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부산 작가 8명 참여
- 미술.영상.과학기술을
- 소리와 결합한 예술장르
- F1963의 첫 문화콘텐츠

전시장을 가득 채운 유리판이 반짝인다. 유리판마다 음악 악보를 촘촘히 옮겨 놓아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듯하다. 유리판에 다가서는 순간 악보의 음표를 그대로 따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시장 전체가 황금빛 음악 선율로 가득 차 마치 음표가 소용돌이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든다.(‘찰나와 공간’, 드니 방장)
고려제강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 F1963(부산 수영구 망미동)의 1차 파일럿 프로그램 ‘사운드 아트-투명한 소리를 보다(Listening To Transparency)’(본지 지난달 1일 자 21면 보도)가 28일 공개됐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 고려제강이 함께 만든 민.관 협력형 복합문화공간 F1963이 사실상 처음 선보이는 문화콘텐츠다.

‘투명한 소리를 보다’는 보기 드문 사운드 아트 전시다. 소리(음악)를 중심에 놓고 시각예술, 설치미술, 영상, 과학기술 등을 접목해 예술의 상상을 펼쳤다. ‘듣는 소리’의 한계를 넘어 ‘듣고 보는 소리’에 중점을 두고 아트 작품 23점을 설치해 소리를 들으며 이미지를 그리는 입체 예술을 구현했다. 지난 24일 중고서점 예스24의 입점으로 공간(전시장, 중정, 카페, 원예점, 막걸릿집, 맥줏집, 서점) 전체가 채워졌고, 잘 알려지지 않은 Kiswire기념관까지 전시공간으로 내놓아 F1963 전체 공간이 전시장이 되는 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공간을 돌아다니며 찬찬히 작품을 살펴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세계적 명성의 프랑스 리옹 국립음향멀티미디어창작센터(GRAME) 작가 4명(프랑스 벨기에 중국)과 부산의 사운드 아트 작가 4명(정만영 김태희 김현명 김서량)이 참여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김서량 작가의 ‘도시의 소리’를 만난다. 안락한 소파에 앉아 헤드폰을 쓰면 세계 곳곳에서 채집한 소리가 나와 도시의 이미지가 절로 떠오른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면 카메라의 움직임에 따라 흑백 사진과 소리로 장소를 기억하는 ‘여기, 시간의 흔적’(파스칼 프래망) 등의 사운드 아트 작품이 설치돼 있다. 바깥 공간인 원예점과 폐수처리장을 품은 정원에는 수도꼭지를 틀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물소리로 자라다’와 바다에서 가져온 몽돌을 여러 개 달아 서로 다른 물의 소리를 듣는 ‘시간과 소리의 형태’ 등 정만영 작가의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대나무 숲길 끝에서 만나는 Kiswire기념관은 전시공간이 2개 층으로 나뉜다. 사람이 다가가면 휴대전화가 순간의 소리와 영상을 촬영하는 ‘스마트랜드 희유곡’(크리스토퍼 레브레통 등), 로봇 기계가 줄을 튕겨 연주하는 ‘스트링 텐션’(김태희), 동작과 소리로 새로운 예술을 구현하는 ‘절대침묵’(티에리 드 메이) 등을 만날 수 있다. F1963 강재영 총괄기획자는 “침묵, 소리, 빛과 어둠, 파장과 울림, 디지털 아트 등이 결합한 작품을 찾아다니며 시각과 청각이 열리고 투명성의 확장이 만들어내는 이미지 공간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소개했다.

부산문화재단은 1차 파일럿 프로그램에 이어 중정에서 다양한 공연을 하는 ‘오픈 스퀘어’, 금난새 지휘자와 시민의 합창 공연(12월), 2차 파일럿 프로그램 ‘부산 리턴즈’(내년 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강 총괄기획자는 “부산의 정체성을 아우르는, 수준 높은 문화콘텐츠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고 덧붙였다. 12월 31일까지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무료. (051)754 - 0432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