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애니메이션 좋아하던 소녀
- 디자인 전공하다 일러스트 배워
- ‘이야기 교과서 인물 시리즈’ 작업
- 집 앞 놀이터·공원·축제까지
- 어린이들의 놀이현장 찾아가
- 아이들 동작·표정 섬세하게 표현
- 공기받기 땅따먹기 구슬치기…
- 故김종만 선생의 놀이 그림 설명
- “후대에 놀이문화 전달 우리 몫”
숨바꼭질, 고무줄 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 공기받기, 소꿉놀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그만 놀고 밥 먹자’는 엄마 목소리에 집으로 돌아갈 때면 아쉬운 마음이 들곤 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요즘 아이들은 놀기에는 너무 바쁘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놀이’라는 행복을 주지 못하는 걸까. 또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놀이들이 잊히고 있을까.
 |
| 경기도 과천시의 자택 근처 놀이터에서 만난 김혜원 화가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고 싶다”고 했다. |
‘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은 오랜 세월 이 땅의 아이들이 하고 놀았던 놀이 145가지를 정리한 책이다. 각 놀이마다 어떤 방식으로 노는지 알 수 있는 그림을 그린 김혜원 화가를 찾아갔다.
그림이 돋보이는 책이 아닌데도 기꺼이 그림을 그린 작가, 아이들의 놀이현장을 찾아다녔다는 그를 경기도 과천시에서 만났다. 놀이그림을 그린 김혜원이 사는 집 바로 앞에 놀이터가 있었다. 아담한 단독주택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정겨운 놀이터이다.
“추워서 오늘은 아이들이 안 보이네요. 우리가 어렸을 때처럼 놀이터가 북적거리진 않지만 주말이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와서 그네도 밀어주는 젊은 엄마들 모습을 볼 수 있답니다. 신나게 놀고 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요.”
■145가지 놀이를 그림으로 그리다
 |
| 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 - 글 김종만·그림 김혜원·도움 이상호/출판 보리/2017 |
김혜원은 1991년 과천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에서 섬유디자인을 전공했는데, 그림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인 사촌언니 김효은 작가의 조언을 받아 대학 졸업 후 ‘꼭두 일러스트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일러스트 교육을 받았다. 그의 첫 책이 시공사에서 펴낸 ‘이야기 교과서 인물’ 시리즈 중 ‘안중근’이다.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을 때 놀랐고, 기뻤어요. 책을 통해 아이들이 제 그림을 본다는 생각을 하면서 안중근 열사의 실제 모습과 삶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김혜원이 작업한 두 번째 책이 ‘보리 어린이 놀이 도감’이다. “이 작업을 하면서 김종만 선생님에 대해 알게 됐어요. 다른 책도 찾아보았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놀이문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려온 훌륭한 분입니다. 2013년에 돌아가셨는데, 만나 뵙지 못해 너무 아쉽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릴 수 있어 기뻤어요.”
이 땅의 아이들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배우고 다시 후세대에 물려주며 계속 이어져 온 놀이를 정리한 책에 그림을 그리는 건 기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컸다. “그동안 제가 받았던 원고는 대부분 이야기 형식이었어요. 놀이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하는 원고는 처음 봤죠. 수많은 놀이가 있다는 것도, 제가 모르는 놀이가 많다는 것도 놀라웠어요. 각 놀이마다 한 컷의 그림으로 그리면서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그려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좋은 책에 누가 되지 않아야 되겠다는 책임감도 느꼈지요.” ‘안중근’에 실린 그림을 보면 색감, 터치, 구도에서 김혜원의 개성이 느껴진다. 반면에 이 책에서 그는 그림을 보면서 놀이를 할 수 있도록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자신의 개성을 내려놓은 것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고 싶다
동네 구석구석 뛰어다니길 좋아했던 그는 술래잡기와 땅따먹기를 잘했다. “제가 손가락을 쫘악 펼치면 엄지에서 새끼손가락까지의 길이가 길거든요. 그래서 땅따먹기 놀이에 아주 유리했죠.” 그가 손을 펼쳐 보였다. 손은 작았지만 펼쳐진 손가락 끝의 거리를 보니 정말 땅따먹기에 유리해 보였다. 잘하는 놀이였으니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이 책의 그림 작업을 하는 동안 그는 어린이들이 있는 놀이현장을 찾아다녔다. 집 앞 놀이터나 공원에서 동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관찰했고, 어린이문화연대의 김소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어린이놀이축제도 찾아갔다. “축제에서 만난 한 여자아이가 지금도 기억나요. 단체줄넘기랑 비석치기, 8자놀이 등 몇 가지 놀이를 했는데 그 아이가 정말 놀이를 잘했어요. 김소원 선생님께서도 그 아이를 모델로 해서 일러스트 캐릭터를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하셨죠. 아이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놀이를 대하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그 순간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부모님들도 행복해 보였고, 저도 행복했답니다.”
김혜원은 행복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과 후에도 학원을 순례하거나, 겨우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게임을 하며 자라야 하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행복과 즐거움은 물론이고 놀이를 통해 창의성, 사회성을 키울 수 있어요. 후대의 아이들에게 놀이방법과 놀이문화를 전달하는 건 오늘을 살아가야 가는 우리의 몫입니다.”
김혜원이 만든 캐릭터를 상상하며 책을 보면 145가지의 놀이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능숙하게 놀 줄 아는 아이, 놀이에 서툰 친구를 보살펴주는 아이, 실수하는 아이, 장난꾸러기, 새침데기…. 책을 펼치면 그 아이들이 보인다. 추억 속 낯익은 놀이터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웃음이다.
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