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텐츠 창작자 수익 개선 위해
- 표준계약서 작성 법제화 필요

‘밥 먹고 예술합시다’.

2011년 30대의 젊은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 끝에 사망한 이후 예술인의 정당한 권리 보장을 촉구하며 출범한 ‘예술인소셜유니온’은 이 같은 문구를 내걸었다. 밥을 먹으면서 작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활동한다는 취지였다. 그 뒤 6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지난 4일 부산 중구 대청동 가톨릭센터에서 ‘문화예술인 인건비 기준 토론회’가 열려 발제자들이 발표를 하고 있다.

‘부산지역예술단체연합’이 이를 개선하는 첫걸음으로 지난 4일 중구 대청동 부산가톨릭센터 세미나실에서 ‘문화예술인 인건비 기준 토론회’를 열었다. 예술가의 정당한 인건비 기준에 관한 이야기를 당당히 나누고, 문화예술계에 만연한 ‘인건비 무감각’을 타파하자는 자리였다. 토론회는 부산의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 예술인소셜유니온 김상철 운영위원, 도우경제정책연구원 임도우 이사장의 발제와 토론으로 이어졌다.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는 문화계에 오래 누적되어온 ‘기획(자)에 대한 대가 기준이 없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차 대표는 공공기관과 문화사업을 함께하기 위해 제출한 예산안이 터무니 없이 삭감됐던 경험을 말하며 “기획(자)에 대한 대가 기준이 없어 담당자 임의로 결정되곤 했다. 결국 기획자 ‘인건비’가 없어 모자란 부분은 공연자에게 지급된 돈의 일부를 돌려받는 관행이 파고든다. 예술인 간의 신뢰도 무너지고, 기획의 질 또한 떨어진다”고 말했다.

예술인소셜유니온 김상철 운영위원은 문화 산업 규모가 커졌음에도 창작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구조를 지적했다. 문화산업에서 예술인이 배제된 모순된 현실을 짚은 것이다. 한국 문화산업 규모는 매출액 기준으로 2015년 99조 5000억 원에서 2016년 105조 2000억 원으로 5.7% 증가하는 등 같은 기간 경제성장률 2.7%를 훌쩍 넘었다. 2012년 매출액(87조3000억 원)보다도 큰 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5년의 문화산업 고용은 꾸준히 감소했다. 김 운영위원은 “예술인이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돈을 버는 것은 음악듣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통신사다. 문화로 창출된 수익이 신인 발굴이나 예술인 육성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생산자는 늘 배가 고픈 역설에 빠져 있다”며 “이는 착취 구조로 자리 잡았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정부에서 표준계약서 등을 제공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라도 이를 강제하는 것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우경제정책연구원 임도우 이사장은 “현행 제도와 법은 적극적으로 권리를 찾는 자에게만 혜택을 주도록 되어있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 문화예술인들의 권리 찾기가 본격화됐으니 빠른 시일에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선배들이 묵인한 잘못된 관행을 끊어내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