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시대 창건 ‘정수사’로 칭해

-  조선 인조때 큰 화재로 소실

-  벽담스님이 중창 ‘용화사’로 

-  도 유형문화재 ‘보광전’ 국보급

- ‘명부전’ 21구 불상 조각미 일품

-  누구나 편안하게 찾는 휴식처

석가모니에 이어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라 불리는 미륵불. 그 미륵불이 내려온다는 설이 구전되는 경남 통영의 미륵산(461ｍ). 국내 100대 명산 중 하나로 전국에 이름나 있다. 국민 케이블카로 불리는 미륵산 케이블카(한려수도 조망 케이블카)가 설치되기 이전에는 1시간가량 땀을 흘리고 발품을 팔아야 오를 수 있는 산이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3교구 말사인 용화사(龍華寺)는 이 미륵산에 포근히 안겨있는 사찰이다. 용화사라 이름 지어진 배경에는 당연히 미륵불이 자리 잡고 있다.

■미륵불을 모시는 기도 도량

석가모니가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어 성불한 것처럼, 미래의 미륵불은 용화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어 중생을 구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불교계에서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사바세계라 하고, 미륵불이 오는 다음 세계를 용화세계라 일컫는다.

용화사는 신라 27대 선덕여왕 때 은점스님이 절을 창건하여 ‘정수사’라 불렀다. 고려 원종 원년에 산사태로 절반가량이 쓸려 무너지자 3년 뒤 자윤, 성화 등 두 스님이 인근 자리로 옮겨 짓고 ‘천택사’라 이름 지었다. 그러다 조선 인조 6년(1628년) 화재로 폐허가 된 것을 영조 18년(1752년) 벽담스님이 현재의 자리에 새로 지어 ‘용화사’라 개칭했다.

벽담스님이 절 이름을 고친 데에는 그만한 사유가 있었다. 절을 다시 짓기 위해 미륵산 제일봉 아래에서 칠일 밤낮을 기도드렸는데, 어느 날 밤 신인(神人)이 나타나 말하기를 “나는 미륵불이니라, 이 산은 미래에 용화 회상(會上· 불교에서 대중이 모여서 설법을 듣는 장소)이 될 도량이니 용화사라 하면 만세에 길이 남으리라”라고 말했다. 이 꿈을 따라 새로 터를 잡고 이름을 ‘용화사’라 하게 된다. 

이렇게 건립된 용화사는 통영의 대표적 사찰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신도의 귀의처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사찰은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닌 효봉스님과도 각별한 인연이 깊다. 사찰 뒤편에는 효봉스님의 동상이 있고, 스님의 사리탑은 사찰 입구 옆에 별도로 모시고 있다. 6·25 전쟁 직후 효봉스님은 용화사 도솔암에 기거하면서 법문에 힘써 통영 불교는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된다. 효봉스님의 제자인 미산스님은 20여 년간 용화사 주지를 지내면서 지역 불교계를 이끌었다.

■시민이 즐겨 찾는 휴식처 

사찰은 미륵산의 산행 출발지인 용화사 광장에서 10분 거리에 위치해 등산객은 물론 시민 누구나가 편안하게 즐겨 찾고 있는 휴식처다. 용화사 광장에서 왼편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이내 울창한 편백, 삼나무 수림을 만나고, 바람소리와 함께 상쾌함을 느낀다. 길 옆으로는 작은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마음을 정화하기에 충분하다. 시민들이 산책길로도 자주 찾는 곳이다. 곧 사찰 입구에 도착하고 잉어·붕어 등이 노니는 연못이 먼저 눈에 띈다. 입구에 빼곡히 식재되어 있는 삼나무와 돌계단은 인상적이다.

돌 계단을 올라 사찰에 들어서니 법경 외는 소리가 사찰 내에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약수물을 떠가는 시민도 있고, 사찰을 구경하러 온 등산객과 시민들이 조용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 

주위 경관을 둘러보니 사찰 뒤편으로 미륵산 정상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 산이 사찰을 꼭 품어 안은 형상이다. 마찬가지로 미륵산 정상에서도 용화사가 훤하게 내려다보인다. 사찰 주위로는 울창한 수림이 사방을 빙 둘러싸 있다. 천혜의 요새 같은 느낌도 든다. 

사찰 안으로 들어오면 중앙 쪽으로 지붕과 나무 기둥의 색이 아주 바랜, 한눈에 보아도 역사가 오래된 듯한 대웅전(보광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왼편으로는 사후의 세계를 모신다는 ‘명부전’과 미륵불을 모신 법당인 ‘용화전’이 나란히 서있다. 

■국보급에 버금가는 문화재

‘보광전’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측에 문수보살, 우측에 보현보살을 모신 법당이다. 1985년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249호로 지정됐지만, 국보급이라 해도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위엄을 갖추고 있다. 이 법당에 있는 금고(급한 일을 알릴 때 사용하는 금속 타악기)는 지름 67.7㎝ 너비 12.6㎝로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옆면에 건륭 49년에 제작되었다는 글이 새겨져 있어 정조 8년(1784년)에 만들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명부전’은 지장보살과 명부시왕(죽은 자를 심판한다는 열 명의 왕) 등을 모신 곳이다. 모두 21구의 불상을 모시고 있는데, 그 크기나 조각미가 일품으로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조성 연대는 조선 숙종 6년(1680년)으로 추정되는데 보존상태가 양호해 조선 시대 불교조각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 불상들 또한 경남도 유형문화재이다. 그 옆 ‘용화전’에 모신 미륵불좌상은 만면에 웃음을 띤 형상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절로 생기게 만든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설법전’은 사찰 내에서 가장 웅장한 건물로 대법당이자 템플스테이 장소로 사용된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보니 신도 수도 많은 데다 늘어나는 템플스테이 수요를 맞추기 위해 건립됐다. 템플스테이를 위해 매년 1500여 명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사찰에서는 또 사찰 요리 강좌와 성지 순례 등을 정기 개최하는 등 포교활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딸린 암자로는 관음암과 도솔암 등이 있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