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사람을 심판하는 일 등
- 日 사회 관심사 파헤쳐 이슈화

-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많은 감정 오고간 접견실 대화
- 배우들의 몰입감·열정 환상적”
- 후쿠야마 “여백 채우며 연기 몰두”

“좋은 의미에서 ‘배신감’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세 번째 살인’의 기자회견에 나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왼쪽)과 주연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가족 드라마가 아닌 범죄스릴러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두레라움홀에서 열린 갈라프레젠테이션 ‘세 번째 살인’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주연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영화 이야기를 펼쳤다.

고레에다 감독은 “최근 몇 년 ‘홈 드라마’를 집중해서 만든 이유는 지난 10년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아이가 생기는 등 저에게 절실했던 모티프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세 번째 살인’은 시야를 넓혀 ‘일본 사회에 살면서 무엇에 절실한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사람이 사람을 심판한다는 것을 파헤쳐 보고 싶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에 이어 고레에다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춘 배우 후쿠야마는 일본 최고의 스타다. 후쿠야마는 ‘세 번째 살인’에서 살인범 미스미(배우 야쿠쇼 코지)의 변호사 시게모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후쿠야마와 야쿠쇼 코지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뒀다”며 “접견실 장면은 움직임 없어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 대본에서는 짧았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밀실에 있는 것만으로 굉장히 많은 감정이 일어나 점점 분량을 늘렸다. 두 배우가 좋은 협업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후쿠야마는 또 다른 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초청작 ‘맨헌트’(오우삼 감독)에서도 주연으로 활약했다. 그는 “거장의 작품 두 편으로 BIFF에 오게 돼 영광”이라며 “어제 BIFF 출품작을 소개하는 해운대의 옥외 광고패널에 ‘맨헌트’와 ‘세 번째 살인’이 나란히 있어 그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걸어도 걸어도’(2008)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 가족 이야기를 담은 고레에다 감독의 지난 작품을 예상한 관객이라면 ‘세 번째 살인’을 보고 당황할지 모른다. 고레에다 감독은 “전작을 사랑해주신 관객이 놀라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반대로 서스펜스, 스릴러를 기대한 분도 배신감을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 영화가 또한 “두 남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참고한 작품도 ‘석양의 무법자’ 같은 서부극이었다. “오사카에서 ‘맨헌트’를 촬영하던 오우삼 감독이 말했습니다. ‘매력적인 남자 옆에는 반드시 매력적인 남자가 있다’. 후쿠야마와 야쿠쇼에게 다가갈 때 그 말을 생각했습니다.”

후쿠야마는 ‘여백’을 여러 번 언급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시나리오가 현장에서 계속 바뀐다. 콘서트로 말하면 ‘라이브 연주’ 같다. 사전에 완벽히 역할을 만들지 않고, 상대 배우의 말이나 표정이 내 안에 일으키는 감정을 따라갔다”고 그는 떠올렸다. 이번이 두 번째 BIFF 방문이라는 후쿠야마는 “부산의 거리를 돌아보며 부산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고레에다 감독의 추천으로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봤는데 정말 감동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창동 감독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을 맡은 고레에다 감독은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도쿄 사무실에 찾아와 뜨거운 열정으로 요청해 응했다. 그의 뜻을 받아 AFA에 참여하고 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