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국과 맞닿은 ‘파라다이스’에
-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살고싶은
- 노쇠한 괴짜 노인 칼의 대장정

- 그는 지붕에 풍선 1만개를 달고
- 꼬마불청객 러셀과 함께 떠난다
- 재밌는 상상 속 미지의 모험을!

‘행복이 춤추다. 창의력이 날다.’ 저의 강연 제목들 중 하나입니다. ‘춤추다’는 한자로 ‘무(舞)’, ‘날다’는 ‘비(飛)’이기에 둘을 합치면 ‘무비(舞飛)’가 되지요. 영어 ‘movie’의 발음을 빌려 만들어본 표현입니다. 멋진 생각과 재미있는 상상이 함께 춤추며 훨훨 나는 세계가 무비, 즉 영화이니까요.

그림=헌즈 작가

‘행복은 지금 하고 있는 걸 즐기는 것(Happiness is loving what you do)’입니다. 이건 무명씨의 말입니다. ‘창의성이란 재미있는 걸 할 때 팡팡 돌아가는 머리(Creativity is intelligence having fun)’입니다. 이건 아인슈타인의 명구입니다. 두 문장에서 우리는 행복·재미·창의 등 세 개의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겠습니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과 재미있는 삶과 창의적인 삶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올해 초 연재를 시작하면서 저는 독자와 함께 날 수 있는 ‘행복하고 재미있는 비행’을 꿈꾸었습니다. 이번 호까지 스물세 번의 자유비행(自由飛行)을 하였는데요, 그걸 마음껏 즐길 수 있게끔 큼지막한 ‘창공(蒼空) 지면’을 마련해준 ‘국제신문’에 심심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자유비행에 동승해주신 여러분께도 하트 다발을 뿅뿅 날려드립니다.

그동안 저는 ‘최고(Two Thumbs Up) 평점’을 받기에 모자람 없을 영화들을 선별해 소개했는데요, ‘Two Thumbs Up’에서 끝 단어를 뽑아내 봅니다. 이번 영화 제목이 ‘업(UP )’이거든요. 마지막 영화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여러분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 중 첫 네 행을 함께 감상해보고 싶습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려면(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손안에 무한을 쥐고(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찰나 속에서 영원을 보라(And eternity in an hour).

이 시를 미치도록 사랑한 이들 중엔 스티브 잡스도 있습니다. 그는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회사인 픽사(PIXAR)를 세웠지요. 그가 첫 작품인 ‘토이 스토리(Toy Story)’에 심어놓은 명대사를 소개합니다. ‘무한(無限) 너머의 세계로 비상(飛翔)(To infinity and beyond)!’

이것은 우주비행사 장난감 버즈 라이트이어가 날개를 펴 날아오를 때마다 ‘뽀대나게’ 외치는 말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픽사의 모든 작품에는 ‘To infinity and beyond’의 정신이 담겨있거든요. 우리도 누구나 ‘끝도 한계도 없는 무한’ 너머로 날 수 있지요. 단, 상상력이라는 이름의 날개를 우리가 활짝 펼칠 수만 있다면요.

픽사 작품은 모두 그들의 ‘작고 어린’ 마스코트 램프가 깡충깡충 화면에 뛰어나와 영화 상영의 시작을 알리지요. 주목할 점은, 대문자로 된 이름 ‘PIXAR’의 철자들 중 꼬마 램프가 유독 ‘I’에만 올라 그걸 짜부라트린다는 것이지요. 왜 그렇게 하는 걸까요. ‘i’로 시작하는 단어들 중 하나가 ‘infinity’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 행위의 특별한 이유를 간파할 수 있겠군요.

영화 ‘업’의 한 장면.

‘업’(피트 닥터, 밥 피터슨 감독)의 도입부 15분은 형식이나 내용이 무척 감동적입니다. 놀라운 건 그 안에 음악만 있고 대사는 하나도 없다는 사실. 15분 분량만 단독으로 떼어놓아도 그게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 단편영화로 손색이 없을 정도랍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소꿉친구 엘리와 칼이 운명적으로 만나 성장하고 사랑하여 가정을 일굽니다.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가난하지만 멋진 꿈이 있습니다. 알뜰살뜰 모아 기념비적 모험 여행을 떠나는 것. 15분 중 후반부는 안타깝게도 끝내 꿈을 못 이룬 칼이 혼자 남겨지는 사연으로 갈무리됩니다. 그들 부부의 삶의 기승전결이 그렇게 15분으로 압축됩니다.

지금부터는 도입부 이후의 스토리입니다. 칼은 먼저 떠난 아내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간직된 집에서 외롭게 독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의 홀로서기를 힘들게 만드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도시화의 도도한 물결이 그의 보금자리를 밀어내려 하는 건데요, 칼은 아내가 살아있을 때 함께 세운 계획을 혼자서라도 실행하기로 합니다. 그 계획이란 ‘천국에 가장 가깝게 닿아있다고 알려진’ 베네수엘라의 ‘파라다이스 폭포’ 정상에 가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것.

과연 노쇠해 눈도 잘 안 보이는 칼은 대장정의 첫걸음이라도 뗄 수 있을까요. 그의 묘안은 누구도 상상 못 할 것이어서 흥미진진합니다. ‘업’에서는 무한 너머의 세계로 비상하기 위한 동력 또는 날개가 풍선입니다. 칼은 집 지붕에 무려 1만 개의 풍선을 답니다. 집채 위로(up) 뜰까요? 네, 뜹니다. 아뿔싸, 문제가 생기는군요. 엄마하고만 사는 소년 러셀이 봉사활동을 하러 들렀다가 얼떨결에 ‘비행선’에 무임승차한 것입니다.

괴짜 노인과 불청객 소년은 단짝이 될 수 있을까요? 천신만고 여정의 후반부에서는 ‘파라다이스 폭포’ 정상에 도착하겠지요? 그곳에서 칼이 아내를 위해 행하는 감동적인 의식(儀式)과 희한하고 희귀한 어드벤처는 여러분의 ‘짜릿한 영화감상 체험’을 존중하기 위해 싹 다 가려두기로 합니다.

칼은 돌아와 새 집을 장만합니다. ‘집은 행복한 추억이 꽃피어나는 곳(Home is where happy memories grow)’이라는 명구가 있습니다. 아내를 잃은 후 생기를 잃었던 칼이 다시 행복해집니다. 그의 새 집은 그가 러셀과 함께 친구처럼 가족처럼 행복한 추억을 꽃피울 보금자리이니까요. 그들이 짝꿍이 돼 다시 펼칠 새 모험 이야기…. 꼭 후속편으로 만나보고 싶습니다.


※영국인 신사 필리어스 포그와 그의 프랑스 하인 파스파르투의 여행기인 ‘80일간의 세계일주’(쥘 베른)를 강추합니다. 연말연시에 그들의 상상력에 올라타 함께 여행해보면 어떨지요.

외화번역가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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