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배우 삶·도전’ 주제 솔직 토크
- 여성 캐릭터 감소 사회문제 지적
- “단순하고 연약한 존재 편견 깨고
- 영화의 꽃 아닌 거름·열매 될 터”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여배우 문소리와 나카야마 미호가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만났다. 두 배우는 13일 오후 해운대해수욕장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BIFF ‘오픈 토크-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에 참석해 여배우의 삶을 이야기하고 공감했다.

	13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변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토크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에서 배우 나카야마 미호(왼쪽에서 두 번째)와 문소리(왼쪽에서 세 번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정빈 기자

부산이 고향이며 BIFF를 꾸준히 찾고 있는 문소리는 “영화인으로서 BIFF는 큰 명절처럼 느껴진다. 개·폐막식 사회도 보고 영화로도 초청받았는데 계속 BIFF를 위해 무언가 할 수 있고 늘 찾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러브레터’(1995)의 주연으로 잘 알려진 나카야마 미호는 올해 BIFF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나비잠’의 배우로 BIFF를 처음 찾았다. 미호는 “분위기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굉장히 화려해 기분이 ‘업’된다”고 미소지었다.

동시대에 영화를 만들며 활동하는 동료 배우로서 서로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문소리는 “‘ 러브레터’에서 하얀 눈 밭 위에 서서 ‘오겡끼데스까’(잘 지내나요?)를 외치던 모습으로 미호 씨를 처음 봤다. 한국에서 정식 개봉하지 않았을 때 많은 사람이 비디오로 구해서 볼 정도로 열풍이었는데 지금도 ‘아이콘’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미호는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이나 지났는데 저를 보면서 여전히 ‘오겡끼데스까’를 외치는 한국 관객을 많이 봤고, 재상영을 바라는 분들도 자주 만났다. 너무나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영화라는 것이 오래 남는 것이어서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미호는 사회자의 요청에 “오겡끼데스까”를 외쳤고 팬들이 “겡끼데스(잘 지내요)”라고 답해 분위기가 유쾌하게 무르익었다.

미호는 “문소리가 연출, 주연, 각본을 맡아 화제를 모은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봤다”며 “본인의 원래 모습인지 연기인지 모르겠지만 유쾌하면서도 강인한 모습에 정말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배우는 여성이자 배우로서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점에 공감했다. 미호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역할이 적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나이가 많아진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가 많아지기 바란다. 그렇지 못한 것이 시대적 상황 탓인지, 사회 시스템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나이를 먹을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영화는 산업이기도 해서 여성 캐릭터 감소는 그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배우로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여배우에게 남아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영화산업이 커지고 성장했지만, 영화판 자체가 다양한 장르, 다양한 크기의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내실을 다지며 탄탄하고 건강해져야 미호 씨나 저나 관객을 웃으며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전했다.

미호는 “일본어에서 여자 배우를 뜻하는 한자어인 ‘여우’를 풀이하면 ‘빼어난 여자’라는 뜻이다. 저는 그 한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여배우라고 얘기하기보다 ‘배우’라고 하는 게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에 문소리도 “예전에는 ‘여배우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편견이 만연했다면 이제는 ‘여배우라고 이런 걸 못하나요?’하고 묻는 후배 배우들과 관객을 본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여배우는 영화의 꽃’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우리는 거름, 열매, 뿌리, 줄기도 될 수 있다. 그럴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