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제 전부터 비평 쓰기 연습
- 글 돌려보며 보완에 보완 거듭
- 자발적 참여, 열정·진지함 가득

- 상금 1000만원 평론가상 정하려
- 리뷰 작성에 난상토론 거치기도

“한국영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글을 쓰고 심사를 해야 하니 자세히 보게 되거든요. 열심히 보고, 주변에도 한국 독립영화를 알려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2017 BIFF 시민평론단 하은숙 씨)

‘2017 BIFF 시민평론단’으로 활동한 김혜림 최다희 김성원 하은숙 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포즈를 취했다. 올해 시민평론단은 93명이 활동했으며, 새롭게 합류한 20명이 BIFF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심사를 맡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을 이틀 앞둔 지난 19일 밤.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인근 식당에 모인 20명의 시네필이 그간 본 영화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 심사에 들어간 이들은 ‘2017 BIFF 시민평론단’이다.

2008년 시작해 올해 10주년을 맞은 시민평론단은 ‘비전’ 부문 영화 11편을 모두 보고 최소 3편 이상에 관한 리뷰를 쓴다. 그리고 토론 끝에 상금 1000만 원의 시민평론가상 수상작을 결정하는데, 이 과정이 BIFF의 수상 작품 심사 중 집요하고 치열하기로 소문났다.

BIFF가 시작되기 몇 달 전부터 비평 쓰기 연습을 하고, 글을 돌려보며 보완을 거듭하는 쉽지 않은 과정을 자발적으로 해낸 열정과 진지함이 반영된 결과다.

시민평론단은 영화인뿐 아니라 시민이 영화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통로를 마련하고, 관객의 자발적인 영화 운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기획됐다. 첫해부터 ‘BIFF 영화비평교실’을 맡아온 강소원 영화평론가는 “시작할 때만 해도 ‘영화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꾸준히 나오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마다 20명 안팎의 평론단이 배출되고, 그 가운데 영화평론가라는 직함으로 여러 지면에 글을 쓰는 이도 상당수 나왔다. 처음 몇 년은 사명감으로 평론단을 이끌었는데, 언젠가부터 함께 글 쓰는 동료를 만나는 기분이다”고 말했다.

실제 BIFF 시민평론단은 뜻깊은 구실을 한다. 시민평론가에서 영화평론가와 영화감독으로 성장한 이들이 나왔고, 자발적 영화운동을 바탕으로 부산 영화문화 기반을 두텁게 다진다. 심사를 맡은 평론단 20명 외에도, 지난해에 이어 연속해서 올해 시민평론단으로 활동한 사람만 73명이다. 1회부터 10년째 활동하는 평론가도 적지 않다. 이들이 그간 쓴 리뷰는 BIFF 홈페이지에 차곡차곡 남았다. 강 평론가는 “부산 영화문화의 기본적인 에너지가 이곳에서 많이 나온다고 본다. 앞으로 부산 영화문화를 이들이 주도적으로 바꿔 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럴 만한 역량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