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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6> 어디에도 없고, 모든 곳에 있다

우리는 왜 잡을 수 없는 것을 찾으려 하고 소유하려 할까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10 19:27:06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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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민식이 악역으로 출연해 눈길을 끌었던 뤽 베송 감독의 ‘루시’라는 영화가 있다. 평균 10%인 인간의 뇌 사용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상상하는 SF 영화이다. 과연 우리의 뇌 사용량이 100%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몸이 사라져버리는 것으로 그것을 표현한다. 주인공을 보호하던 사람이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나는 어디에도 없고, 나는 모든 곳에 있습니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루시’ 한 장면.
재미있는 말 아닌가. 이 영화는 부처의 원리를 말하는 것이다. 부처는 안팎 구분 없이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러므로 모든 곳에 있다. 부처는 정해진 모습을 따로 갖지 않는다. 그러므로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의 기억에 잘못이 있었다. ‘모든 곳에 있다’는 대사만 있지 ‘어디에도 없다’는 대사는 영화에 없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멋진 영화적 표현을 봤다고 생각했던지라 다소 실망스러웠다. 뭐 어쨌든 부처는 모든 곳에 있고 어디에도 없다.

부처는 우렁각시다. 그 존재는 보이지 않지만 삶의 모든 현장에 밥과 반찬이 마련되어 있고, 빨래가 되어 있고, 청소가 되어 있다. 다만 모든 현장에 뚜렷한 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것을 소유하려 하면 문제가 된다. 어느 곳에나 부처가 있지만 딱 한 곳, 집착하는 곳에는 부처가 없기 때문이다. 우렁각시를 ‘자기 것’으로 잡아두고자 했던 청년은 사랑을 잃고 만다.

여기 집착의 명수인 저팔계의 선보는 얘기가 있다. 저팔계가 과부의 세 딸과 선을 보았다. 저팔계는 혼자이고 딸들은 셋이었던 터라 배필을 정하는 놀이를 하게 되었다. 저팔계의 눈을 가리고 술래잡기를 하여 손에 잡히는 사람을 배우자로 삼기로 한 것이다. 아름다운 세 딸이 움직일 때마다 패옥소리가 짤랑대고, 사향 냄새가 가득 풍겨왔다. 그런데 손으로 잡으려 하면 빠져나가고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해도 딸들을 손에 잡을 수 없게 된 저팔계가 울상을 짓자 새 방법이 제시된다. 세 딸이 지어놓은 진주 속옷을 입어보라, 맞는 것이 있으면 그 옷의 주인을 신부로 내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저팔계가 진주 속옷을 입자 그것에서 밧줄이 자라나 저팔계를 묶어 버리고 만다.

이 세 딸의 이름은 진실(眞), 사랑(愛), 연민(憐)이었다. 진실, 사랑, 연민이라는 것은 특별한 모양을 따로 갖지 않는다. 특별한 모양이 따로 없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 그 어머니의 성은 ‘가짜(假)’였다. 이 성을 붙이면 손에 잡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모습의 진실, 사랑, 연민은 가짜라는 말이 된다. 그 아버지의 성은 ‘없음(莫)’이었다. 이 성을 붙이면 손에 잡을 수 있는 어떤 특별한 모습의 진실, 사랑, 연민이라는 것은 없다는 말이 된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이처럼 소유할 수 없다. 세상 어디에 진주 속옷과 같은 궁극의 본질이 따로 있겠는가. 우리는 현장의 이것을 버리고 진주 속옷과 같은 속 알갱이를 찾아 어딘가 헤매는 저팔계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가 지금 버리고 있는 이것이 바로 진실 사랑 연민이고, 이것이 바로 부처이다. 그것은 바로 보면 모든 곳에 있고, 따로 찾아 손에 넣으려 하면 어디에도 없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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