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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꽁트로 만나는 유치찬란한 우리들 인생 /박진명

한밤중의 작은 풍경 - 김승옥 지음/문학동네/1만3000원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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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24 19:06:0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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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보기엔 심각하게 보이지만
- 거리 두고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 웃고 넘겨버릴 크고 작은 사건들
- ‘무진기행’으로 널리 알려진 김승옥
- 짧은 글인 꽁트라는 장르에 담아내
- 자아성찰 위한 좋은 길잡이가 될 듯

인생은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희극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말이라 인생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을 가까이에서 보느냐 멀리서 보느냐에 따라 단순히 희비가 나뉘는, 관찰의 위치에 따른 도식적인 결과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처한 삶과 인생을 어떤 시선으로, 혹은 얼마나 거리를 두고 바라볼 것인지를 묻는 철학적인 질문을 포함하고 있다.

   
꽁트라는 장르는 짧은 글 속에 이런 희비의 전환을 담아내기 좋은 형식이다. 혼자 골똘해있거나 내게는 심각한 문제도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는 웃고 넘어갈 일이라거나, 남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이 자기 인생에서는 나름의 연속성이나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거나….

예전에 허름한 술집에서 밤을 새워가며 사람이 10분간 숨을 참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놓고 열띤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물속에서 숨 참기 세계 기네스 기록, 단전호흡과 복식호흡, 인간과 같은 포유류인 고래가 한 번에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온갖 지식이 동원됐다. 그때는 정말 열심히 토론했는데 그 모습을 누가 보고 있기라도 했다면 주사가 특이하다거나 정말 할 일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을 테다.
멀리서 바라보면 씩 웃을 수밖에 없는 삶의 한 단면, 습관이나 태도를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자신의 이야기를 멀리서도 가까이에서도 보는 기회가 없다면 여전히 골똘한 무엇, 이해가지 않는 상황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무진기행’으로 널리 알려진 김승옥의 소설전집 중 5권은 짧은 단편소설을 모은 꽁트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밤중의 작은 풍경이라는 책 제목처럼 거리를 두고 인생을 들여다보면 웃어 넘길 수밖에 없는 우리의 크고 작은 사건들과 마주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늘 과부에게 마음이 약했던 김수만 씨가 결국 아내에게 이혼당한 사연을 담고 있는 ‘김수만 씨가 패가망신한 내력’에서, 혼자 살기는 어려울 텐데 어쩔거냐는 질문에 사내는 “우리집 과부를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벌어 보내는” 진짜 할 일이 생겼다고 대답한다. ‘남편의 호주머니’에서 아내는 남편이 바람 났다고 의심해서 호주머니를 뒤지고, 남편은 아내의 불신에 화가 난 상태다. 술에 취해 길을 걷다가 차 사고로 사망한 남편의 양복 호주머니에는 편지이자 유서가 들어있다. ‘앞으로는 남편의 호주머니를 뒤지지 말 것.’

   
이 밖에도 그토록 보고싶어했지만 보여주지 않던 아내의 알몸을 아내가 사고난 뒤 옷을 갈아입히느라 피투성이가 된 상태로만 볼 수 있었던 남편, 만나던 여자에게 맞추느라 배려심이 몸에 배었으나 정작 그 성격 때문에 헤어지게 된 남자의 이야기, 셋방살이에 목욕을 맘대로 못하던 부부가 처음으로 가족탕을 이용하면서 두근거리는 이야기, 친구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줬더니 사실은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이야기,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면 좋겠다던 옛 연인을 배탈이 나 엉덩이를 까고 있던 기차 화장실 칸에서 운명처럼 마주친 이야기 등이 실려 있다.

나름 진지했고 고심했던 삶 속에 덕지덕지 묻어있는 유치찬란함을 발견하고 한 번 웃어 넘기는 것은 건강을 위해서도 삶의 성찰을 위해서도 좋겠다. 꽁트가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기획자·청년정책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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