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당당한 ‘짝퉁’ 전성시대

라이프 트렌드 2018 아주 멋진 가짜 - 김용섭 지음/부·키/1만6000원

  • 국제신문
  •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  |  입력 : 2017-11-10 19:02:24
  •  |  본지 12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진짜에 자격지심 없이 쿨하게 가짜 소비하는 2030
- 시티즌 오블리주·당당한 사표 등 내년 트렌드 소개
‘짝퉁’은 진품 앞에서 초라하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게 상식이었다. 오만하게 고개를 들고 ‘그래, 내가 베꼈다’고 선언하는 가짜들이 등장하면서 세상에 군림하던 진짜는 혼란에 빠졌다. 그 진짜를 얻기 위해 사력을 다한 기성세대와 함께.
   
프랑스 유명 브랜드 베트멍은 택배회사의 유니폼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상품을 만들어 버젓이 고가에 판매했다. ‘멋진 가짜 트렌드’가 변형된 형태다.  부·키 제공(왼쪽), 디자이너 스텔라 메카트니가 디자인 한 인조 모피 옷. 부·키 제공
2013년부터 매년 당대의 라이프 트렌드에 관한 책을 써온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2018년 키워드로 ‘아주 멋진 가짜(Classy Fake)’를 제안했다. 모피의 비윤리성을 힐난하며 등장한 페이크 퍼(가짜 모피)에 진짜 모피 옷보다 더 큰 돈을 지불하는 사람들. 불행한 닭이 낳은 공장식 닭장의 계란을 먹느니 식물 단백질로 만든 인공 달걀을 먹겠다는 사람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베트멍이 한국의 짝퉁 소비를 비꼬려는 의도로 내놓은 ‘공식 짝퉁 옷’에 열광하는 사람들.

이처럼 전복적으로 가짜를 소비하는 이들은 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다. 그들은 가짜를 입고 신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쿨하다, 멋지다고 느낀다. 이들이 향유하는 가짜는 진짜에 대한 자격지심이 없기 때문이다. 명품을 베끼기만 한 짝퉁이라면 태생적 한계로 주눅 들겠지만 진짜를 패러디하거나 키치적으로 해석한 가짜는 당당히 가짜임을 밝힌다.

수직에서 수평으로 바뀐 진짜와 가짜의 관계는 심지어 역전되기도 한다. 명품의 값싼 대체제로 치부되던 패스트패션에 명품 브랜드들이 협업을 제안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소비자가 처음으로 자본의 가치 결정에 개입해 주도한 결과라고 해석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가짜’에 대한 탐닉은 소비재를 사고파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VR(가상현실)을 떠올려보라. 부산에서 비행기로 열 다섯 시간 날아가야 볼 수 있는 유럽 미술관의 그림을 VR을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면, 게다가 붓질까지 느낄 수 있게 고해상도로 촬영됐다면 그 그림은 진품인가 가품인가. 그 문화 행위는 가짜인가 진짜인가. 실제로는 우울한 삶을 사는 사람이 SNS에 자신의 풍요롭고 행복한 모습만 찍어 올리며 과시욕을 채운다면 SNS 속 그의 삶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젊은 세대의 일상에 안착한 IT 기술은 전반적인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시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허물어버린다.

   
이 책이 내년 라이프 트렌드로 주목한 항목에는 ‘멋진 가짜’ 말고도 ▷제모하는 남자 ▷시티즌 오블리주 ▷나만의 월든 ▷당당한 사표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등 12가지가 있다. 이 모든 키워드를 관통하는 단어는 역시 Y(Y2K)세대,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 2030이다. 기성세대에게는 조금 서글픈 말일지 몰라도 소비와 생산, 그리고 세계의 공통 흐름과 가치관을 창출하는 주도권은 젊은 세대에게로 넘어갔다. 당연한 일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윤기성 신부의 사목 이야기
사목자의 참된 영성
반짝반짝 문화현장
미학자 이성희와 함께본 치바이스(薺白石) 전
국제시단 [전체보기]
그믐달 /심규환
도마, 그 일상 /최옥자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차라리 쥐새끼에게 투자상담을 받지
"1863년 1월 1일부로 남부연합의 모든 노예들을 즉시, 그리고 영원히 해방한다"
리뷰 [전체보기]
엄마와 딸, 할머니…우리와 닮아 더 아련한 이야기
관객과 하나된 젊은 지휘자의 ‘유쾌한 구애’
방송가 [전체보기]
가수 효민, 핀홀 카메라 만들기 도전
이연복 제자된 홍수아, 요리 실력은
새 책 [전체보기]
바닷바람을 맞으며(레이첼 카슨 지음·김은령 옮김) 外
진흙발의 오르페우스(필립 K.딕 지음·조호근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전세계 나라의 수도 비밀
북유럽 삶의 하나, 땔나무 문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여수로 가는 막차-한희원 作
거실의 고양이-이진이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넌, 유령이 진짜 있다고 생각해? 外
골칫덩이 친구? 개성 넘치는 친구!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국밥 /박현덕
아버지 /이석래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7기 가그린배 프로여류국수전 결승3국
제9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전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더 나은 세상 만드는, 그들이 진짜 스타
참 따뜻했던 배우, 고 김주혁을 떠나보내며…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잃고 나서야 그의 소중함을 알다
‘인간다움’에 대한 더 깊어진 철학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중국은 어떻게 유능한 정치 지도자를 뽑을까 /정광모
짧은 시구들, 그 속에 긴 사색의 여운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짧게 피었다 지는 ‘로빙화’처럼…가난에 시든 소년의 꿈 /안덕자
승효상의 건축, 비움과 나눔의 미학을 담아내다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문화예술, 도시재생 등 경제와 접목하면 시너지”
비 메이커스 좌담회
BIFF 리뷰 [전체보기]
기타노 다케시 감독 ‘아웃레이지 파이널’
정재은 감독 ‘나비잠’- 뻔한 멜로…그러나 뻔하지 않은 감동
BIFF 피플 [전체보기]
‘레터스’ 윤재호 감독
‘헤이는’ 최용석 감독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7년 11월 17일
묘수풀이 - 2017년 11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18일
오늘의 BIFF - 10월 17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7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7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전체보기]
臣不如也
患不知人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