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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70> 홍합(담치)

오동통한 살은 쏙쏙, 뽀얀 국물은 훌훌 … 이맘때 생각나는 소주 친구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1-07 18:43:54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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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껍데기 붉은 색 띄어 ‘홍합’
- 참담치·진주담치로 분류
- 굴 양식장의 골칫거리 생물서
- 배고픈 시절 구황식품으로

- 다져서 넣으면 고소한 죽
- 시원하고 깊은 국물 으뜸
- 잘 말린 담치 넣은 ‘탕국’
- 부산·경남 제삿날엔 필수

홍합은 서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면서, 싸고 영양가가 높아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던 식재료였다. 해안 여느 바위틈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홍합은 바닷가 사람들에게는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다양한 음식으로 활용되던 찬거리이기도 했다. 때문에 보릿고개 시절을 어렵게 나던 그들에게는 고맙고도 기꺼운 식재료였다.
왼쪽부터 담치국, 담치밥, 담치죽
■담치, 열합, 합자, 섭 … 다양한 이름

홍합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다량 분포하는 조개류로 바닷가 암초 지대에 널리 서식하는데, 접착성이 강한 족사(足絲)를 이용해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군집을 이루고 산다. 껍질이 붉은색을 띠기에 ‘홍합’이라 하며 지방에 따라 열합, 합자, 강원도 쪽에서는 ‘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삶거나 쪄서 말린 것을 담채(淡菜)라고 하여 구한말에는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옛날에는 국으로 끓여 먹거나 찜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고, 쪄서 말린 것은 제사상의 탕국이나 산적으로도 이용했다. 이외에도 밥이나 죽, 찜, 부침개, 포장마차 안주 등으로도 활용했던 ‘밥상 위의 팔방미인’이었다.

홍합은 크게 나누어 우리나라 토종인 ‘참담치(일명 오배기)’와 ‘진주담치’로 분류된다. 참담치는 주로 자연산을 채취하였으나, 남해 일부 지역에서 양식을 시작하여 최근에는 연간 5000t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외래종인 ‘진주담치’는 수하식 굴 양식장에서 번식하던 골치 아픈 해적생물이었는데, 이후 맛이 좋아 식용으로 이용되면서 현재는 굴 다음 가는 주요 양식 품종 중 하나가 되었다. 국물이 시원해 다양한 해물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배고픈 서민 달래준 식재료

우리나라 토종인 참담치(일명 ‘오배기’). 홍합은 부산에서 담치로 불리며, 싸고 영양가가 높아 서민들에게 널리 사랑받은 식재료이자 소주 한 잔의 친구로 더할 나위 없는 안주다.
이 홍합을 부산에서는 ‘담치’라 불렀는데, 어려웠던 시절 구황식품으로 활용되던 식재료였다. 없는 살림의 밥상에는 늘 담치 살 넉넉히 넣은 밥에 담치국 한 그릇이면 기꺼웠는데, 달큰한 감칠맛과 함께 향긋한 바다 냄새가 감도는 ‘담치 밥상’ 한 그릇이면 배도 불뚝 일어서고 반나절은 그저 든든했었다.

가족이 아플 때면 집안의 어머니들은 토종 담치인 ‘오배기’를 칼로 정성스레 다져 참기름에 노릇하게 볶다가 쌀을 넣고 담치죽을 만들어 주셨다. 고소한 맛에 한 그릇 ‘뚝딱’ 하고 나면 마음만은 금방이라도 툭툭 털고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만큼 깔깔한 입맛을 살려주는 짙은 해감 냄새가 풍성하던 음식이었다.

그뿐인가? 바다 마을의 아이들은 늘 배가 고팠다. 바닷가에서 천둥벌거숭이로 뛰어놀다 출출하면 갯바위 주위에 흔히 있던 고둥이나 담치를 구워 먹거나 삶아 먹곤 했다. 바닷물에서 바로 구하여 먹었기에 짭짤하면서도 진하고 고소함이 남다른 추억의 별미였다.

호주머니 가볍던 청년 시절, 포장마차의 소주 안주에는 늘 담치국이었다. 포장마차 맨 중앙에 담치를 담은 큰 솥이 걸려 있었는데, 김이 슬슬 끓어오르는 ‘담치국물 한 사발에 소주 한 잔’이면 세상 부러운 것 하나 없었다.

부산·경남지역에서는 제례 행할 때 올리는 ‘탕국’에도 꼭 들어가야 하는 식재료였는데, 말린 담치를 넣고 끓인 탕국은 시원하면서도 맛이 진해 깊은 맛을 냈다. 그 때문에 담치를 넣은 탕국이 있어야 제삿밥도 맛있고, 음복에 가장 어울리는 술국으로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부산에는 부침개에도 담치 살을 넣어 먹었다. 쪽파나 정구지 넣고 담치살 쫑쫑 다져 전으로 구우면 바다 향 그득한 부침개가 되었다. 콩나물을 삶아 양념하고 굴, 홍합 등을 푸짐하게 넣은 뒤, 전분 물에 슬슬 덖으면 얼큰하고 진한 ‘담치해물찜’을 맛볼 수도 있었다.

부산의 여느 해녀 촌에 가면 화목에 냄비를 걸고 담치를 삶아 담치국을 끓여준다. 해녀가 바다에서 직접 채취한 담치를 깨끗하게 손질하여 양파, 땡초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통통하게 벌어진 담치국이 근사하게 상에 오르는 것이다. 특히 국물은 땡초의 알싸함 때문에 소주 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뽀얀 국물이 끝이 없을 정도로 시원한 담치국은, 또한 숙취를 풀어주는 대표적인 해장 요리 중 하나이기도 하다. 뜨거운 국물 한 대접 훌훌 둘러 마시면, 진하면서도 아릿한 담치 특유의 국물이 사람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것이다.

■담치국 한 그릇에 소주 한 잔

담치는 맛도 맛이거니와 그 효능도 꽤 든든하다. 칼슘, 칼륨, 비타민, 철분,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몸속에 축적된 나트륨을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 여성의 빈혈이나 노화 방지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숙취 해소에 좋은 타우린 성분과 고지혈증 등 성인병에 좋은 불포화지방을 함유하고 있어 중년 남성에게도 안성맞춤인 식재료이다.

담치는 조리법도 간단해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좋다. 담치를 껍데기째 잘 씻어 냄비에 넣고, 자작하게 물을 부은 후, 마늘, 양파, 고추 등 간단한 양념을 넣고 끓이다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담치국이 되고, 담치 살을 다져 쌀과 함께 안치면 담치밥이, 죽을 끓일 때 넣으면 담치죽이 된다. 간단하면서도 고소하고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담치국으로 유명한 해녀 촌을 찾았다. 단골 해녀가 각종 해산물과 함께 시원하고 맵싸한 담치국 한 그릇을 내온다. 소주 한 잔에 담치 국물을 훌훌 불어 한 모금 들이켠다. 짜르르.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진한 바다 냄새가 물씬 난다. 짭짤하고 달큼한 국물이 시원하기조차 하여 그저 흔쾌하고 기껍기만 하다.

속 알맹이가 탱글탱글 오동통한 담치 살을 맛본다. 부드러우면서도 약간의 쫀득거림이 있고, 살살 녹으면서도 탱탱한 식감이 느껴진다. 아릿한 조갯살의 향도 좋고, 진한 감칠맛의 풍부함 또한 그저 그만이다.

이렇게 담치국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온몸이 든든해진다. 겨울에 특히 잘 어울리는 음식이기에 ‘담치국 한 그릇에 소주 한 잔’이면,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풍성하게 채워주는 것이다.

값이 싸기에 서민들에게는 가장 만만한 식재료인 담치. 이제 겨울 초입으로 접어든다. 겨울바람에 몸이 움츠러들 때 가장 따뜻한 친구와 가까운 포장마차에 들르시라. 그리고 입김 호호 불며 소주 한잔 기울일 때, 뜨끈한 담치국에 소주 한 잔 하시라. 부드럽고 알진 담치는 쓴 소주 뒤끝을 짭짤하고 달콤하게 가셔주고, 뜨끈한 국물은 겨울 날씨 속 언 몸을 뜨겁게 지져줄 것이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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