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후 출가
- 삶과 괴리된 수행법 문제 인식
- 아잔 브람 스님 저서에 큰 감명
- 명상법·아잔 차 법문번역서 펴내
- “하루 5분 수행하면 마음이 평안”

혜안 스님은 구름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승려 ‘운수납자(雲水衲子)’다. 국내 여러 선원을 비롯해 태국, 스리랑카, 미얀마, 호주 등지를 옮겨 다니며 정진하고 있다. 지난해 하안거를 끝내고는 부산 동구 수정동 ‘아란야사’에 머물며, 신간 저서 ‘마음 다루기 수업’과 번역서 ‘반조, 마음을 비추다 1, 2’ 마무리 작업을 했다. 아란야사에는 스님이 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도반이 주지로 있다.

부산 동구 아란야사에 머물며 두 권의 신간 마무리 작업을 한 혜안 스님. 스님은 책이 출간되자 지난달 말 호주의 보디냐나 사원으로 수행을 하러 떠났다. 곽재훈 전문기자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책에는 명상에 관한 이야기가 담겼다. ‘마음 다루기 수업’은 혜안 스님이 일상에서 얻은 성찰을 담은 짧은 글과 명상에 대한 유익한 조언,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명상법을 다룬다. 두 권으로 구성된 ‘반조, 마음을 비추다’는 태국 불교의 큰 스승 아잔 차(1918~1992) 스님이 입멸한 지 10주기 되던 해에 스님의 법문을 모아 펴낸 ‘Food for the Heart’를 번역한 책이다.

혜안 스님은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통도사 청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고등학생 때 문득 “죽음과 진리에 대한 의문”이 밀려와 끝없이 내면으로 침잠하다 불교에서 답을 찾았다. 대학에서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명상을 시작했고, 친구들이 취직할 때 스님은 출가했다.

출가하고 얼마간 시간이 지나 당시의 수행법에 무엇인가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삶과 괴리됐다는 느낌이었다. 국내에서 그 길을 찾지 못하고 남방불교의 수행처를 둘러보기 위해 태국, 미얀마로 갔다. 태국의 아잔 차 스님 계통 절에 들렀다가 그곳의 도서관에서 아잔 차 스님의 제자 아잔 브람 스님의 명상지침서 ‘놓아버리기’ 책을 읽고 그동안 가졌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일반적으로 ‘수행’ 하면 대단한 의지력으로 밀어붙이고 목표를 갖고 성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잔 브람 스님은 잡고 있던 것을 놓아버림으로써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반조, 마음을 비추다 1권(왼쪽) 반조, 마음을 비추다 2권(가운데) 마음 다루기 수업

스님이 아닌 일반인이 명상, 특히 불교식 명상을 하면 무엇이 달라질까. 혜안 스님은 “창원 신불사 주지로 일반인에게 명상 강의를 했을 때, 직장인들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도 하루 30분만 꾸준히 명상하면 거의 모두가 ‘이제 살 만합니다, 편안합니다’하고 말한다”며 “명상을 하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겠다는 큰 목표까지 가지 않더라도 삶을 살아가기가 무척 편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이토록 적은 노력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불교식 명상에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이유는 이를 가르치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스님은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 명상을 가르치는 곳은 많지만, 정통 불교 명상을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며 “1700년 이상의 유구한 불교 역사가 있는 우리나라에는 명상을 배울 기회가 적은 반면, 서양에서는 명상의 여러 가지 요소를 잘 뽑아 만든 명상 프로그램을 기업 병원 등에서 도입하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역수입되는 실정이다”고 안타까워했다.

불교 명상은 흔히 떠올리는 ‘면벽수행’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이다. 쉽고 간단해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다. ‘마음 다루기 수업’에도 몇 가지 방법이 제시돼 있다. 혜안 스님은 특히 ‘호흡 명상’과 ‘자애 명상’을 추천했다. 호흡 명상은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는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를 보듯 자신의 자연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다. “자신의 호흡을 지켜보면 잡념이 가라앉고, 조금 더 진행되면 마음이 멈춥니다. 마음이 멈추면 에너지가 충전돼 내면에서 기쁨이 흘러나옵니다. 삶의 에너지가 풍부해지고 평화, 행복이 생기죠. 마음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그러나 마음을 멈출수록 마음의 에너지가 강해집니다. 세상 사람들은 책을 읽는 등 마음을 단련하려 애쓰지만, 명상은 깨어있으면서도 마음을 멈추게 만드는 법입니다. 한번 경험해보면 이런 맛이 있구나 싶을 겁니다.”

두 번째는 자애 명상이다. 자애는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조건 없이 아이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을 자신에게 일으키는 것이 자애 명상이다. “현대인은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스스로에게 엄격하라고 배웁니다. 이게 제대로 된 인격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마음의 병을 만들고, 삶이 괴로워지는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자애 명상은 차가운 그늘에 따뜻한 햇볕을 비추는 행동입니다. 마음에 맺힌 상처가 치유되면 굉장히 편해집니다. 가족, 친구, 동료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를 바랄 수 있게 되죠. 어렵지 않으면서 강력한 명상법입니다.”

스님은 “하루 5분이라도 명상해 보라”고 권유한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하잖아요. 노느니 나에게 자애의 마음을 일으켜 보는 건 어떨까요.”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