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책 읽어주는 여자] 짧게 피었다 지는 ‘로빙화’처럼…가난에 시든 소년의 꿈 /안덕자

로빙화 - 중자오정 지음/김은신 옮김/양철북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27 19:07:58
  •  |  본지 13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로빙화는 초록색 차 밭 사이에 노랗게 꽃을 피우고, 시들면 차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꽃이다. 대만의 작가 중자오정이 쓴 로빙화의 주인공 아명은 대만의 가난한 마을에 산다. 초록색 차 밭이 온 마을을 뒤덮고 차나무 사이사이에 노란 로빙화가 피어 있다.

   
양철북 제공
아명이네는 차 밭을 빌려 농사를 지어 겨우 입에 풀칠하고 산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중에서도 아주 많이 가난하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이야말로 고생을 달고 태어난 천사들이다. 누나와 학교에서 주는 우유를 몰래 남겨 와 아픈 동생에게 주기도 하고, 고양이에게도 나누어 준다. 부모님이 바쁘면 학교도 가지 않고 집안일을 돕고, 차 밭에 나가 벌레 잡는 일을 한다.

그렇게 일을 도와도 아명의 집안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고난 속에서도 이들 남매는 천진함을 잃지 않고, 불행하다고 울지만은 않는다. 주변에서 풍족한 집안의 아이들이 불만이 많고, 고마움을 모르는 경우를 자주 본다. 어렵게 살지만 아명처럼 천진하게 동물을 아끼며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아이답구나’ 하고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팍팍하나 아명의 마음은 어느 아이보다 풍요로워 그림을 그릴 때도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한다.

어느 날, 아이들 곁에 곽운천이라는 교사가 부임한다. 화가인 곽 선생은 아명이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을 알아본다. 순수한 영혼을 화폭에 담는 모습을 보고 앞으로 천재 화가 될 것 같은 전율을 느낀다. 그러나 이들에겐 크레파스 하나 살 돈이 없다. 곽 선생은 현에서 주최하는 미술 대회에 아명을 학교 대표로 밀기로 하지만, 향장의 아들이 나가게 된다. 아명은 실망하여 곽 선생이 준 크레파스를 모조리 부러뜨리며 운다. 아명의 아버지는 가진 것 없는 우리가 무슨 그림이냐며 오히려 잘 됐다고 한다.

곽 선생은 세상을 사는 수많은 선량한 사람 모두 ‘나약’이라는 짐을 지고 있다고, 나약함과 선량함이라는 자체가 참으로 구분하기 힘든 거라 느낀다. 바로 선량함 뒤에 감추어진 나약함 때문에 수많은 일이 실패로 돌아가고, 예상치 못한 비극이 생기는 것이다. 교장은 선량하지만 나약해서 곽 선생이 추천한 아명을 학교 대표로 뽑지 못한다. 결국, 돈의 권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천재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곽 선생은 아명의 그림을 세계 어린이 미술대전에 보내려고 한다. 아명은 천진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지금은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 여기 있는 벌레들이 우리 밥과 옷을 다 먹어치우고 있어요. 빨리 잡아야 해요.”라고. 곽 선생은 아명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내고, 아명은 그림을 완성한다. 아명의 그림을 출품한 뒤, 곽 선생은 사표를 내고 떠난다. 아명은 비 오는 날 키우던 고양이가 죽어가는 것을 보고 품어주려다 앓아눕고 만다. 급성 폐렴으로, 너무 늦어 약도 써보지도 못한 채 사경을 헤맨다. 아명이 세계 어린이 미술대전에서 특상을 받았다고 연락이 오지만, 아명은 세상을 떠난 뒤였다.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가버린 아명은 이기심에 가득 찬 마을 사람들에게 기꺼이 로빙화가 되어주었다. 꽃 이름과 같은 이 책은 우리 마음의 화폭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수채화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이다.

동화작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해양문화의 명장면
조선 전기에도 통신사가 있었다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사람이 먼저’인 문화환경을 생각한다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위기 이겨낸 기업…비법은 직원 기살리기
새 책 [전체보기]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마거릿 대처 암살 사건(힐러리 맨틀 지음·박산호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자살에 이르게 한 심리흔적
현실에서 음악가로 산다는 것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木印千江 꽃피다-장태묵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아이가 ‘다름’을 이해하는 방법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샛별 /정애경
가을산 /이성호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2016 이민배 본선 4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상업영화 후퇴·독립영화 약진…‘뉴시네마의 여명’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가족갈등·가난, 우리 시대 청춘들 삶의 생채기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4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 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致虛守靜
陶冶而變化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