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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이 기획한 ‘불안’의 순간, ‘불안’의 나날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세모아’, 작가 9팀과 ‘불안의 좌표’ 전시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1-21 18:44:59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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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 면접·무한 경쟁 세대 등
- 불안에 싸인 시대 현실 담아내
지난 19일 부산 금정구 회동동 예술지구P 전시장. 높이 7m 대형 그라피티 작품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면접을 기다리는 청년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꽉 다문 입술, 웃음기 없는 눈에선 초조함이 풍기고, 양쪽 무릎에 내려놓은 주먹 쥔 손에선 조용한 떨림이 전해진다. 부산의 그라피티 작가 구헌주의 작품 ‘청년상’이다. 구 작가는 청년이 처한 ‘불안’의 구체적인 순간을 확대해 구현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관객에게 실체로 다가온다.
   
‘불안의 좌표’ 전시장 모습.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제공
이곳은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문화기획 프로젝트 ‘세모아(세상의 모든 아이디어)’가 주최하는 ‘불안의 좌표’ 전시장이다. 글로컬문화학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학부 과정이다. 2014년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사업) 지원을 받아 출범해 이듬해 1기생을 받았다.

‘세모아’는 글로컬문화학부 내 문화기획학과, 문화서비스학과,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이 만든 동아리로 출발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동아리에서 프로젝트 그룹으로 성격을 바꿨다. 세모아 소속 12명의 학생은 지난 1년간 매주 화요일 오후 6시에 모여 전시를 준비했다. 주제 선정, 작가 선정, 섭외, 설치까지 전시의 모든 과정을 학생들 스스로 했다. 그렇다 보니 쉽게 넘어간 단계가 없었다. ‘불안’이라는 주제를 정하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 학생들은 “일상과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청년을 비롯한 전 세대의 현재가 ‘불안’이라는 단어로 수렴됐다”고 했다.

   
부산 금정구 ‘예술지구 P’에서 열리고 있는 ‘불안의 좌표’ 전을 기획한 경성대 글로컬문화학부 프로젝트 팀 ‘세모아’ 멤버들과 학생들을 지도한 이수진(앞줄 왼쪽 두 번째) 교수. 뒤에 보이는 그라피티 작품은 구헌주 작가의 ‘청년상’으로 최수현(뒷줄 맨 오른쪽) 씨가 모델이다. 박정민 기자
전시에는 활동 지역과 연령대가 다양한 9명(팀)이 참가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내놓았다. 대부분 이번 전시 주제에 맞춰 새로 제작한 작품이다. 세모아 팀이 기획서로는 기획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없어 작가들과 각각 워크숍을 열어 의견을 주고받는 열의를 보이자 작가들도 더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했다.

청년 작가 한소현은 수능 날 자녀의 ‘대박’을 기원하는 강남 대치동 부모들이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다른 종교시설에서 같은 내용의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나란히 놓았다.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바로잡지 않은 채 “이탈하면 패배자”라는 불안에 싸여 좁은 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우리 사회 현실을 다시 본다. 한 작가를 직접 섭외한 세모아의 손지현(문화기획 4학년) 씨는 “지난해 창원 아시아미술제에서 봤던 한 작가의 세월호 관련 작품이 인상 깊어 그 뒤 개인전에 찾아가 초청했다”고 했다.

부산의 미디어 작가 허병찬은 미디어 설치작품 ‘망원경’을 전시한다. 비뚤게 설치한 모니터 2대는 맨눈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종이컵으로 만든 ‘망원경’을 통해야 영상이 보인다. 카메라는 오래된 주택가가 철거되는 모습과 초고층 빌딩의 세련된 유리창을 각각 비춘다.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는 ‘불안’과 초고층 빌딩의 욕망을 교차했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불안을 설치작품에 담은 20대 김수정, 6년간 모은 스타벅스 종이컵에 불안한 나날을 조각한 김수민, ‘불안’을 긍정적 요소로 해석한 황지현 황종현, 대구대 현대미술학과 ‘사이프로젝트’ 팀과 경성대 임수현 학생의 작품 등 구성은 다채롭다. 세모아 멤버로 구헌주 작가의 그라피티 작품 모델이 된 최수현(문화콘텐츠 4학년) 씨는 “지난 1년은 고정관념을 깨고 현장을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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