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관객 1216만 명을 모으며 상영 중인 ‘택시운전사’을 선두로 ‘공조’ ‘군함도’ ‘청년경찰’ ‘더킹’ 등이 차례로 자리하고 있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이라면 남자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로, 그만큼 한국영화가 남성 배우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배우 나문희. 리틀빅픽처스 제공

한국영화에 여성 캐릭터가 돋보이는 시나리오가 없다는 이야기는 한두 해가 아니다. 올해에도 마찬가지여서 김옥빈의 액션이 빛났던 ‘악녀’와 염정아의 스릴러 연기가 돋보였던 ‘장산범’ 정도가 여성 캐릭터가 눈에 띄는 영화다. 아무래도 범죄 정치 사극 액션 등 남성 캐릭터가 중심인 장르 영화가 충무로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여배우 주연 영화를 찾아 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또한 티켓 파워 또한 송강호 황정민 이병헌 하정우 등 남자배우들이 상위에 랭크돼 있고, 여배우로는 손예진만이 단독 주연으로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정도라는 점도 들 수 있겠다.

	영화 ‘희생부활자’의 배우 김해숙. 쇼박스 제공

하지만 이번 가을 극장가는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 캔 스피크’(21일 개봉)의 나문희, ‘희생부활자’(10월 12일 개봉)의 김해숙, ‘채비’(11월 2일 개봉)의 고두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여배우들이 주인공을 맡은 영화들이 차례로 관객과 만나며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60대에서 70대인 세 배우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점은 남녀배우를 떠나 젊은 배우 중심의 한국영화계에 큰 의미가 있다.

먼저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일제강점기 위안부였던 과거를 밝히고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는 역할을 맡아 감동의 눈물을 선사한다. 나문희는 “시원찮은 이빨이 확 망가져가지고, 치과를 한참 다녔다” “이 나이에 주인공을 한다는 그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아이고 이제 내가 해냈구나”고 할 정도로 이번 역할에 진심을 다했다.

살해당한 어머니가 살아 돌아와 자기 아들을 공격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희생부활자’의 김해숙은 이전의 자상한 ‘국민 엄마’가 아닌 강렬한 스릴러 액션 연기로 우리를 전율에 빠뜨릴 것이다. 김해숙은 “나이에 상관없이 연기에는 끝이 없다. 엄마라는 굴레에 갇혀 수많은 엄마를 표현해야 하는 점은 저의 숙제다. 작품마다 저 자신과 치열하게 연기 싸움을 한다. 이번 작품도 공을 많이 들인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영화 ‘채비’의 배우 고두심. 오퍼스픽쳐스 제공

세상을 떠나야 하는 순간을 앞두고 말썽꾸러기 아들과 이별을 준비하는 어머니를 그린 ‘채비’의 고두심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국민 엄마’의 모습을 또 한 번 연기하며 모든 아들, 딸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앞서 김해숙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수많은 작품에서 어머니 연기를 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의 어머니를 표현했던 고두심이기에 이번 ‘채비’에서 보여줄 ‘어머니’ 모습에 기대를 하게 한다.

벌써 올해 연말 있을 각종 영화 시상식이 기대된다. 전 국민이 인정하는 연기력으로 긴 세월 동안 우리에게 감동으로 주었던 나문희 김해숙 고두심이 여우주연상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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