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밤 10시부터 익일 새벽까지 수목드라마 ‘흑기사’가 실시건 검색어에 올랐다. 같은 날 첫 방영한 ‘로봇이 아니야’ 보다 상위에 이름을 올렸으니 표면적으로는 성공이다. 물론 호평도 많다. 대체로 배우 신세경 연기력이 늘었다는 평가와 외모를 언급하는 내용이다.

(사진 = ‘흑기사’ 방송 캡처)

하지만 드라마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1697년 프랑스 동화 작가 샤를 페로가 잉태한 ‘신데렐라’가 300년 넘게 살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은 비참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사는데, 남자 주인공은 너무 잘 살아서 이를 구원해준다는 줄거리 속에서 신데렐라는 300년을 살아남아 신세경이 되었다.

성별 캐릭터를 따지고 보면 ‘드라마 한 편에 너무 진지하다’는 생각이 쏙 들어간다. 평범한 여행사 직원인 신세경을 속이고 바람을 핀 남자친구 직업은 검사다. 극중에서 신세경 이모는 악착같이 모은 재산을 부동산 투기로 날렸다. 몸도 성치 않다. 약을 먹고 죽을 뻔한 신세경이 이번엔 행운의 여신으로 변했다. 상한 오삼불고기를 자신만 먹지 않은 것이 행운의 시작이었는데, 그렇게 출장을 떠난 곳에서 그가 만난 사람이 김래원이다. 극중 김래원은 드라마 홈페이지 설명 그대로 극중에서 외제차를 끌고 근사한 옷을 쫙 빼입은 ‘성공한 젊은 사업가’다. ‘흙수저’를 구원해 줄 ‘흑기사’가 등장한 모양새다.

(사진 = ‘흑기사’ 방송 캡처)

성별 배역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면 신세경이 그동안 맡아왔던 캐릭터가 시종일관 궁상맞았다는 시청자들 지적도 눈에 들어온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가 겹쳐 보이는 영향도 있겠지만, 2013년 ‘남자가 사랑할 때’부터 그는 가난이 미치도록 싫고 지긋지긋한 캐릭터를 골라 맡는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한두 번이지, 너무 반복되다 보니 신세경이라는 배우를 딱 이 정도 틀에 가둬 해석하게 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간 JTBC 예능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 매체에서 여성들을 약하고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왜곡한다는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가사는 여성 몫임을 무의식중에 드러내는 수십 년 전 고무장갑 광고 느낌. 시청률이 전부인 드라마에 엄청난 작가 정신을 바랄 수야 없겠지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신세경이 행운의 여신이 됐는데 김래원을 만나 정점을 찍은 것처럼 써 내보내는 매체들도 잘못이다. 물론 이제 첫 방영했을 뿐이니 지켜 볼 여지는 있다.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