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폴라니(1886~1964·사진)는 어쩌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경제사가이며 사상가이다. ‘거대한 전환’ 등 그의 저명한 저작이 한국 독자에게 소개되면서 변화가 일어났다. 효율과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사람과 세상을 쥐어짜고 억누르고 피폐하게 만들던 신자유주의 경제, 가진 자들이 ‘당연하며 변치 않을 질서’라고 주장하던 경제 체제에 신물이 나고 화가 났던 사람들이 어떤 희망을 보게 된 것 같다.
칼 폴라니의 유고집 인간의 살림살이의 공동 번역자인 강원대 이병천(경제무역학부) 교수가 이 책의 말미에 쓴 ‘옮긴이 해제’ 첫머리가 폴라니의 학문과 사상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옮긴이 해제’의 제목은 ‘거대한 전환에서 인간의 살림살이로-경제 문명사와 실체적 비시장경제학의 길’이다.
“고삐 풀린 시장경제와 시장 사회를 인류사에서 정상적인 것 또는 어떤 자연적 진화의 산물로 바라보는 생각은 우리 시대의 지배적인 통념이다.… 그런데 칼 폴라니는 바로 이런 근대 시장경제 및 시장 사회 형태, 그 속에서 사는 근대 ‘시장 인간’의 살림살이와 삶의 방식이 매우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모순에 가득 찬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특수 역사적인 형태에 자연의 옷을 입혀 정당화하는 주류의 지배적 통념은 심각한 착각 내지 비뚤어진 편견일 뿐이라고 질타했다.”(576쪽)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희소성 원칙이니, 경제법칙이니 하는 체계를 ‘당연하지 않은 것’ ‘그저 특수한 것’으로 뒤집었다는 해설로 이해된다. 그러니 “새로운 대안적 경제 양식과 삶의 양식을 열기 위해 고투”(576쪽)했던 폴라니의 사상은 희망의 빛을 비춘다.
이 책은 그런 폴라니의 학문과 사상과 가르침을 그의 육성 그리고 유려하면서도 담백한 ‘고수다운’ 문체로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