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건반은 반음이야” “왜요?” “그냥 그런 거야”

	이른비 제공

흰색은 온전한 하나이고 검정색은 늘 반쪽짜리였던 세상이 불공평하다 생각했던 흑인 소녀 니나는 음악으로 인류가 하나 되는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미국의 가난한 흑인 가정에서 태어나 인종차별이라는 세상의 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재즈 가수로 성공을 이뤄낸 니나 시몬(1933~2003)의 꿈과 음악 이야기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으로 탄생했다.

어렵게 클래식 음악공부를 하고, 뛰어난 재능으로 줄리아드 스쿨까지 합격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배움과 무대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1950년 재즈 가수로 데뷔한 니나 시몬은 놀라운 앨범 판매고와 차트 진입 기록으로 성공을 거두고, 이후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노래를 발표하며 20세기 흑인 인권 향상에 적극 참여한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사망 이후 부른 대부분의 곡은 흑인인권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 잡았고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다.

책 ‘니나’는 그런 그녀의 삶과 음악을 아이들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낸 그림책이다. 니나 시몬이 딸 리사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가난하기에, 흑인이기에, 여성이기에 아픔을 겪었지만 음악 안에서 자유를 누리고 꿈을 이룬 경험과 차별과 배제, 폭력이 없길 바라는 바람이 담겼다.

프랑스에서 출판돼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번역된 책으로 음악적인 내용, 사회적인 주제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흑백의 목탄화가 피아노의 건반과 흑인과 백인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그림이 따스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불어 살기’에 대한 메시지를 감동적으로 전한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