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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20> 말(言)로 돌아본 올해 우리 사회 풍경

‘권위’ 있는 말을 하길, 나와 다른 ‘네 생각’에 귀기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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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27 19:34:0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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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이 부르짖은 국민의 권리
- 평등·공정·정의로 답한 대통령
- 권위주의서 헤매는 갑의 권위
- 토론을 차단하는 어긋난 비판
- 사회가 빠르게 요동치더라도
- 공동체 언어는 중심을 잡아야

2017년, 우리 사회는 뜨거웠다. 올해 한국의 풍경을 ‘언어’를 매개로 되돌아본다면, 관련 항목의 앞자리에는 어떤 말이 와야 할까?
   
올해 5월 10일 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때의 ‘취임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시작한 국민의 거대한 함성이자 비판이자 질문이 “이게 나라냐!”였고, 그에 대한 답변이자 귀결이 그 취임사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가운데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는 대목이 울림이 컸다.

그 이전과 비교할 때, 우리 사회의 ‘말’이 조금씩 안정감과 신뢰성을 찾아간 모습을 올해 볼 수 있었다. 정치 영역 등의 속성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적어도 이전 정부 때보다 우리 정치와 사회의 말은 덜 험악했고, 더 안정됐고, 꽤 다정해졌다고 느낀다. 이런 분위기가 깨지지 않고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얻는 게 꽤 많을 것이다. 언어풍경은 사회의 거울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맞는지, 바람직한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언어 현상과도 마주쳤다. 올 한 해 우리 사회의 맥박이 무척 빨리 뛰다 보니, 말 또한 덩달아 꽤 출렁거렸다. “권위를 내려놓는다” “권위를 버리고”라는 식의 표현을 올해 유난히 많이 접했는데, 솔직히 당혹스러웠다. 권위는 ‘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 전문가는 참 권위가 있어’라든가 ‘이 분야의 권위자’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알 수 있다.

내려놓거나 버려야 할 건 권위를 빌미로 갑질을 일삼는 권위주의임이 분명하다. 물론, 권위를 버린다 할 때 실제로 뜻하고자 하는 바는 권위주의를 버린다는 것임은 안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은 어릴 때부터 기성의 권위 자체에 도전하는 반항심이 있었다”는 표현처럼 권위 그 자체에 도전하는 정신을 뜻하고자 할 때 권위를 공격하는 표현은 성립한다. 그렇다 해도, 권위와 권위주의를 헷갈리면, 언어생활에 혼란이 올 여지가 아직은 충분히 크다.

“그건 니(네) 생각이고”라는 말도 비슷하다.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의 분위기가 형성되자 이 말을 이전보다 훨씬 자주 듣게 됐다. 이 말이 “네 생각에만 사로잡혀서 보편적 이치에 맞지 않는 말만 하지 말고 폭넓게 생각하라”는 충고와 비판의 뜻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토론하고 논쟁하는 근본 이유가 바로 그 ‘니 생각’을 듣기 위한 것이다. ‘니 생각’을 듣지 않으려면 토론은 왜 하나? 혼자 결정하지.

최근 들어 부쩍 많이 쓰이는 ‘부분’이라는 낱말에 이르면, 할 말이 조금 더 많아진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사회에서 ‘권위자’로 인정받는 유시민 작가, 김훈 소설가, 황교익 음식 칼럼니스트 등의 좌담 프로그램을 잘 들어보면 ‘부분’이라는 낱말을 별로 안 쓴다. 이들 고수는 말을 좀 더 명쾌하게 쓴다는 뜻이다. 예를 들고자 문장을 하나 만들어 보면 이렇다. “그 부분은 현재 상황에서는 명쾌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토론이 필요한 지점이거든요.”
다른 건 몰라도, ‘부분’을 명쾌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지칭하는 대명사로 너무 자주 쓰면 말과 글의 아름다움을 해친다. 덜 쓰거나 알맞게 써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언어의 주인은 그것을 쓰는 사람(언중)이니 시대나 사회 환경에 맞게 말이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알맞은 말을 알맞게 쓰는 노력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쓰는 말의 뜻과 쓰임새를 잘 알아야 토론은 원활해지고 생각은 더 잘 정돈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공동체 문화를 살리기 위해 더욱 많은 토론과 논쟁과 비판이 필요할 것이다. 말에 ‘권위’가 생기고, ‘니 생각’을 더 잘 듣는 좋은 언어풍경이 그 과정에서 펼쳐지면 좋겠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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