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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5·18 광주민주화운동…그들의 시간은 그때 멈췄다 /안덕자

큰아버지의 봄- 한정기 지음 /김영진 그림 /한겨레아이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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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9-08 19:34:50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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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가 한동안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영화를 본 관객이 10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시 한번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궁금해하고 있다. 이 영화는 외부인의 시선에서 광주민주화운동, 즉 5·18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정기 작가의 큰아버지의 봄은 세월이 흘러 살아남은 이들 속에서 자라는 12살 아이의 눈으로 5·18을 바라본 아동문학 작품이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아동문학 작품 ‘큰아버지의 봄’. 한겨레아이들 제공
12살 경록이는 고려시대 삼별초가 몽골군에 끝까지 저항하며 싸웠던 전라남도 진도 용장리에 산다. 경록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는 매일 술에 절어 살았다. 술에 취하면 “죽는 게 두렵고 무서웠다”며 머리를 벽에 찧고 울었다. 할머니는 “생때같은 자식들이 세월을 잘 못 만나 그리 됐다”고 한탄하면서도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만도 다행”이라며 다독인다. 이들은 모두,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를 안고 살고 있다.

경록이는 재동이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서울에서 전학 온 재동이는 힘으로 아이들을 못살게 군다. 마치 계엄군이 광주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 모습이 느껴질 정도다. 재동이는 교실에서 싸우다 선생님께 혼나고, 경록이를 용장성터로 유인해 싸우려고 하지만 그의 용기에 주춤한다. 하지만 경록이는 성터에서 뛰어내려 다리를 다치고 만다.

   
어느 날 경록이 아빠는 경록이를 데리고 광주로 향한다. 경록이는 그곳에서 큰아버지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다. 공부를 잘했던 큰아버지는 5·18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26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시간을 멈춘 채 그 날을 살고 있다. 큰아버지는 동생인 경록이 아빠와 애인 은수를 살리려고 도청을 빠져나왔다가 도청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자 자신만 살아남은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감옥까지 갔던 큰아버지는 끝내 정신병원에서 나오지 못한다.

아빠는 말한다. 언제나 옳은 일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우리가 권리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때는 언제라도 그 권리를 빼앗길 수 있다고.

책은 5·18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는지 경록이의 눈으로 보여준다. 피비린내 났던 그 현장의 참혹함 대신 묘역에 있는 조각상을 보며 그날을 상상할 뿐이다. 큰아버지가 많이 아프다는 연락이 오고, 할머니와 아버지는 부랴부랴 병원에 있는 큰아버지를 집으로 데려온다. 그러나 큰아버지는 집에 온 지 3일 만에 숨을 거둔다.
이 책의 절정은 씻김굿 장면이다. 할머니는 동네 당골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큰아버지를 하늘나라로 편안하게 모시는 씻김굿, 죽은 사람이 살면서 겪은 아픔을 다 씻어주고 남은 사람들의 아픔도 어루만져주는 당골 무당의 축원은 잠시나마 고통을 잊게 한다.

   
개학 날 눈치 보며 들어오는 재동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경록이의 웃음 짓는 얼굴이 해맑다. 죄를 지은 사람은 비겁하다. 정의로움에 인색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지 못하다. 그렇지도 않다면 사람이 아니다. 작가는 말한다. 옳지 않은 일에 분노할 줄 아는 정의감, 실천하는 용기, 용서할 줄 아는 너그러움이 앞으로 아픔의 역사가 아닌 희망의 역사를 만들 거라고.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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