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향후 작품양도 확신없어”
- 사업 접고 박물관으로 용도변경
- 장녀 “이유없는 중단 납득불가”
부경대가 추진하던 고(故) 천경자 화백 기념미술관 건립(본지 2015년 12월 10일 자 1면 보도)이 사실상 무산됐다. 부경대와 유족은 원인을 서로 돌리며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경대는 “천경자 기념미술관 사업을 접고, 이미 마련한 임시전시실은 학내 박물관 기획전시실로 용도를 변경할 것”이라고 17일 밝혔다. 부경대는 “내년 예산에 천경자 기념미술관 건립과 관련한 예산은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부산 시민의 기대를 모았던 천경자 기념미술관 건립 사업은 2년 만에 폐기의 길로 접어들었다.
부경대는 2015년 12월 11일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73) 씨가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천경자 기념미술관 건립 계획을 밝혔다. 이 씨가 천 화백의 드로잉과 미완성 작품 1000여 점, 개인 소장품 3000여 점을 부경대에 기증하고, 부경대는 2020년까지 대연캠퍼스에 60억 원을 투입해 연면적 1320㎡ 규모로 천경자 기념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업은 지난해 4월 26일로 예정됐던 ‘임시전시실’ 개관이 연기되면서부터 표류했다. 양쪽은 미술관 건립 전 단계로 부경대 박물관이 있는 청운관 건물에 임시전시실을 마련하고 천 화백의 채색화 ‘막간’과 드로잉 등 66점을 전시하기로 했다. 그런데 개관 전날 이 씨가 임시전시실에 작품을 걸러 왔다가 “항온·항습시설과 환풍구가 없어 어머니 작품이 훼손된다”며 전시를 거부하고 자택이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부경대는 “임시전시실에 항온·항습·환풍 시설을 보강한 뒤 이 씨에게 다시 작품을 달라고 (이 씨와 부경대를 연결한) 모 명예교수를 통해 두 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 응답이 없었다. 앞으로 작품을 받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미술관 건립을 더는 추진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부경대 측은 또 “임시전시실 공사는 이 씨가 소개한 업자가 맡아 진행했는데, 공사가 잘못됐다고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이 씨는 그동안 경기도 양주시, 전남 고흥군과도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다 작품을 주지 않아 무산된 전례가 있다”고 이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이 씨는 본지 취재에서 “협약서에 따라 부경대는 2020년까지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 협약에 따라 어머니 작품의 소유권은 이미 부경대에 넘어가 있다. 합당한 이유 없이 미술관 건립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며 “어머니의 작품을 공공기관에 기증해 모든 시민이 누리도록 하고 싶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씨는 “부경대가 협약 체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술관 건립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밝히는 실시설계조차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머니 작품을 내놓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지역 미술계 한 전문가는 “유족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미술대학이 없는 등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부경대가 천경자 화백 작품만 염두에 두고 유족 측과 세밀한 조율 없이 사업을 추진하다 일이 틀어진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