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그리움은 기린처럼 목이 길다
쓰린 몸 향기롭게 그늘도 감아올려
하늘에 얼굴을 묻고 늦가을 헤아린다
화첩의 여백으로 허공 깊이 살피면서
삼릉*에 얹혀사는 풀잎들 가슴 속에
바스락, 속지인 듯이 흰 구름 들앉히고
더러는 메마른 몸 바람에게 내어준 뒤
조릿대 쑥부쟁이 그 앞섶 쓰다듬어
잘 익은 풍경 하나를 남산에다 잇댄다
한 세월 갈고닦은 갑골문의 필법같이
어디선가 날아온 한 마리 딱따구리
오늘도 화엄의 세상 푸르게 음각하는
*신라시대 아달라왕, 신덕왕, 경명왕의 무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