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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72> 부평깡통시장

‘부산의 부엌’ 식도락 성지되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28 19:14:48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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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때 일본인 생필품 시장이자
- 한국전쟁 후 밀수품 팔던 곳
- 고난·격동의 현대사 고스란히

- 문화관광형 야시장으로 유명
- 어묵·돼지국밥 등 향토음식부터
- 동남아·유럽 등 다문화 먹거리
- 최신 퓨전 아이템도 침샘 자극

부산은 ‘시장의 도시’이다. 수많은 이주민들이 지금의 부산을 형성했다면, 이들이 타지에서 생활의 근거를 찾아야 했던 곳이 시장이었다. 먹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팔아야 했고, 살기 위해서 무엇이라도 먹어야 했기에, 부산의 시장은 그만큼 절박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즉석에서 익혀주는 불고기초밥
특히 ‘부평깡통시장’은 ‘한국 근현대사의 그늘’ 속에서 그 시작을 알린 대표적인 공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의 생필품시장으로 개설된 조선 최대의 공설시장이었고, 한국전쟁의 뒤안길 속에서는 군수물자 암거래시장이었던 ‘깡통시장’이 성업했던 곳이다. 지금은 부산 최대의 야시장이 부산의 밤을 밝히며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부산의 부엌’이라 할 만큼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식도락의 중심지이면서, 부산을 상징하는 문화관광형 재래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야시장 덕분에 밤에 더 활기를 띠는 부평깡통시장
부평시장은 1910년 제 2호 시장(20명 이상의 상인이 한 장소에서 장을 여는 시장)으로 개설되어, 당시 조선 최대의 공설시장으로 유명했다. 이 시장 모퉁이에 백풍가(白風街)라는 골목이 있었는데, 늘 이곳에는 흰 옷을 입은 조선 사람들이 일본인 물품을 사기위해 서성였다. 당시 이국의 물품과 음식들이 신기하고 좋기도 했으리라.

부평시장을 일명 ‘깡통시장’이라고도 불렀다. 말 그대로 ‘깡통음식’을 팔던 곳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에 미군이 주둔하면서, 이들이 먹던 깡통음식들이 음성적으로 대거 반출되는데, 이 물건들을 난전에서 사고팔았던 것이 깡통시장의 시작이다. 한때는 외국 밀수품 판매의 근거지이기도 했었다.

■부산 대표음식의 발상지

어묵꼬치
부평깡통시장은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의 발상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부산음식문화의 새로운 원형이 태동했다는 뜻으로, 특히 부산어묵과 부산돼지국밥의 발상지로서의 그 위상은 매우 크다 하겠다. ‘부산어묵’의 시작은 문헌상으로 부산 부평시장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부산어묵은 일본의 ‘가마보코(蒲모, かまぼこ)’라는 음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생선살을 으깨고 반죽해서 튀기거나 찌거나 구운 생선묵 형태의 음식을 말한다. 1915년 부산부청 발간 ‘부평시장월보’에 따르면, 주요 거래 점포 중에 ‘가마보코’ 전문 점포 3곳을 최초로 기록하고 있다.

부산돼지국밥도 그 원형은 부평깡통시장에서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부평깡통시장에서 터를 잡은 이북 여인들이 돼지의 대가리와 부산물을 넣고 끓여낸 것이 오늘의 부산돼지국밥의 시작이라는 것. 이 때문에 지금도 부평시장은 전통의 부산어묵과 부산돼지국밥을 취급하는 곳이 여러 곳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생 호래기
부평깡통시장 죽 골목도 그 역사가 깊다. 국제시장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부평깡통시장은, 한국전쟁 시절 미군부대 사람들이 먹다 남긴 잔반을 걷어서 죽을 만들어 팔았는데, 일명 ‘꿀꿀이죽’, ‘UN탕’이라고 불리던 음식이다. 당시 꿀꿀이죽은 육식을 위주로 하던 미군들의 잔반으로 끓여냈기에, 피난민들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해냈었다.

이렇듯 부평깡통시장의 ‘전쟁음식’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피란민들을 먹여 살렸던 부산 특유의 ‘공유와 배려’의 음식문화를 태동시키는 데 일조를 했다. 같은 값이면 양 많고 싼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나누는 음식이 부산음식의 특징이자 미덕이었다. 이 음식들로 지난했던 시절 굶주린 이들은, 가족과 더불어 하루의 끼니를 이어나갔던 것이다.

■음식의 새로운 트렌드 한눈에

우유 튀김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로 새로운 트렌드의 지역음식이 전국적으로 부평시장을 대변하고 있다. 유부 속에 당면을 넣고 탕으로 끓여낸 ‘유부주머니 전골’과 구수하고 매콤한 맛에 씹는 맛까지 일품인 ‘비빔당면’, 부산어묵을 잔뜩 넣고 볶아낸 ‘어묵잡채’, 그 외에 ‘어묵꼬치’와 ‘떡볶이’ 등이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들로 급부상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문화 관광형 시장’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덧붙여 ‘밤의 시장’인 ‘부평깡통야시장’이 개설되면서 부평시장은 더욱 그 유명세를 타고 있다. ‘깡통시장’에 어둠이 들면 기존 부평깡통시장 100여 미터의 골목에 서른 여개의 상품진열대가 일렬로 속속 들어선다. 어둠이 내리는 무렵부터 자정 가까이까지 시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진열대마다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음식들을 선보이고 있다.

늘어서 있는 진열대에는 부산의 향토 먹거리와 외국 다문화 음식, 색다른 유행의 퓨전 먹거리 아이템이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다. 천천히 걸으며 그 면면을 살펴본다.

양꼬치와 문어꼬치
문어와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문어치즈바, 야채에 대패삼겹살을 말아낸 대패삼겹말이, 얇게 저민 소고기를 노릇하게 구운 소고기 육전, 가리비 위에 치즈를 올려 구운 가리비 치즈구이, 치즈를 튀겨낸 우유튀김, 즉석 소고기초밥, 칠게를 튀긴 베이비크랩, 소라구이와 문어구이 등 다양한 꼬치류, 소고기를 먹기 좋게 잘라 소스를 듬뿍 올린 큐브스테이크, 다양한 소스로 볶아낸 돼지곱창과 돼지껍데기, 달달한 디저트 빵과 빵 속에 스프를 담아서 먹는 빠네, 컵에 각양각색의 전구를 반짝반짝 달고 눈으로 먹는 생과일주스 등등, 음식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면서도 제각각 나름의 퓨전적인 특징을 잘 살리고 있다.

베트남식 튀김만두 ‘짜요’
또 매대 몇몇 곳에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다문화음식을 직접 조리해 판매를 하는데, 그 종류만 해도 넉넉하다. 베트남 튀김만두 ‘짜요’와 쌀국수, 인도네시아의 볶음국수 ‘미고랭’, 중국식 만두 딤섬, 문어를 넣고 구운 일본식 풀빵 ‘타코야끼’, 터키 아이스크림, 홍콩 에그 와플 등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음식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것도, 깡통야시장의 매력이라면 아주 큰 매력이 되겠다.

이렇듯 부평깡통시장은 현대와 전통이 공존하는 부산 최초의 공설시장이면서 부산 최초의 야시장이다. 국제시장, 자갈치시장과 더불어 ‘해방공간과 한국동란’이라는 고난과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떠안았던 시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더욱 애틋이 사랑받는 시장이다. 그러하기에 이곳에서 태동한 음식의 유래와 탄생배경, 시장의 역사와 시장의 명물 등을 콘텐츠화하여 방문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를 관광문화화해야 할 책임이 있다. 뿐만 아니라 야시장 내 세계 각국의 음식을 제공함으로써 다문화 음식문화가 꽃피는 ‘다문화 음식의 발상지화’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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