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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2> “70년 개띠의 문화론” 말하려 했다가…

“깨갱~” … 말문이 막힌 70년 개띠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15 18:56:59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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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흥기에 유년기 보내고
- 교복 자율화로 자유·개성 누려
- 고교땐 아시안게임·서울올림픽

- 87년 6월 항쟁 이후 대학 입학
- 학생운동하며 컴퓨터와 씨름
- 파란만장 아닌 황금기 누렸더라

2018년 무술년이다. 바야흐로 개띠 해다. 나는 ‘70년 개띠’다. 때는 1982년. 매달 보던 어린이 월간지 ‘소년중앙’ 1월호 새해맞이 특별호에 개띠 특집이 실렸다. 살면서 제정신으로 개띠 해를 맞은 건 열두 살이던 그때가 처음이라 설레고 기뻤다. 그럼 올해는? 벌써 네 번째(태어난 1970년은 빼고) 맞는 개띠 해라 그런지 아니면 개띠 해가 된들 개띠인 사람에게 딱히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단 걸 알아서 그런지, 안 설렌다.
   
천연기념물 제368호 삽살개가 떠오르는 무술년의 해를 맞이하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근데, 새해가 되면서 들리느니 ‘황금 개띠’에, 어딘지 정겨운 ‘58년 개띠’ 이야기다. 황금 개띠야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해도 58년 개띠로 가면, 얘기가 다르다. 한국전쟁으로 초토가 된 나라에서 무려 100만 명이 태어나(직전 해까지는 한 해 70만~80만 명 또는 90만 명 안팎이 태어났다고 한다) 극빈의 시기, 고도성장, 산업화, 민주화, 외환위기, 세계화, 디지털시대를 차례로 모조리 겪은 뒤 올해 환갑이 되어 집중적으로 은퇴하는 세대가 58년 개띠다. 특별한 의미를 두어 마땅한 상징적 세대다. 그러니 ‘57년 닭띠’ ‘59년 돼지띠’가 사회적 용어는 되지 못한 사이에 ‘58년 개띠’라는 표현은 자못 존재감이 큼직해진 것 아니겠는가.

한 집 개 짖으면 동네 개 다 따라 짖는다고, 이럴 때 슬쩍 끼어 숟가락 얹고 싶은 게 70년 개띠 심정이다. 그래서 70년 개띠 인생을 돌아봤다. 찬찬히 꼽아보니, 드라마다. 파란만장했다. 그 얘기를 잠깐 해보자. 태어난 해가 1970년이다. 전란의 50년대, 가난과 정치적 영욕의 60년대를 뒤로하고, 고도성장 입구를 찾은 70년대 초입이다. 초등학교 때야 오전반·오후반 생활하며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구호 속에 멋모르고 지냈다. 중학교에 진학한 1983년 교복자율화(교복 폐지) 조치가 시행됐다. 그래서 교복을 안 입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내가 다닌 학교는 1989년 교복이 부활했다. 졸업 직후였다. 절묘하게 교복을 피해간 학년이다. 1986년 고교 1학년이 되자 아시안게임(한국 최초)이 열렸고, 1988년 고3이 됐는데 하필 그해 서울올림픽(한국 최초)이 열렸다. 하필 고3때 올림픽이라니. 그사이 1987년에 6월 항쟁이 터졌다.

1989년 대학에 입학하자, 그해 전교조가 출범했고 한글과컴퓨터사의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 ‘아래아한글 버전 1.0’이 출시됐다. 전교조 출범은 한국 민주화운동이 새로운 길에 들어섰음을, 아래아한글 1.0 출현은 한국이 비로소 통째로 ‘컴퓨터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뜻했다. 컴퓨터란 걸 만져보지도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해, 1학년 때 볼펜으로 손글씨 리포트를 쓰면서 수동타자기를 쿵쾅쿵쾅 연습했고, 이듬해쯤 PC로 아래아한글을 썼으며, 그 사이 수동타자기·전동타자기·워드프로세서 같은 ‘구세대 기기’가 컴퓨터에 밀려 일거에 사라지는 걸 목격했다. 조금 지나자 PC통신 천리안·하이텔 시대가 시작됐다. 그 뒤 펼쳐진 인터넷 전쟁과 외환위기 이후는 대학 때와 마찬가지로 ‘뉴 테크놀로지’에 밀려 ‘옛것’이 하염없이 사라진 시대의 반복이므로 이만 생략!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함으로써 ‘꼰대’가 되었다. 후배들의 반격은 말문이 막힐 만큼 매서웠다. “그만한 풍파를 거치지 않은 세대는 없다”는 것이 반론의 요지였다.“‘택’도 없는 소리 말라”는 거였다. 어떤 후배는 ‘이해찬 세대’였으며, 외환위기 직후 졸업한 바람에 자기들 잘못도 아닌데 ‘취업 절망’이 뭔지 처절하게 체험한 후배 세대가 있고, 부산아시안게임과 한·일 월드컵이 한꺼번에 열린 2002년 고3이었던 진정 슬픈 세대도 있었다. 힘겹게 2014년을 통과한 청소년이 스스로 ‘세월호 세대’라고 표현하는 데 가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결론은 이것이다. 한국의 현대사는 진정으로 역동적이었고, 현재 또한 그렇다. 예외인 해가 없었다. 예외인 ‘띠’도 없다. 모두 잘 헤쳐왔다. 정말 고생들 많으셨다. 그러니 자부심을 갖자. 모두 주인공이니까! 그 힘으로 2018년 무술년 새해를 살자.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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