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 품고 있는 함월산 중턱 위치
- 신라 백양선사가 창건 천년고찰
- 신중도·석조부도 등 문화재 보유

- 인근 혁신도시 서며 신도 급증
- 통도사 대표 말사로 고속 성장
- 경로잔치·복지시설 쌀 전달 등
- 어려운 이웃돕기에도 앞장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 울산의 도심에 있는 진산인 함월산(含月山). 달을 품고 있다는 뜻을 가진 서정성이 물씬 느껴지는 이름의 이 함월산 중턱에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한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찰은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사찰은 도심에 너무나 맞닿아 있어서 그런지 그 같은 전형적인 분위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래도 자리만큼은 누가 봐도 산의 정기가 집중되는 듯한 명당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바로 백양사(白陽寺·중구 성안동)다.

	함월산 개발로 도심 속에 위치하게 돼 울산의 대표적 사찰로 급성장한 중구 성안동 백양사 전경. 백양사 제공

■백양선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백양사는 여느 사찰들과 같은 고찰의 느낌은 거의 없다. 사찰 치고는 너무 깔끔하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게 된다. 사실 그럴 수밖에 없다. 대웅전을 비롯한 전각 대부분이 지어진 지 20여 년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백양사가 창건된 지 얼마 안되는 절은 절대 아니다. 놀랍게도 백양사의 역사는 신라 시대로 천 년을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말사인 백양사는 신라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 6년(932년)에 당시 고승인 백양선사가 창건했다. 신라의 호국염원을 빌고 고을의 안녕과 태평을 비는 원찰로 창건한 것이라 전해진다. 백양사는 그 뒤 1678년(조선 숙종 4년)에 연정선사, 1793년(조선 영조 29년)에 설인선사가 한 차례씩 중건했다.

이어 근대에 와서는 1922년에 비구니 보현(普賢) 스님이 중건했다. 그러나 6.25전쟁 등을 거치고 울산이 산업화되는 과정에서 경내와 주변이 크게 훼손되고 논과 밭은 택지가 됐다. 이에 전임 주지인 목산 지은선사가 1998년 주지로 부임해 종합중창 불사를 시작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천년 고찰임을 말해주듯 백양사에도 자랑할 만한 보물들이 있다. 문화재로는 석조아미타삼존불좌상(울산시 유형문화재 제25호)와 아미타삼존후불홍탱(〃26호), 신중도(神衆圖·〃27호), 석조부도(〃28호) 등이다. 이 중 사찰 서쪽 소나무숲에 있는 부도는 백양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고려 초기의 부도이고 동쪽에 있는 것은 조선 숙종 때의 고승 연부선사의 부도라고 전해진다.

■도심 편입으로 포교 기능 왕성

	지난해 3월 열린 백양사의 함월산 산신제 모습.

오늘날 울산지역 내 10여 개 통도사의 말사 가운데 대표 사찰로 급성장했다. 먼저 1만여 세대나 되는 신도들을 기반으로 한 탄탄한 사세는 여전히 강한 확장성을 자랑한다. 또한 1만8000㎡의 절터를 포함해 백양사가 소유하고 있는 7만8000㎡의 도심 속 부지는 이 같은 확장성을 뒷받침하는 힘이기도 하다. 흔히 백양사를 ‘부자 절’로 일컫는 이유다.

20년 전만 해도 백양사가 있는 성안동은 취락도 제대로 된 차도도 없는 도심변 나즈막한 산자락이었다. 그런데 당시 울산이 산업화로 급팽창하던 시기라 택지난이 극심했다. 이에 시는 당장 개발이 용이한 곳,즉 그린벨트가 아닌 곳을 찾다 보니 성안동을 택하게 됐고 곧바로 대규모 구획정리사업에 착수했다.

그 바람에 학생들 소풍 장소 정도로만 여겨져 왔던 백양사와 그 일대 부지는 구획정리사업의 한복판에 들게 됐다. 당연히 부동산 가치는 급등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백양사는 이후 또 한 번의 호기를 맞게 된다. 바로 혁신도시 때문이다. 10여 년 전 울산혁신도시가 백양사 바로 앞 500여 ｍ 지점으로 결정된 것이다. 현재 이곳 혁신도시는 10개 공기업과 인구 3만 명이 거주하는 울산의 노른자위 땅이 됐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백양사 터가 천하의 명당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울산의 한 풍수가는 백양사를 가리켜 “서천의 동류수와 동천의 남류수가 합수돼 대해로 유입하는 음양포구가 광활하게 열려있고 기이하게도 오행산이 좌우로 원근에 병풍처럼 호위하고 있는 것이 가히 명당 중에 명당이라 할 만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한다.

이에 대해 명본 주지스님은 “이 같은 부흥이 모두 부처님이 내려주신 자비”라며 “도심 속 사찰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부처님의 뜻을 만방에 알리고자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양사는 참선과 기도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생활 속으로도 상당히 접근해 있다. 매년 4월이면 야외에서 산신제를 거행하고 가정의 달인 5월이면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고 있다. 이 때는 주지 스님을 포함한 모든 스님들이 직접 음식을 나르며 위로와 함께 건강을 기원한다.

또 불우한 이웃들을 돕기 위한 활동도 연례행사처럼 하고 있다. 시립요양원 등 복지시설이나 불교대학에 쌀을 전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태화종합시장 상황실을 찾아 피해 주민을 위한 수재의연금 1000만 원을 전달하는 등 나눔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가을이면 10월에 개산대제와 함께 가족 수계법회도 봉행하고 있다. 이 법석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수계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 가족이 부처님 도량과 인연을 맺도록 돕고자 백양사가 자체적으로 기획해 봉행하는 법석이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