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현대미술계 대표 아티스트
- 현지 CCTV 화면 500컷 조합
- 현대사회 ‘참·거짓’ 의문 제기
- “젊은 영화인에 자극 되었으면”

중국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쉬빙의 첫 영화 ‘잠자리의 눈’은 형식 면에서 단연코 출품작 중 가장 파격적이다. 감독의 통제 아래 찍은 영상은 단 한 컷도 쓰지 않았다. 81분의 러닝타임을 이루는 500컷의 영상은 모두 실제 CCTV 영상이다. 감독은 엔딩 크레디트에 ‘CCTV 카메라에 감사드린다’는 문구를 넣었다.

	영화 ‘잠자리의 눈’으로 제22회 BIFF를 찾은 쉬빙 감독은 “CCTV 영상이 진실하다고 믿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라며 현대사회의 참과 거짓에 의문을 제기한다. 서정빈 기자

“2013년 치안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CCTV 자료 화면을 봤어요. 요즘 미디어 영상은 인위적인데, CCTV 영상은 찍히는 사람이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죠. 이걸로 스토리를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잠자리의 눈’은 여승이 되려다 절에서 나와 속세에서 단순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여자(칭팅)와 그녀를 짝사랑하고 집착하는 남자(케판) 이야기다. 관음과 통제, 가짜와 진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오프라인과 온라인, 인간의 교류와 폭력 등 현대사회가 직면한 딜레마를 새로운 형식으로 풀었다. 감독은 스토리에 맞는 CCTV 영상을 찾아내 조합하고, 화면에 더빙을 입혀 대사를 대신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다른 남녀다. 하지만 그들 모두 칭팅과 케판의 역할을 한다. 이상할 것 같지만, 어색함이 없다.

“거짓이 참이 되면, 참도 거짓이 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사로 ‘잠자리의 눈’ 주제가 읽힌다. “사람들은 CCTV 녹화 영상을 진실하다고 믿지만 우리가 보는 것이 진실일까. 우리가 보는 화면 자체는 진실이겠지만, 그 화면은 진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일까”. 쉬빙은 현대사회의 ‘참과 거짓’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의 예술적 개념을 확대”한 ‘잠자리의 눈’은 로테르담, 토론토, 뉴욕영화제에 이어 BIFF에서 상영되며 세계 영화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쉬빙은 “이 영화를 만든 방법이 젊은 영화감독에게 자극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영화의 ‘나쁜 권위’를 끌어내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CCTV를 통해 감시당하는 시대다. 무궁무진한 CCTV 화면이 앞으로 무한대의 소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