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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파는 큰 서점·작은 서점 <하> 부산 우리동네 책방

책, 감성, 사람이 고플때… 언제든 편하게 찾는 동네 아지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8-01-07 19:07:01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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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 저 골목에 동네책방이 꽃핀다. 좁은 가게 가운데 작은 테이블을 놓고 주인의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책을 진열한다. 인문학 책만 파는 서점, 시집만 파는 서점도 있고 다른 서점에서 보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주로 취급하는 곳도 있다. 작게나마 문화강습회도 하고 소모임도 한다. 책방 주인의 목소리로 직접 동네책방의 ‘매력’과 함께 현실적인 문제도 들어봤다.


낭독서점 詩집의 인기 행사 ‘시인의 식탁’ 모습.
■ 중구 보수동 ‘낭독서점 詩집’ 이민아 대표

- 서점사업자는 왜 책만 팔아야 하죠
- 낭독회·강연… 입장료 못받아
- 규제 풀어야 다양성 꽃피죠

2015년 책방을 낼 때부터 콘셉트는 ‘낭독과 시’였어요. 낭독은 시만 하는 게 아니니까, 법전이나 철학서도 읽을 수 있죠. 소리 내 읽는 것, 자기 목소리를 찾는 것 그게 중요했어요. 작년에 12번 진행한 ‘시인의 식탁’에선 시를 낭독했어요. 시인이 시를 읽고, 참석자도 돌아가면서 낭독하죠. 시인의 말투와 하루를 닮아보는 것, 내 목소리로는 죽을 때까지 써보지 않을 단어를 써보는 것, 이를 통해 시인이 돼 보는 것. 타인이 되는 것을 연습하는 책방이 됐으면 했죠. 낭독이란 그런 거니까.

10번 진행한 ‘인생 고수의 열린 서재’에서는 그냥 생활인이자 경영인인데, 자기에게 필요한 글을 찾아 읽으며 독서 취향을 만들어 온 인생고수들 이야기를 들었어요. 화미주인터내셔날헤어 김영기 대표, 문진우 사진가, 중식당 미각의 김창수 대표 등을 모셨죠. 그들이 소개하는 책을 읽고, 그것을 내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강사와 참가자가 서로를 발견하는 시간이었어요. 좁은 공간에서 활발하게 피드백하니까 일방적인 강습이 아닌 인간관계가 될 수 있었던 거죠.

이런 강좌를 하는데 입장료 받으면 불법인 거 아세요? 서점사업자는 책만 팔아야지 강습회 입장료도, 음료값도 받으면 안 된다고 해요. 참가자들이 그날 주제가 되는 책을 우리 집에서 사게 해서 겨우 이 공간을 유지하는 정도죠. 그나마 지난해 교육청이 지역서점활성화조례를 만들어서 지정한 책방에 한해 문화강습을 할 수 있게 해서 도움이 됐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요? F1963의 예스 24 한가운데 테라로사 커피점이 버젓이 들어가 있잖아요. 대기업이 뭘 하겠다 하면 그렇게 자유로운데, 영세한 문화사업자에게는 있는 규제 없는 규제 다 적용해서 ‘안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동네책방을 평생교육기관으로 등록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요. 미국 영국 프랑스는 동네서점이 문화를 재생산 하는 커뮤니티로 자리 잡았어요. 공무원의 깨어있는 사고와 정책지원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생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책방 카프카의 밤과 계선이 대표.
■ 연제구 연산동 ‘카프카의 밤’ 계선이 대표

- 다른동네 부러워하다 제가 차렸어요
- B급감성 독립출판물 선호
- 개성있는 책 많이 발간되길

오픈한지 1년 좀 넘었어요. 예전엔 학원 강사로 논술을 가르쳤고, 회사에 다니기도 했는데 그건 내 일이 아니더라고요. 하하. 꿈은 출판편집자였고, 책을 워낙 좋아해요. 서울에서 출판편집일을 좀 배우다가 동네책방의 매력에 빠졌고, 내가 한번 열어보자는 결정을 어렵게 했어요.

내게도 그런 공간이 필요했거든요. 뭔가 문화적인 욕구가 생기는데 멀리 나가긴 싫고 우리집 근처에 슬리퍼 신고 나가서 책도 좀 보고, 맘에 드는 책도 한 권 사고. 괜찮은 문화강좌도 수강하는. 그런 책방이 있는 동네 주민 부러웠는데, 내가 그런 책방을 우리 동네에 열게 된 거예요. 상호가 왜 ‘카프카의 밤’이냐면요, 그가 낮에는 평범한 공무원으로 살고 밤만 되면 글을 쓰는 이중생활을 했다고 해요. 생계를 위해 낮을 살고 대신 자신의 진정한 욕망과 취향을 밤 시간에 발산한 거죠. 말하자면 직장인이던 저의 꿈이자, 모든 현대인의 꿈을 실현하는 로망을 뜻해요.

우리 책방은 독립출판물도 구비했고, 판로를 찾기 힘든 지역 서적도 가져다 놓는 편이에요. 물론 가볍게 읽을 감성에세이도 있죠. 제 취향에 맞는 책이요? 사실 코미디를 좋아해요. 1인 잡지의 전설인 ‘록셔리’처럼 B급 감성 독립출판물을 엄청 좋아해서 그런 걸 우리 책방에 많이 비치하려고 하는 편인데 의외로 개성 있는 책을 찾기가 어려워요. 기성 출판물처럼 근사하게만 보이려고 하는 것도 많고.

우리 책방에선 잡다한 강습을 해요. 드로잉, 일본어…. 커리큘럼은 다양하지만 가장 공을 들이는 게 ‘독립출판’ 강습이에요. 작년 한 해 강사 모셔다가 열심히 공부했고, 올해는 수강 멤버 중에 한 명이라도 책을 내면 참 좋겠네요. 유명 작가 아닌 바로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거예요. 그런 판타지는 누구나 있는데 그걸 실현하면 얼마나 멋있겠어요.

어떤 책방이면 좋겠냐고요. 언제든 편하게 ‘추리닝’ 입고 찾아올 수 있는 동네책방요. 그리고 이곳에 오는 동네주민 모두 ‘카프카의 밤’ 같은 시간을 지켜 가시길.


전포동 골목의 명물로 떠오른 북: 그러움. 서순용 선임기자
■ 부산진구 전포동 ‘북:그러움’ 김만국 대표

- ‘혼술 혼책’손님, 특별 환영입니다
- 공구상가 속 보석같은 공간
- 치솟는 임대료 제일 무섭죠

커피도 팔고 술도 팔기 때문에 일단 업태는 일반 음식점이에요. 도서 판매를 추가한 거죠. 책방을 열기 전 서울의 현장에서 많은 조언을 듣고 이렇게 시작했어요. 그냥 서점으로 등록하면 제약이 너무 많다고요.

직장을 4년 다녔어요. 목적의식 없이 남들 사는 대로 그렇게 근무하다가 대리 1년 차에 그만뒀어요. 처음부터 책방이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고 내가 할 일이 따로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찾은 게 이 일이죠.

우리 책방은 이렇게 소개하고 싶어요. 책+α. 책 사러 왔는데 커피도 있고 술도 있네. 카페인 줄 알고 왔는데 책도 있네. 독서모임 한다고 왔는데 북카페네. 이런 재미를 안겨주는 공간. 위치가 특이하잖아요. 아직은 공구상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전포동 뒷골목 코너 건물 2층. 이 반전의 공간에 젊은 여행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찾아오는 것 같아요. 여러 블로그에서 이색 문화공간으로 소개도 되고 있더라고요(실제로 수원에서 부산으로 여행 왔다가 일부러 이틀 연속 북:그러움을 찾아왔다는 여행자를 만났다).

어려움이요? 사실 임대료가 제일 무섭죠. 2층이고 아직은 비교적 한적한 곳이라 그럭저럭 유지가 되지만 전포동 카페거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걱정이 되는 게 사실이에요. 동네책방 하는 사람들 웬만하면 투잡을 해요. 유지하는 것만도 힘드니까. 그래도 다 알고 시작한 일, 좋아서 하는 일이니 꾸려가는 거죠.

부산에 독립출판물을 이만큼 들여놓는 곳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독립출판 하시는 분들이 연락을 많이 하시죠. 책을 특별히 가려 받지는 않아요. 자기 인생대로 철학대로 개성대로 출판한 책인데 내 기준으로 판단할 순 없죠.

어떤 책방이면 좋겠냐고요. 커피와 술이 책만큼이나 중요한 책방. 낮이든 밤이든 칵테일, 위스키 한잔하면서 오롯이 책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혼술 혼책’ 손님은 특별히 대환영입니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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