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는 영화를 품은 TV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시청률과 별개로 그 취지에 호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방송은 ‘전체관람가’가 아니라 ‘문화예술인 관람불가’라 칭할만했다.

‘전체관람가’ JTBC

해당 방송은 ‘독립 영화 발전’을 목적으로 내세우며 TV에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영화감독들을 불러들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 그런 인물들 중 하나였다.

이처럼 ‘문화계 공익을 위한다’는 목적을 함축한 ‘전체관람가’가 기어코 문화계의 치부를 드러내고 말았다. 어김없이 문제는 돈이었다. 당초 ‘전체관람가’가 내세운 3000만 원의 제작비 상한은, 이름도 돈도 없는 영화인들의 현실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광현 감독의 ‘거미맨’에서 이 ‘돈’을 두고 문제가 불거졌다. 그는 돈에 관련한 모든 문제들을 사람들의 인정에 호소해서 해결했다. 그는 사정해서 보조출연자를 포함해 약 200명의 배우를 동원하는가 하면, 70여 명의 스태프를 촬영에 투입했다.

감독은 ‘인맥’과 ‘좋은 취지’를 앞세워 배우와 의상, CG, 밥차 등을 ‘얻어냈다’. 좋은 포장지 속에 들어간다고 해서 착취당한 노동과 가치들이 고결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날 박 감독이 보여준 ‘능력’은 부지불식간에 후배들의 꿈은 짓밟고, 그들이 처한 ‘무보수 노동’ 혹은 ‘열정페이’ 역시 포장하고 양산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날 방송을 보고 입을 떡하니 벌리며 ‘대단하다’했을 지도, 패널들이 그러했듯 박장대소하며 웃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한 제작진들과 거기에 출연한 감독들만큼은 거기에 그쳐서는 안됐다. 발전을 말하며 병폐에 기생한다면 적폐의 일부가 될 뿐이다. 기생하지 않고 비판해야만 한다.

현재 ‘전체관람가’의 시청 소감 게시판에는 수 많은 비판 게시글이 이어지고 있다. 비록 관리자에게만 공개돼 있어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영화계의 오래된 폐단만 부각시키는 프로가 되어가네요’, ‘점점 변해가는 의도.. 누구를 위한 프로그램?’ 등의 제목에서 그 취지를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전체관람가’는 매주 일요일 밤 10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