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부문 김형수 씨
- “나와 시대의 아픔 위로하겠다”
# 시조 부문 박경희 씨
- “마흔 중반, 나를 위해 잘한 일”
# 동화 부문 박연미 씨
- “재밌고 ‘아이다운’ 동화 쓸래요”
# 단편소설 부문 이화정 씨
- “대중성 51%, 예술성 49% 꿈꿔”
‘새봄’이라는 말에는 안 설레는데 ‘신춘’이라는 단어에는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다고 한다. 몇 번이나 고배를 마시고 속이 타들어갔지만 때가 되면 또 신문사의 사고를 들춰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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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인들. 왼쪽부터 김형수(시), 박경희(시조), 박연미(동화), 이화정(단편소설) 씨.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2018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인 네 사람과 햇살이 제법 따뜻했던 겨울날 만났다. 시 부문 당선인 김형수, 시조 박경희, 단편소설 이화정, 동화 박연미 씨. 얼굴이 ‘볼빨간 사춘기’처럼 상기된 것이 찬바람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당선 전화 받은 지 일주일이나 됐는데 아직도 기분이 너무 좋아서”라며 활짝 웃었다. 문학 지망생들에게는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이 아닐까 한다. 적어도 지금 이 시즌만큼은.
네 사람의 당선소감은 벅찼고, 계획은 다부졌다. 어떻게든 계속 ‘글을 써나갈 사람’이라는 믿음이 들었다.
■당선전화 받은 그 순간
김형수=눈물이 났어요. 신춘문예는 심사위원이 내 작품을 특히 좋게 봐주셔야 하니까 궁합이랄까 그런 운도 따라야 하고, 내가 꼭 잘해서만 당선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정말 기뻤습니다. 좋은 마음으로 뽑아주셨는데 ‘그때 그 사람 잘못 뽑았지’ 그런 말은 안 듣게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화정=저는 정말 좋아서 방방 뜨긴 했어도 눈물은 안 났는데 남편이 울었어요. 하하. 내가 많이 고생한다고 느끼고 있었나 봐요.
박연미=신춘문예 최종심엔 여러 번 올랐지만 항상 마지막 전화가 안 왔어요. 혼자 이 순간을 많이 상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내게도 전화가 온 거예요. 감격스러워서 울먹일 수밖에 없었죠. 최종 확인 전화와 당선 통보 전화 사이 10분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0분이었어요.
■신춘문예를 갈망하는 이유
박경희=이름난, 실력 있는 문인에게 내 글을 평가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장 큰 것 같아요.
이화정=물론 요즘 글을 쓸 수 있는 경로는 많죠, 웹소설이라든가. 사실 저는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쓰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등단은 신춘문예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나중에 내가 어떤 파격적인 소설을 써도, 국제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 하면 기본 실력은 탄탄하다 이렇게 인정해줄 것 같아요. 다들 그렇지 않나요?
김형수=맞아요. 심사위원도 훌륭하고 심사 과정도 투명하니까 공신력이 있죠. ‘신춘’ 이란 단어 자체가 갖는 마력이 있어요. 가슴이 벅차죠. 특히 우리 같은 베이비붐 세대 중 글을 쓰려는 사람들에겐 큰 꿈이에요.
■글을 가슴에 품었을 때
박경희=애들 다 키우고 마흔 중반에 갑자기 힘든 시기가 찾아왔어요. ‘여자는 대체 왜 이렇게 살다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뭐 하나라도 나를 위해 한 일이 없다는 걸 알게 됐죠. 이런 감정을 휴대전화에 일기 형식으로 쓰다가, 고교 때 배운 시조 형식으로 바꿔서 써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시조와 만났죠.
이화정=마흔 즈음 도서관 소설 특강을 갔는데 과제가 글쓰기였어요. 제 글을 보고 유명 소설가였던 강사님이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하셨죠. 그분께 마음의 빚이 커요.
박연미=비슷하네요. 저도 독서·글쓰기 카페 회원으로 가입했다가 선생님의 권유로 글을 쓰게 됐어요. 동화를 유독 열심히 쓰게 된 계기는 따로 있어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조카 둘이 있는데 큰 조카가 어느 날 갑자기 “고모는 대체 언제 작가가 되는 거야?” 물었을 때.
■앞으로 써나갈 글
김형수=글은 나를 위해 씁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쓴 시가 다른 이에게도 위안이 되면 좋겠어요. 서울도시철도 구의역 사고 같은 걸 보면서 ‘기성세대가 참 너무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해요. 자기 아들이라면 그런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버려 두는 걸 당연하게 여길까요. 시인은 그런 시대의 아픔과 부조리에 무덤덤해지지 않아야 하며, 또 위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연미=내가 1차 독자잖아요. 일단 내가 써놓고 참 재미있다고 느끼는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물론 아이들이 좋아해야 하는 게 최우선이고요. 요즘은 소설 같은 작법의 동화도 많고 어려운 동화도 많은데 저는 우선 아이가 공감할 ‘아이다운’ 동화를 쓰고 싶어요.
이화정=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대중성 51%, 예술성 49%를 담보하는 소설을 쓰고 싶어요. 탄탄한 구조를 갖추되 절대 재미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박경희=신춘문예에 당선돼서 좋지만 부담도 크네요. 무슨 일이든 끈질기게 하고, 깊이 알려고 노력해야겠어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요. 시는 내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끝까지 지키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그런 시인이 되고 싶어요.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