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스트의 기량이 1이라면
- 반주자는 500을 더 가진 셈
- 중요도 큰 만큼 인력 양성 필요”

- 28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는 솔리스트(독주자)에게 향한다. 그래서 클래식 애호가도 반주의 중요성을 곧잘 간과한다. 반주를 독주보다 못한 것으로 취급하거나 연주자의 기량이 떨어지면 반주를 한다는 식의 편견도 여전하다.

	오는 28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반주 리사이틀- 프란츠 슈베르트 음악에 관하여’를 여는 피아니스트 홍지혜. 오페라 음악감독이자 전문 반주자인 그는 반주의 전문성을 강조한다. 서정빈 기자

부산 출신 피아니스트 홍지혜(44)는 국립오페라단을 거친 오페라 음악감독이자 전문 반주자다. 고신대 교회음악대학원 초빙 교수로 반주 전문가를 길러내고 있는 그는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반주 리사이틀’을 연다. ‘반주 연주회’는 전국에서도 드물다. 세계적 바리톤 고성현이 함께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홍 감독을 만나 반주 이야기를 들었다.

“몇 년 전 부산에서 열린 소프라노 임선혜 리사이틀에 세계적인 성악 반주자 헬무트 도이치가 함께했는데 꽃다발은 소프라노에게만 향하더군요(웃음). 도이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 못지않게 존경받는 분이에요. 성악가는 피아노 반주자에게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하고 의논하고 조율해요. ‘내 노래’에 대한 반주가 아니라, 성악가도 피아니스트도 ‘우리 ’가 함께하는 연주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죠.”

고신대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국립음악원에서 피아노과와 반주과 석사를 마친 홍 감독은 반주과에서 6년간 가곡, 오페라 등 방대한 레퍼토리는 물론 오케스트라, 실내악 등 장르별 악기별 특성을 배웠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 라 스칼라에서 정상급 오페라를 접하며 리카르도 무티와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에게 배웠다. 귀국 후 서울 예술의전당 기획오페라 ‘투란도트’의 음악코치 활동을 시작으로 국립오페라단, 성남아트센터 기획 오페라, 솔오페라단 등에서 음악감독을 지냈다.

“솔리스트가 갖춰야 할 기량이 1이라면 반주자는 500을 더 가져야 해요. 오페라 반주에서는 오케스트라를 대체하고, 가곡에서는 솔리스트 기량을 가져오고, 실내악에서는 또 다른 악기가 되어야 하죠. 피아노를 대하는 관점과 자세는 오페라 스토리, 지휘자, 성악가, 악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지난 10년 사이 한국 음악계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유럽처럼 반주 전공이 생기는 등 피아니스트를 위한 전문 교육이 세분화, 체계화됐다. 부산은 동의대, 인제대, 고신대에 반주 석사 과정이 있다. 홍 감독은 2021년 들어설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고려해서라도 피아노 반주 인력을 더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국립오페라단에 있을 때만 해도 피아노 반주자가 4명은 됐어요. 오페라 연습 현장에서 피아노 반주는 필수죠. 피아니스트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오페라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연주하면 슬픈 대목인데 즐거운 ‘터치’가 들어가는 일이 빚어지더라구요.”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피아노 반주 분야에서 교과서라 불리는 슈베르트 작품에 주목한다. ‘반주라는 것은 이래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홍 감독은 성악가 고성현이 2015년 부산에서 창단한 오페라 문화 단체 KSH ART(고성현 아트)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데, 고성현이 이번 무대에 함께 서기로 했다. 홍 감독의 스승인 피아니스트 김은경은 사제지간의 피아노 듀오를 선사한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동욱, 첼리스트 김동환도 무대에 오른다.

홍 감독은 “제 연주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반주의 존재감을 알고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만 원(학생 1만 원). (051)920-9545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