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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74> 자갈치시장 고래고기

보들보들… 쫄깃쫄깃… 한 점씩 씹을 때마다 펼쳐지는 맛의 향연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2-12 19:25:2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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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장생포 중심 포경업 성행할 때
- 한 달에 1000여 마리나 잡혔던 고래

- 고래고기로 유명했던 자갈치시장서
- 싼 값에 듬뿍 먹을 수 있었던 서민음식
- 고기가 소고기의 고소한 맛과 비슷해
- 육개장·두루치기 등에 대신 넣기도

- 부위별로 12가지 맛을 내는 미식이지만
- 1986년 포경 금지 이후 가격 비싸져
- 일본은 아직 연구목적으로 포경한 후
- 초밥·튀김·베이컨 등 식재료로 활용

고래는 바닷속 포유동물로 오래전부터 인간과는 친근한 동물이었다. 몸집도 크지만 그들의 일생 또한 베일에 싸여 있었기에, 신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신비의 동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래는 1미터 크기인 돌고래류부터 길이 30미터 무게 160톤에 달하는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80여 종이 전 대양에 걸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형 고래류 9종을 포함해 35종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선사시대 때부터 인간은 고래를 사냥의 대상으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자연의 상징으로 대해 왔다. 비근한 예로 울산 반구대 암각화만 보더라도 인간과 고래의 사투는 서로의 목숨을 걸고 벌이는 처절한 생존의 현장이었던 것이다.
맛이 쇠고기와도 비슷한 고래고기. 콜레스테롤 없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 건강과 피부에도 좋은 식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근대 해양산업의 총아, 고래

우리 해역의 근대 포경은 구한말 일본, 러시아 등 서구 열강들에 의하여 이뤄졌다. 해방 후에는 울산 장생포를 중심으로 한 근해 포경업이 성업했는데, 한 달에 천여 마리가 장생포를 통해 들어올 정도로 그 개체 수가 많았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포경금지협정에 의해 근해에서의 상업포경이 금지되고부터는 연안에 설치된 그물에 스스로 걸려 혼획된 고래와 선박과 부딪혀 좌초한 고래들을 해경에 신고 후 식재료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공급이 불안정하고 수요에 크게 미치지 못해 꽤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기도 하다.

고래는 크게 이빨고래류와 수염고래류로 분류되는데, 이빨고래류는 이빨이 있어 큰 생선이나 물개 등을 주먹이로 한다. 돌고래류들과 범고래, 향유고래 등 70여 종이 있다. 수염고래는 이빨이 없는 대신 입안의 수염으로 플랑크톤이나 작은 갑각류들을 걸러 먹는다. 흰수염고래, 참고래, 혹등고래, 밍크고래 등 13종이 있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최대 12가지의 맛이 난다. 인기 부위를 한 접시에 담은 모둠 고래고기.
고래는 고기와 기름, 수염 등을 활용하였는데, 고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고, 기름은 화장품, 비누의 원료나 공업용 기름으로, 고래수염은 유럽 여성의 속옷인 코르셋, 칫솔 등으로, 향유고래 배설물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용연향(龍涎香)이라는 향료로 널리 쓰였다.

고기는 수염고래의 살을 주로 사용한다. 이빨고래는 육질에 특유의 짙은 체취가 강한 반면, 수염고래는 살이 부드럽고 달기에 그렇다. 북극의 에스키모인과 노르웨이, 일본 등지에서는 생으로, 스테이크로, 수육 등으로 상식한다.

특히 일본은 과학적 연구목적으로 일정량의 고래를 포경하여 식재료로 활용을 하고 있는데, 전통적으로 참치와 더불어 고래고기를 최고의 미식중 하나로 귀히 여기고 있다. 고래회, 고래초밥, 고래튀김, 고래베이컨, 고래전골 등 그 종류도 다양하게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울산 장생포와 포항 죽도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에서 고래 고기를 취급하고 있다. 죽도시장은 방어진에서 해체한 고래를 전국에 도소매로 유통하고 있고, 장생포는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된 곳으로, 집단화 된 고래전문음식점에서 고래 음식들을 맛볼 수가 있다. 고래회, 고래육회, 고래생고기, 고래수육, 고래찌개, 고래두루치기 등이 그것이다.

■소고기 대체식품으로 맹활약

고래고기를 돈가스처럼 튀긴 고래 커틀릿.
자갈치 시장. 부산 하면 자갈치요, 자갈치 하면 곰장어와 고래고기였던 시절. 30여 년이 훌쩍 넘었을까? 시인 지망생이던 몇몇 지인들과 자주 들리던 자갈치시장의 고래고기 좌판. 그 시절만 해도 상업포경이 허용되던 때라 고래고기는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었다.

쇠고기처럼 한 근 두 근씩 팔았을 정도로 생산량이 많았기에, 가벼운 주머니 사정으로라도 쉬 좌판에 앉을 수가 있었다. 좌판에 앉아 고래고래 노래도 부르고, 열띤 문학 토론과 시대적 불만의 표출로 서로 주먹질도 불사하던 시절. 단골에게는 고기도 듬뿍듬뿍 얹어주고, 외상도 스스럼없이 잘 해 주던 시절이었다.

자갈치시장에서 구입한 고래고기는 가난했던 서민들에게는 소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몇 근씩 구입한 고래고기는 새끼 끈에 묶거나 신문지에 둘둘 말아서 가족들 저녁 찬거리로 활용되었다.

고래 붉은 살로는 무를 쓱쓱 베어 넣고 소고기국처럼 끓여 먹었고, 기름기 있는 부위로는 두루치기 하듯이 볶아 먹기도 했다. 가장들은 오랜만에 막걸리에 고래수육 한 점으로 술추렴을 하기도 했었다. 소금에 푹 찍어 먹으면, 그 고소한 맛이 입 안 가득 돌고 돌았다.

이처럼 고래고기는 그 맛이 쇠고기와 비슷해, 소고기 대신 많은 음식들을 조리해 먹었다. 소고기육개장, 소고기국, 불고기전골, 두루치기 등 소고기 음식의 대체 식재료로 널리 쓰였던 것이다. 그만큼 고래는 한때 바다에서 나는 흔한 육류 취급을 받기도 했었다.

■12가지 맛을 내는 맛의 향연

고래고기를 유독 좋아하는 일본의 마트에서 파는 고래고기 식품.
고래고기. 각 부위별로 12가지의 맛을 낸다는 음식. 입에 익숙해지면 짙은 풍미로, 맛의 극치로 안내하는 미식가들의 일미(一味). 그러하기에 고래 한 점씩 입에 넣을 때마다 다양한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 점씩 씹을 때마다 서로 다른 맛을 내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풍성하다. 풍부한 미감으로 입이 호사하는 음식이 고래고기인 것이다.

자갈치시장 고래고기는 모두 수육으로 내놓는데, 부위가 10여 가지로 일별된다. 지방의 풍부한 맛과 살살 녹는 부드러움이 좋은 뱃살(우네), 쫄깃쫄깃 오돌오돌 씹는 맛이 좋은 꼬리, 지느러미(오베기), 돼지 삼겹살처럼 지방과 껍데기, 살코기가 잘 배합된 등살(바가지), 짙은 체취를 내는 대창이나 콩팥, 허파 등 고래내장, 다 먹고 조금 모자랄 때 서비스용으로 더 얹어주는 고래살코기…. 부위마다 맛이 다르고 씹히는 차이가 확연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곁들여 먹는 방법도 여러 가지여서 그 또한 재미지다. 고기의 참 맛을 보려면 소금에 찍어 먹고, 진한 맛을 좋아하면 오래 삭힌 멸치젓국이 좋겠다. 역한 냄새가 싫으면 묵은지에 싸서 먹어도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먹는 방법이 수백 가지나 된다는 고래고기. 콜레스테롤이 없는 불포화 지방산을 다량 함유해,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하는 등 건강장수식품으로도 널리 알려진 음식이기도 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의하면 경어(鯨魚), 고래어(古來魚)로 불리며 우리 민족에게도 친숙했던 고래. 무분별한 남획으로 그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주요 미래해양자원 고래를, 향후 다양한 해양산업에 접목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연구와 관리가 필요로 하겠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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