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은퇴 계획을 묻더라고요. 내 나이에 받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질문인데, 은근히 서운하면서도 ‘언제까지 그릴까’ 고민했고 근간에 답을 찾았습니다. 분명히, 죽기 전까지!(웃음)그림에서 손을 떼기 어려워요. 최근엔 만화일기를 펴냈어요. 남들은 글로 일기를 쓰지만, 나는 틈틈이 그림으로 일상을 기록했는데 출간을 하자데요. 쑥스러웠는데 딸은 다른 작품보다 오히려 일기가 재미있다 그럽디다. 하하.”

지난 8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허영만 화백이 밝힌 ‘은퇴계획’이다. 멈추지 않는 창작, 집요한 취재와 공부로 여전히 앞서가는 작품을 그려가는 허 화백은 일흔 살 나이에도 현역 만화가로 독자를 만난다. 그런 일상을 담은 허영만의 만화일기 3이 나왔다. 지난 7월 출간한 1, 2권에 이은 이번 책은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기록이다. 손자가 커가는 모습, 새 작품 고민과 구상, 만화가로서 최초로 연 예술의전당 전시, 해외여행 에피소드, 생활인의 소소한 느낌이 특유의 재치있고 소탈한 그림으로 실렸다.

‘책상에서도, 현장에서도, 달리는 차 안에서도 기억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정신없이 그려댔다’는 허 화백의 만화일기 원본은 2011년 시작해 마흔 권을 넘겼다. 정돈되지 않은 거친 선과 흘려 쓴 글씨가 순간을 붙잡고자 한 만화가의 마음을 전한다.

‘만화가 버팀목이고, 여전히 현역이기를 원한다’는 노장 현역의 치열하고 담담한 고백이 독자들 마음을 두드린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