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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동물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하다 /정광모

의사와 수의사가 만나다 - 바버라 내터슨-호러위츠, 캐스린 바워즈 지음/이순영 옮김/모멘토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15 19:01:2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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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동물이지만, 만물의 영장으로 으스대며 동물임을 곧잘 까먹는다. 하지만 동물과 사람은 깜짝 놀랄 만큼 비슷한 병을 앓고 비슷한 증세를 보인다. 조상들은 이를 당연하게 여겼는데 현대 문명은 이를 잊고 있었다. 예컨대 약물 중독은 사람만 걸리지 않는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섬에서는 왈라비가 의약용 아편을 생산하는 밭 울타리를 뛰어넘어 양귀비 잎과 즙을 실컷 먹는다. 이들은 아편 성분에 취해 밭을 빙글빙글 돌며 작물을 망가뜨린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는 어린 여새 무리가 브라질 고추나무의 발효한 열매를 먹고 취해 음주 비행을 하다 건물 벽에 부딪쳐 죽었다. 캐나다 로키산맥에 사는 큰뿔야생양은 향정신성 이끼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아찔한 절벽을 오른다. 책에는 이처럼 사람과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이 끝없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동물의 병을 연구하면 사람을 치료하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동물이 건강하게 사는 방식은 사람에게도 통용되지 않을까?
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저자는 미국 UCLA 심장 전문의다. 어느 날 로스앤젤레스 동물원에서 심부전에 걸린 작은 타마린 원숭이 치료를 위해 지원 요청이 온다. 그 날 저자는 원숭이를 치료하면서 인간과 동물의 심장병이 너무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거나 도박에서 거액을 잃는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으면 심장이 마비되는 다코쓰보 심근증을 겪는다. 심장과 마음이 긴밀하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작은 원숭이도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면 심장 근육이 망가질 수 있다. 수의학계는 오래전부터 수의학 1학년생에게 그런 사실을 가르쳤다. 그런데 인간 심장학계는 2000년대 초가 되어서야 다코쓰보 심근증을 ‘새로운 발견’이라며 떠들썩했다.

비만은 인류가 부딪친 커다란 질병이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비만이 한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비만 역병이 돌고 있다. 비만은 인간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괴롭힌다. 사람이 기르는 동물은 이전 어느 때보다 뚱뚱해졌으며 지금도 계속 몸무게가 늘고 있다. 동물원 동물도 마찬가지 신세인데, 그럼 이들을 어떻게 날씬하게 만들 수 있을까? 동물원은 사자와 곰에게 그들이 야생에 살았다면 먹었을 다양한 먹이를 제공한다. 동물이 더 야생적인 환경을 접하도록 우리 안에 길과 터널과 문을 만든다. 먹이를 얻는 일이 야생 과정과 비슷해질수록 사자와 곰은 날씬해진다. 동물의 하나인 인간 주변에는 지방과 당분이 가득한 음식이 편의점과 마트에 깔려 있다. 뚱뚱한 야생의 동물은 없다. 인간도 구석기 시대의 식단과 삶에 가까워지면 출렁대는 살과 온갖 성인병에서 해방되지 않을까?

1999년 여름 뉴욕 도로에서 까마귀 수백 마리가 비틀거리다 쓰러져 죽기 시작했다. 곧 뉴욕 동물원의 홍학과 독수리가 죽었다. 수의사였던 맥나마라는 모기가 매개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병했고, 혹시 인간도 전염되지 않을까 우려해 조사를 촉구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새들이 웨스트나일바이러스로 죽었음을 발표했고, 인간도 전염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웨스트나일바이러스로 3만 명 가까운 환자가 생겼고 1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자는 오늘날 의학계는 인간과 동물이 같은 질병을 갖고 있음에 주목한다고 말한다. 인수공통전염병의 병원체는 인간과 동물을 넘나들며 변형되고 진화해 인간과 동물을 다시 공격한다. 아프리카 녹색원숭이의 질병이었던 에이즈 바이러스도 인간에게 옮겨왔다. 우리나라에 자주 발생하는 조류 인플루엔자도 언제 병원체가 진화해 인간 전염병으로 변할지 모른다.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질병인 탄저병, 페스트, 바이러스성 출혈열은 처음에는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종류였다.

인간과 동물은 아득한 옛날부터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동물의 건강을 지키면 인간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저자는 예방의학이 인간과 동물 사이 막중한 연관성을 인식해야만 다가올 온갖 전염병과 질병에 대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세계의 동물을 건강하게! 그래야 인간도 건강해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설가·‘작가의 드론 독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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