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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7> 기장 철마한우

선홍빛 소고기살, 하얀 마블링… ‘꽃살’ 한 점, 혀 희롱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10 18:50:21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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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형성 ‘철마 한우타운’
- 전국 양질의 한우 맛 볼 수 있어
- 45개 전후의 전문식당 영업
- 대부분 40~50개월 암소 취급

- 갈빗살 살치살 안거미 등심 꽃살
- 한우는 대략 36~39부위로 세분
- 풍부한 육즙에 식감도 각양각색

인간에게 궁극의 동물단백질을 꼽으라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소고기가 단연 첫 번째일 것이다. 풍부한 육즙과 각양각색으로 씹히는 식감, 36~39가지로 분류되는 다양한 부위마다 깊고 그윽한 풍미…. 이렇게 다종다양한 부위에서 오는 치밀한 밀도의 맛들이 사람의 미각을 자극하다 못해 희롱을 하는 것이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철마 한우타운의 한 식당에서 선홍빛의 소고기 부위를 내왔다. 소의 3~6번 등뼈 쪽 등심과 갈비의 중간살로 소고기 부위 중 최고로 꼽히는 살치살과 목심 근처 갈빗살로 불리는 꽃살. 사진=문진우 사진작가, 촬영 협조=철마보림한우전문점
■농경 국가 재산 1호, 소

소는 인간에게 있어 오래된 가축으로 농업에서는 노동력을, 목축에서는 우유와 치즈, 고기를 제공하는 중요하고도 든든한 존재였다. 특히 쌀을 주식으로 농업을 주업으로 했던 우리나라는, 소에 대한 의존도가 여느 국가보다 높았다. 하여 소의 보유 두수(頭數)와 도살 등 관리·감독을 국가에서 직접 챙겼을 정도였다.

농경 국가였던 우리나라에 소는 집안의 재산 제1호이면서 또 하나의 식구였고, 농업노동력 대부분을 의존했던 가축이었다. 그러하기에 소는 집안의 대소사가 있거나 귀한 사람의 접대 등 특별한 때에나 식재료로 활용했다. 그것도 사전에 국가의 허가 하에서만 도축이 가능했을 정도였다.

이렇듯 우리나라 소는 예부터 농우(農牛)로 활용했기에, 지방이 적당하고 육질이 좋았다. 때문에 일제강점기 때는 많은 수의 ‘조선소’가 일본으로 무차별 차출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육질과 마블링을 자랑하는 일본 ‘와규’도 우리의 ‘안동칡소’와 ‘제주 소’ 등과 교배해 탄생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금은 횡성, 장흥, 안동, 제주 등 국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고 독특한 방법으로 양질의 소를 기르고 있다.

■부산 최대 한우타운

   
제11회 철마한우불고기축제가 지난 9일 부산 기장군 철마면에서 열려 축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한우를 구워먹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이렇게 양질의 우리 한우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부산에 존재하는데, 바로 기장 철마의 ‘철마 한우타운’이다. 철마에서 한우를 취급하게 된 것은 1970년대 초반. 원래 철마는 오래전부터 논농사와 축산업을 함께 겸했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환경보호지역이라 소를 키울 수 없기에, 오히려 전국의 우수한 소를 엄선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현재 45개 전후의 한우 전문식당이 영업하고 있을 정도로 부산 최대의 한우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철마 한우는 주로 580~600kg 이상 되는 큰 소들을 잡는데, 큰 소가 풍성한 풍미와 함께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특히 철마는 소고기 본연의 맛을 가장 잘 표현한다는 ‘소금구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기에, 대부분 40~50개월 전후의 암소를 사용한다. 황소는 식감이 질기고, 거세 소는 맛이 싱겁다. 이에 비해 암소는 고기 맛이 농밀하고 육즙이 구수하기에 그렇다.

한우는 대략 36 부위로 세분되는데, 부위별로 맛이 달라 각양각색 ‘맛의 향연’을 펼쳐내는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부위라도 미각의 차이가 오묘해, 미식가들에게는 ‘미각 탐험의 성지’로 꼽히기도 한다.

철마에서 먹을 수 있는 부위는 갈빗살, 등심, 꽃살 등이 대표적이다. 살치살, 안거미, 안창살 등 특수 부위는 소고기의 또 다른 특별한 맛을 지니고 있기에 귀한 대접을 받는다. 특히 한우 한 마리 당 1kg 미만의 희소성과 다양한 맛의 음미가 가능해 식도락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철마에서 한우 식당을 하는 지인이 소개한 소고기는 모두 4가지 부위. 살치살, 안거미, 등심, 꽃살 등이다. 살치살은 소의 3~6번 등뼈 쪽 등심과 갈비의 중간살이다. 연붉은 고기 위에 하얀 마블링이 ‘맛의 길’을 내듯 얽혀있다. 소고기 부위 중 최고의 반열로 손꼽힌다. 안거미는 소의 간 밑에 붙어 있는 ‘토시살’을 말한다. 속칭 ‘간바지’로 불리기도 한다. 저지방 고단백이라 식감이 쫄깃하고 담백해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부위 중 하나. 꽃살은 목심 근처의 갈빗살로 ‘꽃갈비’라 불리는 부위. 붉은 살 위에 하얗게 ‘꽃’이 핀 것 같다고 해서 ‘꽃살’로 불린다.

■선홍빛 꽃잎, 입안에서 피어나다

   
소고기 부위 중 안거미와 등심
접시 위의 선홍빛 소고기가 마치 한 떨기 꽃잎과도 같다. 그 꽃잎 위에는 하얀 마블링이 눈꽃처럼 내려앉았다. 소고기를 부위별로 굽는다. 치지직 치지직. 고기 익는 소리가 소나기 내리듯 수런거린다. 열기가 더해지자 고기 위로 육즙이 빨갛게 맺히기 시작한다. 마치 붉디붉은 꽃망울이 피는 듯하다.

아~ 꽃이 핀다. 붉디붉은 꽃봉오리가 벙근다. 꽃 중에서도 가장 농염한 꽃, 홍매화가 한 송이씩 방울방울 ‘톡톡’ 터지는 것이다. 불판 위에서 ‘난분분~ 난분분~’ 대며, 사람들 애간장을 절절하게 녹이고 있다. 고기 익는 모습이, 이토록 아름답고 그윽할 수가 있을까?

곧바로 한 점 입에 넣는다. 풍성하다. 현란하다. 현란하다 못해 화려하고 풍만한 구수함이 끝 갈 데 없다. 겉은 바싹한 데 안은 부드럽게 씹힌다. 곧바로 육즙이 입안 가득 폭발하듯 터져 오른다. 음식 본연의 ‘궁극의 맛’이 이런 것일까? 오래도록 기꺼움이 입안에서 돌고 또 돈다.

꽃살을 한 입 먹는다. 고소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그저 그만이다. 고소하면서도 식감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은데, 나무랄 데 없이 그 두 가지를 가지고 있다. 등심은 각기 다른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면서도 입안에 머무는 고기들이 부드럽게 혀를 희롱한다.

고기와 곁들이라고 내온 장아찌도 제맛이다. 울릉도에서 공수한 명이나물과 여수 돌산갓, 지리산의 목이버섯, 능이버섯 등으로 담았는데, 그 맛 하나하나에 정성이 엿보인다. 김치와 콩잎장아찌는 직접 밭에서 농산물을 경작하여 손님상에 낸단다.

기장 앞바다에서 잡은 갈치 새끼를 볶아 만든 풀치볶음도 독특한 입다심 반찬으로 손색이 없다. 된장국에는 소 힘줄(스지)이 듬뿍 들어 있어 구수하면서도 맛이 진하다. 담백한 두부와 어우러지며 조화를 이룬다. 그저 흐뭇한 상차림이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느긋하게 앉아 장전천 들녘을 바라본다. 들녘서 불어오는 소슬한 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그리고 보니 이 들녘에서 부산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철마 한우 불고기 축제’가 매년 열린다. 가을날 맛있는 나들이로 참 좋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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