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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중국은 어떻게 유능한 정치 지도자를 뽑을까 /정광모

차이나 모델 - 대니얼 A. 벨 지음/김기협 옮김/서해문집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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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10 19:18:06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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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적·덕성 평가 ‘중국 현능주의’ 조명
- 서양식 선거 민주주의 약점 보완한
- 새로운 정치 시스템 모색 제안

1인 1 투표권은 우리 피에 깊이 녹아 있다. 히틀러의 나치는 민주주의 선거를 통해 1933년 정권을 잡았다. 누군가 선거로 수상이 된 히틀러를 들어 현명한 자에게 투표권을 2장 주자고 외치면 그는 공론 시장에서 쫓겨날 것이다. 1945년 해방 후에 보통선거를 얻은 우리도 이럴 지경이면, 긴 혁명을 통해 1인 1 투표를 쟁취한 나라에선 씨도 먹히지 않을 주장이다. 무엇보다 누구를 현명한 자로 인정할지 나라가 시끄러울 것이다. 학력으로? 재산으로? 시험을 쳐서? 어떤 방안도 골치 아프다.
   
시진핑 집권 2기의 시작을 알리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체대표대회가 지난달 열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과 전·현식 공산당 간부들이 당대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선거민주주의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선출되는 지도자에게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는 집을 짓는 사람에게 전기나 배관을 다루는 실력을 요구한다. 비행기 조종사와 의사는 오랜 실습과 자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치 권력’만은 예외다. 나라를 운영하는 대통령이나 시장과 국회의원은 경험 여부가 문제 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1인 1표 선거로 뽑히기만 하면 정당성을 얻는다는 믿음은 과연 올바른가? 그런 믿음으로 무장한 사람은 선거로 집권한 나치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을 보면서 당황한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민주주의 선거로 뽑힌 지도자의 허약성을 폭로했다. 더구나 10년, 20년 장기간에 걸쳐 일관되게 시행해야 효과를 보는 국가 정책도 많다. 선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국가 정책이 휘청대면 장기적인 나라 발전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동쪽으로 한참 걸어갔는데 다시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가야 한다면 얼마나 국가와 시민의 에너지 낭비가 심한가?

최고 지도부를 민주주의 선거로 뽑지 않고 능력과 덕성이 뛰어난 사람을 뽑는 방식은 어떨까? 저자 대니얼 A. 벨은 싱가포르와 중국과같이 오랜 시간 능력을 검증해 최고 지도부를 뽑는 방식을 현능주의로 부르며 선거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을지 묻는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 체제다. 낮은 층위 관리를 뽑을 때는 인민과 소통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간부를 뽑을 때는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정책 결정을 하는 합리성과 능력, 그리고 실용성과 청렴성을 고려한다고 한다. 중국 정부 말을 그대로 믿을 수야 없지만, 고위 간부가 되려면 엄혹한 선발 과정을 거쳐 최고 실적을 올려야 지도부에 입성한다. 또 간부는 다양한 해외 사례 학습과 교차 근무,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만 한다.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최고급 정책 결정을 집단으로 처리해 지도자 개인이 엉뚱한 정책으로 나라를 망칠 위험을 줄여준다.

또 중국은 관료와 정치권력가 사이에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유능한 관료가 얼마든지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다. 중국은 지난 40년 사이 엄청난 경제 발전을 성취하면서 중국에 특유한 정치체제가 경쟁력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서양식 민주주의처럼 마을 단위에서 국가 최고 지도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층에서 민주주의 선거라는 한 가지 방식으로 충분한 것일까? 저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복잡한 과제를 잘 다뤄야 하므로 경제, 외교, 국방, 역사, 정치 철학 등에 정통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대 세계는 워낙 빨리 변하므로 최고 지도자급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현능주의 체제에서 뽑힌 지도자는 과연 실력으로 검증된 자일까? 지금 중국 최고 지도자 중 시진핑 주석을 비롯한 여러 명이 옛 공산당 고급 간부의 자제인 태자당 출신이다. 공산당 일당 체제의 간부 부패도 고질병이다. 현능주의는 만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준다는 옛 과거에 맥을 두는 제도다. 그 장점을 살리려면 태자당과 같은 공공연한 연고주의가 줄어들어야 한다. 또 간부들이 상급자에게 충성해야 승진하기 쉬운 풍토도 개선해야 한다.

저자는 정치 지도부에서는 현능주의를, 하층에서는 선거 민주주의를 실시하면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저자도 중국의 현능주의 정치 체제는 중국과 문화와 정치 체제가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기 쉽지 않다고 말한다. 선거 민주주의를 운영하는 어느 나라 정치인이 선거가 아닌, 검증된 능력과 덕성을 평가해 최고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관철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만약 중국 정치가 계속 발전하고 중국이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모두 개방과 포용이 커져 세계가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인정하게 된다면 어떨까? 서양이 발전시킨 선거 민주주의 브랜드 힘은 강력하고 뛰어나다. 그에 맞서 ‘현명한 황제 시스템’으로 불러도 좋을 중국 모델이 보여주는 가치도 주목할 만하다. 많은 사람이 선거로 뽑힌 정치인을 그놈이 그놈이라며 비난한다. 새로운 정치 모델을 위한 다양한 상상력을 키워 보자.

소설가·‘작가의 드론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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