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하노버 인근 철로에서 달려오는 열차에 몸을 던져 사망한 로베르트 엔케의 삶에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는 사망하기 전 독일의 축구선수로 올리버 칸, 예스 레만의 뒤를 잇는 독일 국가대표 차기 골키퍼 유망주였다.

	생전의 로베르트 엔케. EPA 연합뉴스

엔케는 데뷔 후 오래지 않은 2002년 FC바르셀로나로 이적하며 활약했다. 하지만 또 다른 바르샤의 골키퍼 발데스와 주전 경쟁을 벌이던 중 상대적 약체로 꼽히던 팀들에게 3실점을 기록해 스페인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됐다.

이후 주전경쟁에서 밀려 벤치를 지키다 페네르바흐체 SK로 옮겨갔지만 첫 경기에서 또한번 3점을 실점해 2부 리그로 밀려나게 된다. 이후 엔케는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나 다시 1부 리그로 복귀해 2004년 하노버 96으로 이전하며 2009년까지 주전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희귀 심장질환을 앓고 있던 딸 라라가 생후 불과 2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 후 그의 우울증은 날로 심해졌다. 팬들은 엔케가 딸의 죽음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을 우려했지만 그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뛰어난 경기력을 자랑했다.

2007년 요아힘 뢰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엔케는 국가대표 마크를 달게 된다. 그러던 2009년 11월 10일 엔케는 하노버 인근의 철로에서 다가오는 열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엔케는 우울증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딸 라라를 잃은 후 입양한 딸을 자신의 우울증 병력 때문에 빼앗길 것을 우려해, 지속적으로 받고 있던 우울증 치료 사실을 철저히 숨겨왔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엔케의 사후, 그의 딸 라라의 무덤에는 엔케가 남긴 “라라, 아빠가 간다”라는 남겨져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더욱 슬프게 여겼다. 이후 2009년 11월 18일, 독일과 코트디부아르 평가전의 벤치에는 엔케의 생전 유니폼이 놓여 있었다. 그의 20년 지기 친구 발락이 한 일이었다.

이외에도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중 독일 대표팀 벤치에는 엔케의 등번호 1번이 새겨진 유니폼이 놓여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시큰하게 했다.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