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믿음이 있는 이에게 기적을
- 신념이 있는 이에게 용기를
- 꿈이 있는 이에게 희망을…’

- 일주일 간 신이 된 브루스
- 삶의 문제를 해결할 답은
- 스스로 찾아야 함을 깨닫는다

‘인생을 사는 방식엔 두 가지만 있다. 하나는 어떤 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게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There are only two ways to live your life. One is as though nothing is a miracle. The other is as though everything is a miracle).’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명구입니다.

그림=헌즈 작가

톰 새디악이 만든 코미디·드라마 ‘브루스 올마이티(Bruce Almighty)’는 ‘기적’이 소재입니다. 주인공 브루스 놀란(짐 캐리)은 뉴욕 주 버팔로 시의 TV 방송국 리포터입니다. 그의 삶은 아인슈타인이 말한 두 가지 가운데 전자일까요, 후자일까요? 흥미롭게도 후자→전자→후자로 그의 삶의 방식이 바뀝니다. 그에겐 어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요.

마음씨가 따뜻하고 입담이 좋은 브루스는 버팔로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소박하고 훈훈한 스토리를 발굴해 소개합니다. 지금은 비록 붙박이 리포터이지만, 그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앵커가 돼 스튜디오에서 멋들어지게 일하는 꿈입니다. 보도국장도 그의 장밋빛 꿈을 향해 ‘엄지 척’을 해 보입니다.

과연 브루스에게 곧 ‘good news(복음(福音), 희소식)’가 올까요. 아니라는 건 영어 제목 ‘Bruce Almighty’가 잘 말해줍니다. 영어 ‘Almighty God’은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뜻이지요. 이걸 뒤집으면 ‘God Almighty’가 되고 그 뜻은 ‘젠장!’이나 ‘빌어먹을!’입니다. ‘God Almighty’를 변주한 게 ‘Bruce Almighty’입니다. 브루스의 인생이 된통 꼬이게 된다는 걸 암시하지요.

꿈에도 그리던 앵커 자리는 사내 경쟁자인 에반 백스터가 꿰차버립니다. 성실하고 착실한 브루스가 반칙과 아부의 달인에게 기회를 뺏긴 것입니다. 머리꼭지에 불이 붙은 브루스는 이제 ‘백스터(Baxter)’를 대놓고 ‘백스태버’라고 부릅니다. ‘등(back)’에 ‘칼을 찌르다(stab)’가 영어로 ‘backstab’인데요, 그런 비열한 행동을 하는 자가 ‘백스태버(backstabber)’거든요. 하루는 브루스가 하늘을 향해 이렇게 소리칩니다. “신이시여, 왜 저를 미워하시나요(God, why do you hate me)?” 왜 자기에게만 기적을 안 내려주느냐고 항의하는 것이지요. 세상에나, 그의 불만을 들은 창조자가 친히 내려옵니다.

‘1주일간 신이 되게 해준다면 당신은 뭘 하겠습니까(If you could be a God for one week, what would you do)?’ 이 영화의 광고 문구입니다.

창조자(모건 프리먼)는 브루스에게 뭐랄까, ‘핸드오프(handoff, ‘바통 터치’는 콩글리시)를 제안합니다. 1주간 휴가를 가야 한다며 브루스에게 직무 대행을 맡기려는 것이지요. 대신 조건을 답니다. 신의 능력을 발휘하더라도 두 가지는 절대 하지 말라는 것. 과연 브루스는 그 약속을 잘 지킬까요? 무슨 경고인지는 스포일러여서 가려둡니다.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 한 장면.’

브루스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마음껏 사용합니다. 사발에 든 토마토 수프를 눈빛으로 갈라 ‘홍해의 기적’도 뚝딱 일으킵니다. 자기 동네에 소행성을 떨어트리고는 1번으로 달려가 TV 방송 카메라 앞에 섭니다. 특종 현장에는 항상 그가 제일 먼저 출동합니다. 그리하여 이런 별명을 얻습니다. ‘미스터 특종(Mr. Exclusive)’.

브루스는 누구의 어떤 기도든 다 들어줍니다. 그 결과로 세상은 대혼란에 빠집니다. 자신이 변질돼가고 있다는 걸 깨달을 무렵 여성 동료와 꽁냥꽁냥하다가 연인인 그레이스에게 들킵니다. 도움을 청하자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난 신이 한 말씀 남기곤 사라집니다. “문제를 해결할 답은 자네 스스로 찾게.” 사랑을 잃고서 답을 찾으려고 방황하던 브루스를 질주하던 트럭이 받아버립니다.

이번엔 브루스의 영혼과 신이 만나는군요. 브루스는 참회합니다. 한눈팔며 이기적으로 살아온 나날을 반성합니다. 신은 결정적 충고를 해줍니다. 그러곤 그를 지상으로 돌려보냅니다. 초심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리포터로 뛰며 이웃의 작고 정겨운 스토리를 찾아다닙니다.

찬송가 노랫말처럼 ‘한때 길을 잃고 눈멀어 방황했건만 새 눈과 삶을 찾아준(I once was lost but now I‘m found/ Was blind, but now I see)’ 창조자의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도 경험합니다. 창조자의 결정적 충고란 뭘까요? 이것입니다. “자네, 기적을 보고 싶나? 자네가 기적이 되게(You want to see a miracle, son? Be the miracle).” ‘네가 기적이 되라’는 것은 곧 ‘스스로 더 노력해서 달라지면 그 변화의 과정과 결과가 기적’이라는 뜻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다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기적의 주인공인 셈이지요.

이런 종교적 명구가 있습니다. ‘신은 내려주십니다. 믿음이 있는 이에게 기적을. 신념이 있는 이에게 용기를. 꿈이 있는 이에게 희망을. 타인을 품어주는 이에게 사랑을(God gives miracles to those who believe, courage to those with faith, hope to those who dream, and love to those who accept).’

스스로 노력해서 변화하는 기적을, 언론인으로서 불의에 맞서는 용기를, 미래 설계를 위한 희망을, 그리고 이웃을 위한 배품의 사랑을 다시 찾은 브루스에게 그의 연인 그레이스가 달려가 안깁니다.


※타인의 고민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남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관해서도 생각해본 적 없는 결점투성이 젊은이들에게 과거로부터 편지가 날아드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추천합니다.

외화번역가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