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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19명 학자·예술가가 마을버스로 누빈 부산

부산문화재단 발간 여행기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1-15 19:16:0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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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복도로·동해바닷길 등
- 동네 구석구석 오간 필진
- 개성있는 글로 재미 선사

마을버스 여행책이라는 게 있었던가. 시내버스 여행책은 요즘 늘어나는 도시 여행자의 수요에 맞춰 대도시별로 한 두 권 나와 있지만. 온라인 서점에서 검색해봐도 마을버스 여행기는 이 책이 유일하다.
   
마을버스는 산복도로와 해안로를 달리며 숨은 풍광과 이야기를 선물한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이 ‘부산의 마을버스’(사진)라는 책을 펴냈다. 재단이 2015년부터 발간하는 ‘사람·기술·문화 총서’ 네 번째 시리즈다. ‘까꼬막을 오르다 이바구를 만나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시내버스가 가지 않는 동네 구석구석을 오가며 촘촘한 교통 그물망을 만들어주는 마을버스를 타고 19명의 학자, 예술가가 여행한 뒤 후기를 실었다. ‘다 아는 동네에 뭐 볼 게 있다고’ 여행기씩이나 쓰나 하겠지만, 여행이란 언제나 여행자가 얼마나 눈을 크게 뜨고 돌아보는가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 매일 마을버스 뒷좌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출퇴근·등하교하던 길이라도, 햇살 따사로운 어느 휴일 작은 카메라와 수첩, 물 한 병 들고 돌아본다면 완전히 새로운 풍경과 감상을 만나게 된다.

19명 필자가 자기 스타일대로 쓴 여행기는 에세이집 한 권 후루룩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소설가 배길남은 수영구 마을버스 2번을 타고 정과정 유적지로 간다. ‘길남 씨’를 주인공으로 한 이 여정은 한 편의 꽁트를 읽는 느낌이다.

   
연극배우 장현수가 탄 강서 13번 버스는 활기 가득한 하단·덕천역·구포시장과 드넓은 평야지대 맥도를 통과하며, 이 고장 정동(靜動)의 매력을 다 경험할 수 있는 노선을 품고 있다. 소설가 강성이 오른 기장 3번 버스는 기장·일광·칠암·임랑·서생을 지나 아름다운 동해바닷길을 달린다.

심규환 스토리텔링 작가가 소개한 동구 1-1번은 안창마을(안창호랭이마을)을 출발해 범내골·조방·매축지를 돌아온다. 피란 시대 흔적과 산복도로의 애환을 느낄 수 있고, 위태로운 산길을 아무렇지 않게 씽씽 달리는 버스는 약간의 스릴을 선사한다.

금정산 등반객의 친구 203번 버스는 김기영 연출가가 소개한다. 온천장과 금정산성 죽전마을을 잇는 버스다. 산성마을 구석구석 몰랐던 즐거움을 찾아내는 여행을 할 수 있다.

임회숙 소설가가 탄 사하 1-1번 버스는 감천문화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유명한 노선이다. 스마트폰을 들고 정류소에서 두리번거리는 사람은 십중팔구 관광객이다. 버스기사는 그들에게 손짓해 이 버스 맞다고, 타라고 한다.
영도다리를 오간 주민의 무수한 사연을 품은 영도 2번 버스를 빼놓을 수 없다. 윤영화(고신대) 교수가 타본 이 버스는 대평동 조선소의 옛 영화를 간직한 깡깡이마을과 ‘핫한’ 관광지 흰여울마을 덕분에 주말마다 전국에서 온 이들을 가득 싣고 달린다. 권정일 시인은 사하 15번 버스를 탔다. 국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름다운 선셋대로, 몰운대·다대포해수욕장·아미산노을마루길·아미산전망대를 경유한다.

묘미는 숨은 풍경만이 아니다. 주민끼리 나누는 일상의 대화를 엿듣는 재미, 버스 놓치고 다음 차를 기다리며 어슬렁거리는 재미,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산복도로 길고양이와 파란 물탱크에 새삼스럽게 카메라를 들이대보는 재미를 찾는 것은 여행자의 몫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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