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 배우창고가 주최가 된 하나다 페스티벌 벌써 3회째
- 젊은 연극인들 몇명이 만나 ‘소통하자’고 터놓은 게 시작
- 각자 바쁜 가운데 꾸리는 축제, 함께한다는 즐거움으로 버틴다
“우리는 하나다!”
지난 14일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에서 열린 ‘제3회 하나다 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정겨운 풍경이 펼쳐졌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선·후배 연극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날 풍경은 하나다 페스티벌의 의미를 압축해서 보여줬다. 젊은 연극인이 모여 새로운 연극 토양을 만들고, 선·후배 연극인을 끌어들여 소통하는 것. 이런 움직임이 부산 연극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세대를 아우른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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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회 하나다 페스티벌’ 개막식이 열린 지난 14일 나다소극장(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하나다 페스티벌 집행위원들이 모였다. 왼쪽 선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윤소희, 전영인, 양지웅(공동 집행위원장), 김선희, 김병철(공동 집행위원장), 장유빈.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극단 배우창고가 주최가 되어 나다소극장에서 펼치는 ‘하나다 페스티벌’은 부산에서 활동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공통의 주제로 각자의 역량을 발휘한 작품을 선보이는 연극 축제다. 2015년 3월 ‘나다(NADA) 페스티벌’, 지난해 9월 ‘나소(NASO) 페스티벌’에 이어 올해는 ‘하나다(HA-NADA) 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꿔 오는 10월 1일까지 열린다.
올해로 3회를 맞는 하나다 페스티벌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행사가 열린 첫해는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젊은 극단 6곳(배우창고, 리셋, 하우, 미지씨어터, 끼리프로젝트, 팻브릿지)이 ‘신화&오브제’를 주제로 창작 공연 5개를 두 달간 선보였고, 관객 1400명이 다녀갈 만큼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는 ‘나다 페스티벌 집행위원회’를 꾸려 배우 박찬영, 허은 연극평론가 등을 자문으로 위촉하고, 개·폐막식과 관객 참여 행사를 기획하며 어엿한 연극 축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특히 배관공, 바문사, 누리에 등 중견 극단을 포함한 13개 극단이 참여해 ‘재미&시대극’을 주제로 공연 11개를 3개월간 소화하며 내용도 풍성해졌다. 올해는 ‘콜라보레이션’을 주제로 연극, 춤, 음악 등 여러 장르의 14개 팀이 새로운 형식의 공연 7개를 선보인다. 지난해부터 부산문화재단의 청년문화공간 콘텐츠 지원 사업에 선정돼 기획력과 영향력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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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열린 페스티벌 때 공연 모습들. 하나다 페스티벌 집행위원회 제공 |
부산 연극계에서 많은 연극인이 하나의 행사에 집중하는 것은 부산연극제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극인의 참여를 끌어낸 동력이 무엇일까. 하나다 페스티벌 공동 집행위원장인 극단 배우창고 김병철(35) 대표는 “소통에 대한 목마름”을 꼽았다. 김 대표는 “극단마다 자체 공연을 소화하느라 부산에서 어떤 팀이 활동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각자 작업하면서 작품이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하고, 무언가 큰 벽에 부딪힌 느낌이 들 때 다른 이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젊은 연극인 5, 6명이 드문드문 만나 ‘소통하자’고 속내를 터놓았다”면서 “그런 시기에 나다소극장이 문을 열었고, 배우창고가 ‘이 공간에서 뭉쳐보자’고 제안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과정을 소개했다.
지역에서 연극 축제를 꾸려 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문화재단의 지원을 일부 받지만 각 극단이 공연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각자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 축제 일을 나눠 해야 해 피로도 쌓였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소통의 힘으로 버텼다. 김 대표는 “20·30대 연극인이 주축이 되다 보니 격의 없이 대화하며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문제도 보완하며 축제를 만들어갔다. ‘행사를 성공시키자’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책임감도 컸다”면서 “아직도 하나다 페스티벌이 제도권과 비제도권 사이 양다리를 걸친 느낌인데, 우리 정체성을 찾고 개성을 살려 축제를 만든다면 진가를 발휘할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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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열린 페스티벌 때 공연 모습들. 하나다 페스티벌 집행위원회 제공 |
하나다 페스티벌의 목표는 부산을 대표하는 연극 축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시민들이 ‘매년 이맘때면 나다소극장에서 연극 축제를 즐길 수 있다’고 인지할 만큼 페스티벌을 지속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배우창고를 창단하고 5년간은 ‘우리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런데 점점 부산 공연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반복되는 것이 보였고, 부산 공연시장이 잘 돼야 우리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극단과의 소통에 관심을 돌렸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 겁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하나다 페스티벌은 여전히 가능성과 불안함을 안고 있지만, 우리는 오늘도 ‘가능성’을 찾아 달린다”는 그의 대답에서 청년 연극인의 고민과 희망이 엿보인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