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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예고편.txt] <5> 김광석

  • 국제신문
  •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30 18: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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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돌아왔다. 사진 = 연합뉴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오마니 생각나는구만.” 오경필 중사 콧구멍으로 들어온 들숨이 깊은 날숨이 되어 기도를 빠져나간다. 그가 듣고 있는 노래는 ‘이등병의 편지’. 인민군 복무기간이 10년을 넘는다니 오마니가 사무치게 그리울 만도 하다. “하…….” 한숨이 빠져나간 여백이 꽤 길다. 하기야 노랫자락에 좌우가 어디 있고, 부모 그리는 마음에 남북이 어디 있으랴.

“근데 광석이는.” 중사가 침묵을 깬다.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천재는 요절하기 때문일까. 푸념 같지만 예리한 질문이다. 이상이라는 이름으로 살다 간 시인 김해경은 27살에 일본 도쿄 소재 병원에서 “멜론 향기가 맡고 싶다”며 세상을 떠났다. ‘입 속의 검은 잎’ 같은 언어유희를 시에서 즐기던 기형도는 영화 ‘뽕2’를 보다가 사망했다. 서울 파고다 극장에서 뇌출혈로. 향년 28세.
   

(사진 =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속 배우 송강호)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군인 마음을 알 리 없는 노래만 점점 구슬프다. 오 중사는 남한 군인들이 김광석 사인을 모른다는 무지에 실망했을까. 아님 김광석으로 말머리를 돌리고도 그만 오마니가 자꾸 아른거렸을까. 문득 술이 급하고 고프다. 그렇게 남북 군인이 마주 앉아 잔을 부딪히기 직전, 배우 송강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한다.

“야, 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우리 광석이’. 故 김광석은 1996년 1월 6일 사망했다. 경찰은 자살로 결론을 냈지만 그 배경은 북한군 오경필 중사도 오래전부터 궁금했을 만큼 의문투성이다. 멜론 향기를 유언으로 남긴 시인 이상이나, 영화관에서 숨진 기형도 죽음이 천재라 불리었던 수식어만큼이나 비범했다면 마지막 김광석 모습은 흉악하기 짝이 없다. 그는 마포구 소재 빌딩 4층 자택 거실 계단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야말로 천재(天才)지변이다.

다행인걸까,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박찬욱 감독이 송강호를 통해 던진 화두에 한 저널리스트가 반응했다. <다이빙 벨>을 연출했던 MBC 해직기자 출신 이상호 감독이다. 카메라 한 대에 노란 리본을 달고 아이들을 찾아 코를 훌쩍이며 훌쩍 떠났던 그가, 이번엔 김광석이 젊었던 ‘그날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가수가 꼭 제목처럼 된다고 해서 한동안 부르지 않았던 노래. ‘사랑했지만’. 이하 영화 ‘김광석’ 예고편 캡처 이미지)


C#1.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김광석은 알아도 그 죽음에 대해선 잘 모르는 10대나 20대라면 1차보다 2차 티저 예고편이 더 많은 정보를 준다. 1차 예고편은 귀 따로 듣고 눈 따로 봐야 한다. 사운드 트랙에서는 ‘사랑했지만’이 흘러나오는데, 영상 속 자막은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사람만 안다”고 한다. 마지막엔 무슨 미공개영상과 비밀기록이 있다고 겁을 주노. 음악만 들으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인데, 또 영상만 두고 보면 ‘그것이 알고 싶다’ 느낌이다. 서로 다른 두 성질을 억지로 합쳐보면 그래도 짐작 가능한 대목이 있다, ‘어쩌면 김광석이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영상 속 인감 두 개와 종이 한 장도 수상하다. 괜히 노래까지 약간 무섭다.

   
(인감 두 개와 종이 한 장. 그리고 이어지는 위자료 이야기는 무얼 가리킬까.)


이에 반해 2차 티저 예고편은 직접적이다. 누군가가 ‘방아쇠가 될 만한 어떤 사건이 있었을 것’이라 증언한다. 또 ‘죽음으로 끝난 사랑’, ‘김광석의 사랑 비밀 노트가 열린다’는 자막 등도 대놓고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쯤 되면 김광석 죽음이 뭔가 석연찮다고 주장하는 이상호 감독이 좀 더 선명해진다. BGM은 여전히 ‘사랑했지만’. 혹시 김광석은 마지막 가사 “그대를 사랑했지만” 뒤에 무슨 말을 더 남기고 싶었을까.

3차 티저는 본격 ‘그것이 알고 싶다’ 버전이다. 곡은 더 이상 안 ‘사랑했지만’. 비장한 곡에 영상 템포도 빠르다. 증언들을 짧게 편집해 넘기는 와중에 ‘위자료’ 이야기는 결정적이다. 증인은 그 때부터 가객이 엄청 격하게 싸웠다고도, 이혼할 거라고도 말했단다. VIP 릴레이 영상 속 주인공 공지영 작가 역시 “저작권, 예술,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영화를 평가했다. 윤곽이 잡히면서 왠지 가사 뒤를 이어 써 볼 수 있을 듯하다.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C#2. 아직 감독보다는 기자 이상호

   
(사진 = 주인공이 이상호냐, 김광석이냐. 영화 ‘김광석’ 메인 포스터)
저 대범한 포스터를 보라. 다큐멘터리를 보수적으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우선 포스터부터 볼거리다. 아무리 그래도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김광석인데 사람도 대문짝만하게, 이상호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상호가 김광석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말을 비틀어 비꼬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이는 확실히 주객을 바꾼 포스터다.

유치한 시비 같지만 단순히 홍보팀 실수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다이빙벨> 때부터 이상호 기자는 카메라 앞에 서서 영화를 이끄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화씨 911>로 다큐멘터리로는 칸 영화제 사상 두 번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 감독도 종종 스스로 피사체가 되기는 한다. 하지만 이상호가 카메라 앞에 선 예고편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자꾸 <다이빙 벨>이 생각난다. 그는 첫 필모그래피를 채운 영화 마지막 장면을 감독 본인이 눈물을 훔치는 컷으로 마무리했다. 거리 행진하는 이를 인터뷰하던 도중이었다.

   
(이상호는 장면마다 카메라 앞에 서서 극을 이끌었다. 워낙 진심이 느껴졌지만 다큐멘터리에서는 연출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장면들이다. 유튜브에 무료 공개한 감독판 ‘다이빙벨’ 캡처 이미지)


다큐멘터리에서 감독이 카메라 앞에 나서 극을 이끌어 가면 무엇보다 연출이 바로 해당 장면에 반영되어 버린다. 그런 방식은 다큐멘터리에선 아무리 선한 의도라 하더라도 인터뷰 대상 혹은 관객들에게 주제 의식과 감정을 강요하게 된다. 이럴 땐 마이클 무어처럼 재기발랄한 서사로 덮어 티 안 나게 하는 수밖에 없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광석’ 예고편 속 두 컷들을 꼭 지적하고 싶다. 메인 예고편 38초쯤 “죽음이나 어떻게 좀 밝히던가, 기자면”이라는 말과 함께 문전박대당하는 이상호. 또 곧장 이어지는 컷에서 MBC 재직 시절 기자수첩들. 이 두 컷은 감독 자의식을 너무 선명하게 드러내버린다. 방송기자 출신이어서 카메라 앞에 설 때 누구보다 자연스럽고 거리낌 없는 줄 알지만. 또 불문율이나 금기는 깨지면서 새로운 문법이 생기기도 마련이지만. 또또또 그가 기자로 양심을 지키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분투해 온 세월에도 공감하지만.

   
(‘문화방송 보도국 사회부 기자 이상호’. 세월을 묻힌 손때로 다 해진 기자 수첩에 명함이 꽂혀 있다. 중요한 문제는 그가 김광석 영화에 이 컷을 도대체 왜 넣었느냐다.)


감독이 자신을 드러내면 영화가 위험하다. 몇 년을 취재에 매달린 결과물로 내보일 영화 ‘김광석’ 속에서 감독 자신을 내보일 시간이 있을까. ‘내가 이렇게 고생했어요’, ‘내가 이런 사람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라고 직접 말해버리는 영화들에서 감독들은 발목에서 물이 찰랑거리는 얕은 깊이만 드러낸다. 감독 스스로도 영화를 다 본 관객들이 “김광석이 이렇게 죽었구나”보다 “이상호가 이렇게 고생했구나”를 더 많이 느끼길 바라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에서는 감독 스스로 노출하지 않아도 진심과 성의를 느낀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은 예고편만으로도 조금 위험해 보인다. 같은 이유로 <다이빙 벨>을 보며 이상호와 같이 울었지만 호평만 할 수는 없었다. 아직은 영화감독이라기보다 좀 더 기자에 어울리는 이상호다.

물론 필자가 본 건 예고편에 불과하다. 영화 <김광석> 예고편에서 예상한 수준보다 뛰어난 <김광석>이기를. 전작 <다이빙 벨>보다 진일보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이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소.

INSERT CUT. [개봉영화 예고편.txt]은…

수년 전부터 영화 예고편은 단순히 영화를 보고 싶도록 만든 영상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상용화 등 기술 발달이 기점이라는 분석이지만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생긴 다양한 수요자 욕구를 채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도 보인다. 형태는 제각각이다. 코멘터리 예고편, 메인 예고편, 티저 예고편, 런칭 예고편, 캐릭터 예고편, 1차 메이킹 예고편, 2차 메인 예고편, 30초 예고편……. 크게 다를 것 없는 내용 속에서도 조금씩은 차이를 두고 있다. 그래서 예고편만 쭉 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많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팀에서는 공식 SNS, 홈페이지를 통해 매주 1회 개봉예정작 예고편을 꼼꼼히 살핀 글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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