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2006년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를 받을때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시를 낭송한 일화를 공개했다.

	(사진=‘알쓸신잡’ 방송화면 캡처)

지난 15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2(이하 ’알쓸신잡2‘)’ 잡학박사들이 서울로 발길을 돌렸다.

이날 유시민은 대한민국 역사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있는 장소를 방문했다. 유시민은 21세기 종묘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그는 6월 민주항쟁에서 피난처가 되었던 종로 5가에 위치한 기독교회관을 찾았던 이야기를 하며 명동성당 등 “아름다운 모습으로 언제와도 기억을 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21세기 종묘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종로&중구’를 돌아본 잡학박사들은 저녁식사자리에 모여 앉았다.

황교익은 “서민들이 먹는 음식에는 유독 빈대떡이 많아요, 빈대떡과 관련해 자료를 찾다가 김종삼 시인의 시를 발견했어요”라며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청문회 과정에서 김종삼 시인의 빈대떡을 읊은 일화와 함께 시를 낭독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 김종삼 시인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 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이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마음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시를 들은 잡학박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황교익은 이어 이진성 헙법재판소장은 청문회를 앞두고 모두발언에서 김종삼 시인의 시를 낭독한 후 했던 말을 언급했다.

이진성 헙법재판소장 “누가 제게 정의가 뭐냐고 물어도 저는 진정한 법률가가 되지 못하므로 잘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인과 다름없이 살아가시는 인정 많은 우리 국민들이 헙법이라는 우산 아래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비합리적인 차별을 받지 않으실 수 있도록 헙법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에서 이 시를 말씀드렸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유시민은 "저도 청문회 때 시를 읊었다"며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언급했다.

유시민의 청문회 당시 영상과 그간 정치 생활을 했던 영상이 함께 나오며 도종환의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의 시의 구절이 어우러졌다.

유시민은 “한 개인의 삶도 다 이런것 같아요. 어떤 길은 가지 않았어야했고, 어떤 길은 정말 가고싶지 않았다. 어쨋든 그 모든 길을 걸어서 내가 여기 있는거야”라며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가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