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내달 13일부터 10일간의 여정에 들어간다. 영화 블로거 및 시네필 들은 올해 초청작들을 두고 ‘역대급 호화 리스트’ 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300편 가까이 되는 초청작들 사이에서 영화를 고르기란 쉽지 않다. 오는 28일 상영작 예매를 앞두고 상영작 리스트를 미리 살펴보았다. 스크리닝 사정상 미리 영화를 보진 못하지만, 해외 영화제서 상영되거나 이미 개봉되어 좋은 평가를 받는 화제작들 중심으로 총 12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올해 영화제를 위한 참고서가 되었으면 한다.

	좌측부터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더 스퀘어>, <미세스 팡>

KEYWORD 1. “상 받은게 낫지~” 검증된 수작들

영화제 영화 중에서도 은근히 폭탄이 많다. 이들 사이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은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영화들을 뽑는 것이다. (물론 영화제 수상작이라고 모두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도 참고!)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길예르모 델 토로/123분

<판의 미로>와 <퍼시픽림>으로 유명한 델 토로 감독의 신작.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언어 장애 여성과 해양 생물 간의 우정을 그리는 작품. 올해 베니스영화제 일간지 최고 평점과 더불어 베니스 최고상인 황금사자상도 석권!

<더 스퀘어>/루벤 외스틀룬드/142분

올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미술관 큐레이터인 주인공이 설치미술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 블랙코미디. ‘주인공의 위트 있는 코미디가 서구사회의 현 세대를 풍자하고 있다’ 는 평이 이 영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세스 팡>/왕 빙/86분

9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철서구> 이후 세계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다큐멘터리 감독 왕빙의 신작. 알츠하이머에 걸린 중국 농장 노동자의 마지막을 그려낸 영화. 로카르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 표범상 수상작이다. 그의 영화 중 가장 짧은 러닝타임에 속해 부담도 적은 편!

	좌측부터 <마더!>, <원더스트럭>, <희망의 건너편>

KEYWORD 2. “왔다! 왔어!” 거장들의 귀환

차기작이 제작되기를 손 꼽아 기다리던 세계 거장들의 따끈한 신작도 부산을 찾는다. 특히 올해는 놀라운 게스트도 부산을 찾는다고 한다.

<마더!>/대런 아로노프스키/121분

<블랙스완>과 <레퀴엠>을 만든 아로노프스키의 신작. 베니스에서 별 반개와 다섯 개, 극단적 평가를 받으며 화제작임을 입증하였다. 그의 영화답게 과잉되고 음습한 이미지들이 부부의 일상에 균열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것은 감독과 주연 제니퍼 로렌스가 부산에 온다고 한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 초청작.

<원더스트럭>/토드 헤인즈/117분

<캐롤>을 만든 토드 헤인즈의 신작.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소년과 소녀의 판타지 이야기. 예고편에선 감독 특유의 섬세한 터치가 흑백과 컬러를 오가며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다. 올해 칸 영화제 초청작. <옥자> 의 넷플릭스처럼 아마존 스트리밍에서 배급을 맡아 영화계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희망의 건너편>/아키 카우리스마키/98분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사회를 그려내던 핀란드 감독인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신작. 전작 <르 아브르> 에 이은 ‘항구도시 3부작’ 중 2번째 작품으로, 헬싱키에서 시리아 난민과 함께 생활하는 세일즈맨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한다. 유렵의 현재를 통찰하면서도 매우 감동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

	좌측부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라타주>

KEYWORD 3. 니혼..감성..에 빠지고 싶다.

가을이 오면 여름 내 집 나간 감성을 찾아 나서게 된다. 또한 이런 충만한 청춘 영화들은 일본이 잘 만든다. 해운대 바닷가와 영화의 전당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즐길만한 감성자극 영화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츠키카와 쇼/115분

제목만 보고 오해마시라. 엄연히 청춘 멜로 영화다. 일본 내에서만 20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 원작. 췌장암에 걸린 여주인공과의 사랑을 그린 작품. 이미 일본에서 개봉을 하였는데, 후반부엔 거의 대부분이 울면서 탈진을 한다는 후문이 전해온다. 오픈시네마 섹션으로 들어오니 전당의 야외극장에서 함께 울어도 좋습니다!

<나라타주>/유키사다 이사오/140분

나라타주는 내레이션(narration(narra)과 몽타주(montage)의 결합된 합성어이다. 고등학생과 유부남 교사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영화. 몇 일전 일본에서 시사회가 열렸는데, 매우 섬세하고 연애 영화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더군다나 여성 팬들이 아주 좋아하는 사가쿠치 켄타로도 출연한다. 이 영화배우들과 감독도 부산에 올 예정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로키 류이치/130분

국내에서도 12년도에 출간된, 역대 일본 소설 작품 중 최다부수를 갈아치운 원작이 영화화 되었다. 삼인조 좀도둑이 허름한 잡화점에서 의문의 편지를 받으며 벌어지는 내용을 다룬다. 원작의 많은 팬들이 올해 영화제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영화 중 하나.

	좌측부터 <소공녀>, <다운사이징>, <소성리>

KEYWORD 4. 우리 시대의 사회풍경은?

영화제에는 현 세대를 살아가는 사회적 시선이 담긴 영화가 많다.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잔상이 아른거리는 지금 우리 주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영화들.

<소공녀>/전고운/102분

한국 신인 및 젊은 감독들의 시선을 담아내는 ‘비전’ 섹션 상영작. 가사도우미인 주인공은 퇴근 후 마시는 위스키와 담배가 유일한 낙이다. 헌데 담배값이 인상되자 집을 포기하고 친구 집을 찾아 나선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N포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 대한 생각을 담아내었고, 이솜과 안재홍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다운사이징>/알렉산더 페인/135분

인구 과밀 지역에 사는 부부의 이야기. 지역 학자들은 인구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 크기 자체를 줄이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게 된다. <네브레스카>, <디센던트> 등을 통해 가족과 개인의 이야기를 주로 그려온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거의 처음으로 선 보이는 사회 풍자극. 올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소성리>/박배일/89분

사드 문제. 작년과 올 한해를 뒤덮은 수 많은 이슈 중 사드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강정과 밀양 송전탑, 생탁 노동자 등 지역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다루는 영화를 찍어온 박배일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조용한 시골 마을의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소성리는 사드 배치 지역인 성주의 한 마을 이름이다.

이동윤 시민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