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일 영화의전당서 선보이는
- 창작춤 공연 ‘턴 투워드 부산’
- 세계에서 부산을 향해 묵념하며
- 참전용사 기리는 동명 행사를
- 에너지 넘치는 춤으로 탄생시켰다
11월 첫 주의 ‘반짝반짝 문화현장’ 주인공은 ‘정신혜무용단’으로 일찌감치 잡아놓았다. 달리 따로 염두에 둔 대안 같은 것도 없었다. ‘11월 첫 주는 무조건 정신혜무용단의 ‘턴 투워드 부산’ 기사로 간다 ’는 방침만 확고부동했다.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라는 세상 하나뿐인 아름다운 행사가, 좋은 표현력과 높은 에너지를 공인받는 무용단의 손길을 거쳐 창작춤 작품으로 태어난다는 소식이 그만큼 ‘빅 뉴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근거를 꼽아본다면, 세계인이 함께하는 추모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이 비로소 부산 예술인들의 손끝에서 큰 규모 종합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된다는 의미가 일단 선명하다. 부산 시민으로서는 ‘턴 투워드 부산’ 행사에 걸맞은 문화 상징물을 하나 더 가질 수 있게 됐다.
또 한가지 관심 끄는 요인이 있다. 이는 ‘턴 투워드 부산’ 행사가 워낙 부산에만 고유한, 다른 도시는 갖고 싶어도 갖기 힘든 역사·문화 자산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부산문화재단 공적인 지원을 받아 창작춤 작품으로 형상화되는 ‘턴 투워드 부산’이 과연 ‘1회 공연’에 끝나지 않고, 최소한 연례 공연 또는 상설 공연되는 계기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엄청난 공력을 쏟아부어 만든 춤 작품을 한 차례 공연한 뒤 끝내는 대신, 다시 활용할 기회를 찾는 것과 부산의 정체성과 마음을 담은 연례 공연 또는 상설 공연 작을 마련하는 것은 부산 예술계와 문화행정의 오랜 과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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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춤에 바탕을 둔 창작춤 ‘턴 투워드 부산’에 출연하는 춤꾼들이 신라대 무용 연습실에서 군무를 연습하고 있다. |
■부산에서만 나올 수 있는 춤 콘텐츠
2017년 부산문화재단이 경연 끝에 ‘2017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부산브랜드콘텐츠 제작’(이하 부산브랜드 콘텐츠) 작품으로 선정한 정신혜무용단의 70분 짜리 창작춤 ‘턴 투워드 부산’(안무·연출 정신혜)이 오는 9, 10일 오후 7시30분 그리고 11일 오후 5시30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다. 영화의전당과 정신혜무용단이 공동 기획한 작품이며 국가보훈처, 부산시 등이 후원한다.
“‘턴 투워드 부산’이라는 제목이 주는 무게감이 무척 무거웠어요. 작품을 구상하고 준비하기 위해 부산 남구의 유엔기념공원에 가게 됐죠. 어릴 때 단체로 방문했을 때는 잔디밭과 여러 나라 국기만 보고 돌아왔던 곳인데, 이번에 가서는 천천히 묘비를 둘러보고 만지면서 20대 나이에 6·25 전쟁에서 전사해 여기 누운 세계의 젊은이들을 자꾸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멈춘 곳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섣불리 다룰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깊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작품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저를 봤죠.”
이 작품을 기획하고, 안무와 연출을 맡은 정신혜 대표(신라대 무용학과 교수)는 “특히 부산 사람은 11월 11일을 오로지 빼빼로 데이로만 알아선 안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춤 작품으로서 ‘턴 투워드 부산 ’을 접하려면, 6·25 전쟁 참전 유엔군 전사자를 추모하는 국제적 행사인 ‘턴 투워드 부산’을 먼저 만나야 한다. ‘턴 투워드 부산’은 2007년 캐나다에서 시작됐다. 6·25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희생된 유엔군 전사자의 넋을 기리고자 해마다 11월 11일 오전 11시 세계 곳곳에서 참가자들이 부산 유엔묘지를 향해 1분간 묵념하는 행사다. 묵념 뒤 한국의 국가보훈처장이 추모 메시지를 낭독하면, 이 메시지는 당시 참전한 21개 나라에 전달된다.
■터키 유엔군 유족 30명 직접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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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찾은 안무자 정신혜 교수. 정신혜무용단 제공 |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국가보훈처와 줄곧 협의했습니다. 결국, 유엔군 참전 용사 유족을 공연에 초청할 수 있었어요. 둘째 날인 10일 한국전쟁 때 희생된 터키의 유엔군 유족 30명이 영화의전당에 공연을 보러 오십니다.” 정신혜 대표는 유엔군 유족 초청 소식을 전하며 “이 분들을 모실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창작춤으로서 ‘턴 투워드 부산’은 어떤 특징을 지녔을까? “무용수는 15명입니다. 뛰어난 기량의 춤꾼을 최선을 다해 모았습니다. 동림소년소녀합창단 25명도 특별출연하고요. 임진영 음악가가 모든 곡을 작곡했고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했습니다. 영상은 단지 배경으로 삼는 게 아니라 춤꾼과 영상 사이 상호 작용성(인터랙티브)을 강조합니다.” 출연진과 스태프를 합치면 100명 넘는 인원이 오래 준비한 작품이다.
정 대표는 “‘턴 투워드 부산’을 춤으로 만들면서 춤과 음악에 신경을 무척 많이 써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이 작품을 언제든 재공연하거나 상설 공연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초를 닦기 위해서다. “춤 공연의 핵심이자 기본은 춤이므로 15명의 춤에 풍부한 표현을 입히고 에너지를 불어넣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공을 많이 들인 임진영 작곡의 오케스트라 음악은 유에스비(USB·이동식 저장장치) 하나에 들어가죠.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상설 공연·연례 공연을 최대한 쉽게 하기 위해 이 두 가지 기초 요소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는 “부산 춤계에서 창작 공연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관행을 바꾸려면, 누군가 현재의 관행이라는 톱니바퀴에 돌멩이를 탁 꽂아 일단 멈추고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에서 제작비 1억5000만 원을 지원받아, 부산만의 ‘유니크’한 역사·문화 콘텐츠인 유엔기념공원과 ‘턴 투워드 부산’으로 만든 부산 브랜드 콘텐츠 작품이 현재의 무심한 관행을 탁 멈추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 작품에 어떻게 구현됐을지 관심을 끈다. R석 5만 원, S석 3만 원. (051)999-5301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