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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3> 기장 붕장어 탐구

‘아나고’는 여기! 힘 안나곤 못 배겨

고슬고슬 쌀밥같은 털털이회…칠암마을

자글자글 담백한 석쇠 구이…월전마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22 18:52:3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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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어류 중 비교적 값싼 보양재료
- 한류·난류 만나는 기장 앞바다
- 배 60척 가을에만 300t 어획

- 구수하고 시원한 매운탕으로
- 추어탕식 탕으로도 즐겨 먹어

우당탕탕~! 고무대야에 옮겨진 붕장어가 역발산(力拔山)의 기개로 거칠게 몸을 뒤튼다. 맨손으로 잡으려 하자 분기탱천! 제 몸을 꼿꼿이 세우고 저항한다. 한바탕 실랑이 끝에 횟감으로 장만하기는 했지만, 힘이 여간 좋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동서고금을 통해 ‘장어류’를 ‘남성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어류 중 몸이 긴 어종을 흔히 장어(長魚)라 한다. 말 그대로 몸이 뱀처럼 긴 물고기이다. 장어 종류에는 주로 민물에 서식하는 ‘뱀장어’를 중심으로, 일명 ‘아나고(穴子)’라 불리는 붕장어, ‘하모’로 불리며 ‘개처럼 문다’고 이름 붙여진 ‘갯장어’, 술안주로 좋은 ‘꼼장어’의 식재료 ‘먹장어’, 바다의 거머리 ‘칠성장어’ 등이 있다. 이 대부분이 남성성을 상징하며 자양강장 음식으로 널리 이용되는 식재료이다.
■값싼 여름철 보양식 붕장어

그중에서도 비교적 값이 싸고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것이 ‘붕장어’이다. 바다에서 나는 장어라 해서 ‘바닷장어’라고도 한다. 부산에서는 일본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아나고’라 부르는데, ‘모래 등 해저의 땅속을 뚫고 들어가 사는 물고기’라고 ‘구멍 혈(穴)’ 자를 붙인 일본말 아나고(あなご)를 그대로 쓰는 셈이다.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바다의 뱀장어’라 하여 ‘해대려(海大)’라 기록했다. 속명으로는 ‘활처럼 생겼다’ 하여 ‘붕장어(張魚)’라고 기술하고 있다. 더불어 ‘맛이 좋다’고 적고 있는데, 문헌에 의하면 오랫동안 크게 즐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1908년 간행된 ‘한국수산지(韓國水産誌)’ 제1집에는 ‘붕장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 특히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는데 일부러 잡지는 않았다’고 기록돼 있다. 주로 일본인이 우리 해역에서 어획해 대부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그 효능과 요리법이 전래되면서 주요 식재료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의보감’은 ‘붕장어는 영양실조와 허약 체질에 좋고 각종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기록했다. 일본 고대 의약서적에는 ‘붕장어는 밤의 귀족으로 스태미나 향상에 최고’라는 내용을 기록할 정도다.

붕장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주로 어획되는데, 기장이 대량 생산지 중 한 곳이다. 특히 기장 앞바다는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으로 물살이 세서 옛날부터 붕장어의 주요 생산지였다. 부산의 붕장어 어선은 거의 이곳에서 출항했을 정도였다.

현재 60여 척 붕장어 배들이 어획하고 있는데, 가을 생산량만 해도 200~300t에 이른다고 한다. 붕장어는 큰놈은 통발어업으로, 작은놈은 주낙어업으로 어획하는데, 기장은 이 모두를 활용할 정도로 붕장어 어업이 성한 곳이기도 하다. 주로 큰놈은 구이용으로, 작은놈은 횟감용으로 활용한다.

■전국 유명세 칠암붕장어

추어탕처럼 끓인 장어탕
특히 칠암은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칠암 붕장어’라는 지역음식 브랜드 발상지이기도 하다. 주로 60~70㎝쯤 되는 놈들을 어획하기에 육질이 적당히 단단하면서도 부드럽다. 그래서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이 돌아 오래전부터 횟감이나 구이용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붕장어는 특히 여름철 보양식으로 즐겨 먹는데, 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장기 아이들이나 몸이 허한 노약자들에게 유효한 음식일뿐더러, 부부금실이 좋아지는 음식이라 남성들을 아주 솔깃하게 했다. ‘붕장어 꼬리를 먹으면 정력이 강해진다’는 등의 속설 또한 이를 부추기고 있을 정도다.

부산에서는 붕장어를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는다. 특히 회와 구이, 탕이 인기가 높다. 회는 그 맛이 달고 고소해 처음 회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의 음식이기도 하다. 붕장어가 살이 오르는 여름철에는, 장어구이가 맛에서나 영양가로나 최고의 음식이다. 그밖에도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의 장어매운탕도 좋고, 추어탕식 장어탕도 아주 괜찮다.

부산에서는 주로 기장지역이 ‘붕장어촌’으로 집단화되어있는데, 그중 붕장어회는 기장 칠암마을, 붕장어구이는 월전마을이 유명하다. 칠암은 붕장어회를 먹을 수 있는 횟집만도 40여 곳에 이를 정도로 붕장어회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특히 이곳 붕장어는 중간 크기 정도를 쓰기 때문에, 적당히 고소하고 기름지지 않아 누구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지역과 달리, 붕장어를 얇게 저미듯 썰어 물기를 충분히 빼, 하얀 쌀밥을 얹어놓은 것처럼 고슬고슬하고 후~ 불면 날아갈 듯 부드럽다. ‘기장 털털이회’라 불리는 조리방식이다.

■다양한 조리법이 맛 더해

매운탕
붕장어 회는 초고추장과 가장 잘 어울린다. 거기에다 땡초와 마늘 등속을 얹어 상추나 깻잎 등 야채에 쌈을 크게 싸서 먹으면 금상첨화다. 붕장어구이로 유명한 기장 월전마을은 마을 전체가 ‘붕장어구이 동네’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구이용으로 장만한 두툼한 장어를 석쇠에다 구워서 먹는다. 석쇠에 자글자글 구운 붕장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맛 볼 수 있다. 기름장에 살짝 찍어 먹어도 좋고, 매콤한 양념을 발라 재차 구워 먹어도 좋다.

부산 사람들은 그들의 기질처럼 벌겋고 매운 양념에 구워 먹는 것을 선호한다. 깻잎이나 상추에 붕장어 한두 점 올리고, 마늘 땡초 넉넉히 얹은 다음, 크게 한 입 털어 넣으면, 고소함과 향기로움, 맵싸함이 어우러지며 맛의 정점을 찍는다. 붕장어 회와 곁들이면 더욱 좋은 ‘붕장어 매운탕’은 의외로 삼삼하면서도 담백하다. 떠먹을수록 깊은 우물처럼 그 시원함이 끝이 없다. 전날 과음한 이들의 숙취 해소에도 그저 그만이다.

기장 특산 ‘말미잘매운탕’도 기장 붕장어 음식 중 하나. 말미잘과 붕장어를 함께 넣고 얼큰하게 끓인 음식으로, 밤새 곤 붕장어 뼈 육수에 된장과 고춧가루를 풀고, 두툼하게 토막 낸 붕장어와 말미잘을 넣고 팔팔 끓여낸다. 기장 사람들의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널리 먹는 음식이다.

부산 특산음식 중에 ‘붕장어추어탕’이 있다. 미꾸라지보다 저렴한 붕장어를, 추어탕식 조리법으로 끓여 먹던 음식이다. 땀 뻘뻘 흘리며 훌훌 들이켜듯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온몸이 가뿐해지고 더위가 가신다. 염천의 여름 날씨가 한풀 꺾이며 가을을 예비하는 요즈음이다. 슬슬 기장 붕장어 맛이 더욱 깊어지는 계절이다. 남녀노소는 물론 생선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어족, 붕장어. 우리 지역 어종이기에 더욱 ‘공감의 맛’이 짙은 식재료이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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