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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를 찾아서 <14> 함안 달전사

고요 속 엄숙함 절로… 매년 한 서린 넋 위로 무차수륙대재 거행

  •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  |   입력 : 2017-12-12 19:11:13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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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주지 원명스님 창건
- 대웅전·용왕각·관음전 등 보유
- 사자·코끼리 위 보살상 특이
- 스님 20여 명 참여 수륙대재
- 범패·화관무·바라춤 등 선봬

경남 함안군 칠원읍 유원리에 자리 잡은 달전사는 칠원읍 사무소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멀지 않은 곳이지만 의외로 계곡 깊숙한 산속이어서 읍 소재지의 북적거림과 달리 고요함이 이어지는 산사(山寺) 중의 산사다. 달전사로 향하는 길은 떨어진 낙엽들이 바람에 휩쓸리며 내는 ‘바스락’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조용하다. 여기에 차량 한 대가 통행할 수 있는 길이 굽이굽이 계곡 안으로 나 있다. 신도가 아닌 사람이 절이 있다는 소리만 듣고 길을 따라 찾아가면 계곡의 바람을 타고 흘러나오는 불경 소리를 듣기 전까지 ‘절이 어디에 있나?’라는 궁금증이 생길 만큼 산 중이어서 엄숙함이 절로 솟는다. 특히 겨울의 산사는 신도 외에 찾는 발걸음이 드물어 더욱 고요하다.
   
경남 함안군 칠원읍 유원리 달전저수지 뒷편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달전사의 대웅전과 삼성각. 불경 소리가 산 속까지 울려퍼지는 산사 중의 산사다.
달전사는 칠원읍 사무소에서 유원초등학교까지 2.4㎞를 달린 뒤 계곡 등을 따라 4㎞를 더 가면 된다. 차량 진입이 가능해 금방 절에 다다를 수 있으나 유원초등학교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달전사까지 걸어 올라가면 여름에는 우거진 수림으로 절까지 시원하게 걸을 수 있다. 초겨울에는 낙엽을 밟으며 잠시나마 산행의 운치를 만끽할 수 있다. 달전사 가는 길의 중턱에 있는 달전저수지의 풍광은 사계절 내내 가슴이 탁 트이는 시원함을 준다.

■고요한 산사 중의 산사

   
소원등이 가득한 달전사 대웅전 내부. 석가모니불과 문수보살, 보현보살을 모시고 있다.
전국 대부분 사찰에서는 마음을 하나로 모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들어가는 일주문을 가장 먼저 만나고 이어 동서남북의 사천왕을 볼 수 있다. 달전사는 특이하게 문이 없다. 절과 이어진 길이 끝나는 곳에 다다르면 바로 절 안이다. 대웅전 등 건물을 건립하는 데 전력을 다하다 보니 아직 일주문까지는 여력이 미치지 못했다.

달전사는 1987년 주지 원명 스님이 세웠다. 계곡 한쪽의 자그마한 밭뙈기이던 곳에 절이 들어선 것이다. 수백 년 된 전통사찰은 아니라도 함안군 내 이름 있는 사찰 중의 하나다.원명스님은 “이곳에 불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보다 인연에 이끌려 찾았고 절을 세우게 됐다”고 창건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마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태백시의 범패사를 찾아 출가했다. 7대 장손이었으나 부모가 흔쾌히 출가를 허락했다. 7년의 세월이 흐른 1987년 가세가 기울자 부모를 봉양하려 함안을 찾았다가 부모의 지인이 내준 780여 ㎡ 땅에 토굴이나 다름없는 연면적 60여 ㎡ 남짓한 전각과 요사채를 지었다.

불사를 마련할 때 달전마을 주민들이 거들면서 몇 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그때의 전각과 요사채는 지금 흔적이 없고 그 자리에 웅장한 대웅전과 삼성각, 관음전, 용왕각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웅전에는 석가모니불이 가운데를 지키고 좌측에는 지혜를 완전히 갖춘 보살로서 석가모니불의 지덕과 체덕을 맡아서 석가모니불의 교화를 돕는 문수보살(文殊菩薩)이 있다. 우측에는 부처님의 이치와 명상, 실천(행원·行願)을 관장하는 보현보살(普賢菩薩)을 모시고 있다. 여느 절과 달리 문수보살은 사자 위, 보현보살은 코끼리 위에 앉아있는 것이 특이하다.

대웅전 안에는 소원 등이 빈틈없이 걸려 빛을 발하고 있다. 부처님의 뒤 오른편에는 인도의 토속 신뿐 아니라 중국과 우리나라의 토속신 등 104위의 신을 모신 신중단(탱화)이 있다.

용왕각은 연중 물이 마르지 않는다. 절을 짓기 전 달전마을 주민들은 몸에 피부병이 생기면 이곳에서 몸을 씻었다. 효험이 있어 30여 년 전까지 이곳에서 목욕하는 주민이 많았으나 이후 다양한 피부병에 맞는 약이 나오면서 몸을 씻는 모습은 사라졌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이 물의 영험함을 믿고 있다. 관음전 앞에는 9층 석탑이 있다. 스리랑카에서 부처님의 사리 4과를 가져와 모시고 있다.

■모든 영혼 극락 이끄는 수륙대재

달전사는 불가(佛家) 수륙재의 의식 요점을 정리해 모아놓은 책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를 보유하고 있다. 경남 유형문화재 제603호이다.

1568년 경상북도 상주의 보문사에서 간행했는데 보관상태가 양호하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전쟁의 현장 등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는 수륙재를 거행하면서 이를 근거로 거행하는 등 매우 중요한 책으로 인정받는다. 또 수륙재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주지 원명스님은 2007년부터 매년 6월 6일 달전사 경내에서 무차(無遮)수륙대재를 열고 있다. 스님은 “6·25 전쟁 때 함안은 서북산에서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지는 등 격전지였다. 전쟁에서 돌아가신 우리나라 군인과 UN군, 민간인, 북한군 등 모두 한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애환을 풀고 극락세계로 인도하기 위해 올해까지 11회에 걸쳐 무차수륙대재를 거행했다”며 “매년 수륙대재 때 신도와 주민들이 많이 찾아와 모든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수륙대재 때 불교의 의식 음악인 범패와 화관무, 바라춤 등 불교 무용, 미술 등 불교 종합예술을 접할 수 있다. 원명 스님에게 수륙대재와 범패를 배운 20여 명의 스님도 참여한다.

지난 5월에는 달전사 수륙보존회 주최로 함안군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함안 달전사 수륙재의 가치와 의미’를 주제로 학술연구회도 열렸다.

원명 스님은 “달전사가 아니라 영남 범패를 널리 알리기 위해 무차수륙대재를 열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의 안녕과 한스럽게 죽어간 영혼을 천도하기 위해 해마다 수륙대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수윤 기자 synho@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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