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송이 최예지 노수진 오용택
- 상영관 찾지 못한 좋은영화
- 프로그래머 직접 찾아 배급
- 포스터 촬영부터 SNS 홍보
- 관객리뷰단·시사회도 기획
- 김영조 감독 ‘그럼에도 불구하고’
- 2년 만에 전국 17개관 개봉 성과
1. 송송-씨네소파 대표 성송이(28). 천문우주과학을 전공했으나 도시재생에 관심 갖고 개념미디어 ‘바싹’, 관객응원단체 ‘모퉁이극장’ 등에서 활동.
2. 딩딩-씨네소파 기획홍보 담당 최예지(28). 서울에서 공업디자인 전공, 디자인 회사와 소셜벤처 창업에 몸담았다 부산으로 내려와 청년문화 활동에 참여.
3. 슈슈-씨네소파 영화 배급 담당 노수진(27). 철학을 전공하고 영화의전당 영화제작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며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제작 스태프로 참여.
4. 룡룡-씨네소파 경영지원 담당 오용택(29). 사회학 전공. 문화기획에 관심 갖고 청년주거공동체 ‘잘자리’, 지식문화콘텐츠연구소 ‘리멘’ 등에서 활동.
| |  |
|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성송이, 최예지, 오용택, 노수진(왼쪽부터) 씨가 첫 개봉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의 주역 4명은 스스로 인정하는 ‘영화 초짜’다.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다르고, 슈슈를 제외하고 영화 제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도 몰랐다. 이런 초짜 4명이 과감하게 영화 배급에 도전했고, 김영조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지난 24일 개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도다리 점바치골목을 비롯한 영도의 사라진 풍경과 사람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앵글 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 언급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으나 씨네소파를 통해 2년 만에 관객과 만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화의전당, 국도예술관, 인디스페이스, 롯데시네마 아르떼관 등 전국 17개 관에서 개봉했다.
| |  |
| 김영조 감독이 영도를 배경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틸 컷. 씨네소파 제공
|
씨네소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봉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김 감독이 2년간 개봉관을 찾는 과정을 지켜본 지역 영화계 관계자가 모퉁이극장 관객활동가로 있던 송송에게 영화 배급을 제안했고, 송송이 평소 알고 있던 3명에게 제안해 뜻을 모았다. 네 사람은 한 사람에게 책임이 쏠리지 않도록 협동조합 설립을 생각했고, 김 감독까지 조합원으로 참여해 지난 4월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를 만들었다.
‘영화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에서 영화 제작이 아닌 배급에 뛰어든 단체는 거의 없다. 사실상 대기업이 독점한 영화 배급 시장에 뛰어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해마다 수십 편의 장편과 단편영화가 만들어져도 영화제가 아닌 극장에서 만나기 힘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씨네소파는 영화 배급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영화 배급을 진행하며 현실의 벽을 실감한 적은 많다. 서울의 영화관에 찾아가 프로그래머를 만나고 싶다고 부탁했으나 거절당하고, 상영관을 줄 수 없다는 냉정한 대답에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쉽게 좌절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한 걸음씩 단계를 밟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와 성취감을 느꼈다. 뿔뿔이 흩어진 영화 속 주인공을 모으기 위해 2주간 영도를 샅샅이 돌아 멋진 포스터를 촬영했고, 영화 홍보 방법을 몰라 자신들의 ‘배급 일기’를 SNS에 올리며 솔직한 소통을 시도해 소셜펀딩 액수가 목표의 130%를 넘어섰다.
자신감을 얻은 씨네소파는 관객과 소통하는 기획도 준비했다. ‘씨네보쓰(영화를 보고 쓰다)’를 기획, 관객리뷰단 30여 명을 모아 색다른 영화 감상의 경험을 제공했고, 작은 식당을 섭외해 영화를 보고 밥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는 특별한 시사회도 연다.
영화 인맥도, 경험도 없는 이들이 첫 영화 개봉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은 ‘관객에게 좋은 영화를 전달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를 개봉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 자신의 기획이 어떤 반응을 얻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를 보며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 송송은 “영화 배급의 심각한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다면 중간에 좌절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끼리 해보자’ ‘우리끼리 하니 재밌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고, 슈슈는 “관객이 많이 들어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목표를 이룬 것에 만족한다. 극장을 만나지 못해 묻히는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는 작업이 쌓이다 보면 영화 배급의 좋은 선례를 남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두 번째 영화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 첫 영화 관객 수를 보며 느낄 쓰림과 기쁨을 맞을 준비를 하며, 계속해서 의미 있는 작업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딩딩의 말에서 그 의지가 묻어났다. “‘씨네소파’의 ‘소파(小波)’는 ‘작은 물결’을 의미한다. 우리가 만든 작은 물결이 큰 파도의 흐름이 된다면 무언가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