버지의 고향인 산촌의 풍경, 삶의 터전이었던 대구의 모습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 많은 이야기를 떠받치는 것은 국운이 기울고 있던 조선 시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시공간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는 시대가 변하면서 점점 잊히고 있는, 우리가 잃어버린 모습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마치 고향이 통째로 책 속에 재현돼 있는 것 같다.

김광수는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썼다. “초등학교 친구들은 제가 만화가가 될 거라고 했죠.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들은 화가가 될 거라고 말했어요. 대학 시절 친구들을 틀림없이 소설 쓰는 시인이 될 거라고 했어요.” 그는 대학에 입학해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김춘수 시인을 만났다. “2년 정도 시에 매진했지요. 김춘수 시인이라는 큰 스승이 저를 무척 아껴주셨어요. 제 결혼식 주례도 서 주셨지요. 스승님의 시 세계를 동경하면서 저도 시를 좋아하고 열심히 썼는데, 어느 순간 제가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설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소설을 쓰기 시작했어요. 경북대 국문과에는 고전소설 연구자로 명성이 높았던 정주동 교수님이 계셨어요. 두 분 스승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대학 3학년 때 그는 첫 소설 ‘탈락기초(抄)’를 썼다. 이 소설이 대학 학보에 연재되었다. 그림 실력을 살려 소설 제목 글자도 직접 썼고, 삽화도 그가 그렸다. 김춘수 시인은 제자가 쓴 소설에 비평을 썼다. 그때부터 그는 경북대 학생들 사이에서 소설가로 불렸다. 김광수는 활자화된 첫 소설과 스승의 비평이 실린 신문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가족사와 역사가 담긴 소설

김광수 작가는 ‘빈들’과 ‘자전거’ 두 작품을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다. ‘빈들’은 대입 재수 시절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동경으로 보낸 낭인 생활을 담고 있고, ‘자전거’는 5대에 이르는 가족사 이야기이다.

그는 “소설은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선명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직접 체험한 것, 보고 들은 것을 썼지요. ‘빈들’은 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성장소설입니다. ‘자전거’는 가족 이야기 속에 우리 역사를, 구체적으로는 근대사를 농축시켜 넣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들었던 고조부, 증조부, 조부의 삶 그리고 제가 지켜본 부모님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가 들었던 이야기 속에는 격동의 역사를 겪어내야 했고, 자식들을 키우고 공부시켜야 했고, 가족과 함께 살아남아야 했고, 나날이 변해가는 세상을 지켜보아야 했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소설 ‘자전거’의 표지그림은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고 있는 한 사내의 뒷모습이다. ‘자전거’ 첫 페이지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김광수는 이렇게 썼다. “자전거와 더불어 생업과 출퇴근과 운반, 놀이까지도 함께 하신 아버지, 자전거와 더불어 사시다 자전거에서 내린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현대사 초장 초기를 그렇게 살다 가셨다. 질곡의 시대, 기형적 나라, 우리의 현대사는 아버지와 더불어 현재진행형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아버지의 뒷모습은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인생이라는 길고도 짧은 길 위에서 만났던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무궁무진하게 이어진다. 오래전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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