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 명한 사진 한 장이 있다. 그 사진은 사진 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시청 앞 광장에서의 키스’다.

주변 사람들 따위는 아랑곳 않고 키스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이다. 단연 20세기에 탄생한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해당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남아있던 1950년 촬영됐다. 시리도록 아픈 시대에 뜨거운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이 사진은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그로부터 40여 년이 흐른 뒤, 전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이 발생한다.

1988년, 장 루이와 드니즈 라베르뉴 부부는 잡지 표지에서 이 사진을 발견하고 사진 작가인 두아노에게 연락을 취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 이에 전 세계의 눈은 두아노를 향했지만 두아노는 침묵했다. 라베르뉴 부부는 ‘자신들의 키스가 도둑맞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런 가운데 영화배우 프랑수아즈 보르네가 나타난다.

프랑수아즈 보르네는 자신이 사진속 진짜 주인공이며, 사진 속 남자는 당시 교제하던 자크 카르토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해당 사진이 모델료를 받고 포즈를 취해준 ‘연출사진’이었다는 그녀의 폭탄 선언이었다.

서로를 향한 고소가 오가고, 언론의 주목이 이어지자 프랑스 법원은 두아노에게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한다. 결국 두아노는 사진 속 연인들의 키스모습을 목격했으나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해 한번 더 키스를 요청했다고 밝힌다.

이후 1992년 두아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람들 사진을 그렇게 찍을 수는 없었다. 사진 속 커플은 거의 합법적으로 찍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사진 속 주인공은 프랑수와즈 보르네, 자르 카르토로 밝혀졌다. 일부 사람들은 해당 사진이 연출됐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연출사진’을 예술의 영역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사진 한장으로 세계의 이목을 잡아끌었던 로베르 두아노의 말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그의 말은 다음과 같다.

“나는 삶 그 자체를 찍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찍는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